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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그 스킨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롤드컵 우승 스킨 비하인드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3-01-07 13:00:54 (수정 2023-01-07 13: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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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통칭 2022 롤드컵)에서 DRX가 T1을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팀 단위로는 4시드 진출팀 최초 우승, 플레이-인 라운드 팀 최초 우승, 최다 경기 수 우승을 기록했고 개인 단위로는 2명(제카, 주한)의 로열 로더를 배출하고, 팀을 바꿔가며 주전으로 우승한 사람(베릴), 최고령 바텀 듀오 우승(데프트, 베릴) 등 진귀한 기록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 정말 드라마틱한 결승전이었죠.

월드 챔피언이 결정됐다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이를 기념하는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 출시입니다. 우승 직후 팀 인터뷰에서 DRX 멤버들은 각각 아트록스, 킨드레드, 사일러스, 케이틀린, 애쉬, 마오카이의 우승 기념 스킨을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킹겐에게 결승전 파이널 MVP를 거머쥐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아트록스', 표식에게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시그니처 픽으로 유명했던 '킨드레드', 결승 직전까지 4연속 상대 라이너 솔로킬 등 엄청난 임팩트롤 보여준 제카의 '사일러스', 데프트의 4전 전승 카드 '케이틀린', 플레이 인 라운드에서 표식이 부진을 겪을때 특급 소방수로 활약한 주한의 '마오카이' 등, 선수들이 고른 챔피언을 보면 대회나 선수 개개인의 내러티브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챔피언들을 우승 기념 스킨의 대상으로 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LCK 해설자 강퀴의 개인 방송에서 우승 스킨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베릴

여기서 유독 튀는 것이 바로 베릴의 '애쉬'입니다. 사실 베릴은 이번 대회에서 하이머딩거 서포터를 시그니처 픽으로 활용하면서 일방적으로 밴카드를 1장 소모하도록 유도하거나 이기는 게임이든 지는 게임이든 상대방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는데요. 딩거 대신에 애쉬로 스킨을 받겠다는 그의 선택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베릴의 애쉬는 단 한 번 출전헀지만 스킨을 받기에 충분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긴 했습니다. 8강 4세트에서 EDG를 상대할 때 원딜 출신 서포터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 애쉬 서포터가 무려 미드라이너인 스카웃의 르블랑을 때려잡거나 쫓아내며 최종적으로는 원딜이였던 데프트의 칼리스타보다 더 많은 딜을 때려넣는데 성공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베릴을 조금 더 깊게 아는 팬들은 그가 애쉬를 선택한 이유가 8강에서 보여준 맹활약보다는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베릴이 현재 가장 즐겨하는 게임인 '붕괴3rd'의 캐릭터 '엘리시아'를 본뜬 챔피언 스킨을 만들 심산이라는 거죠.


수정 화살을 쏘는 여성 궁수라는 점에서 엘리시아는 확실히 애쉬 스킨의 모티브로 찰떡궁합이긴 합니다

이번 조선통신사의 주제는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아주 유별난 롤드컵 우승 스킨의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 선수 그 자체가 되어버린 우승 스킨, 삼성 갤럭시 화이트 트위치

 


스킨을 보자마자 특정 선수가 떠오른다면...

보통 특정 챔피언의 숙련도 또는 역할 수행에 도가 튼 선수를 칭할때 쓰이는 관용어구가 'XX, 그 자체'입니다. 예를 들어 황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슈리마의 황제 '아지르'의 숙련도가 높았던 이지훈 선수를 아지르 그 자체라고 부르고, 커리어 내내 정글러로 압도적인 커리어를 기록하며 꾸준히 역체정으로 꼽히는 뱅기 선수를 정글 그 자체로 쓰는게 대표적인 용법이죠.

그런데 거꾸로 챔피언이 선수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2014년 우승한 스킨인 '삼성 갤럭시 화이트 트위치'입니다. 사실 삼성 갤럭시 화이트의 우승 스킨은 트위치 외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숨겨져 있는 캐릭터가 둘이나 더 있는데요.

형제팀인 삼성 갤럭시 블루와의 내전을 승리하며 2014 시즌 세체미로 인정받은 폰이 상대였던 다데 선수의 자켓을 넘겨받은 일화를 반영해 삼성 갤럭시 자켓을 입고 있는 탈론 스킨을 받았고, 대회 내내 압도적인 개인 퍼포먼스와 팀을 이끈 지휘능력으로 MVP에 등극한 마타 선수는 우승 스킨인 쓰레쉬의 랜턴이 우승 트로피 '소환사의 컵' 모양이라는 사연이 있죠.


감동의 자켓 수여식

그럼에도 삼성 갤럭시 화이트 트위치가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이를 플레이하던 임프 선수의 특징이 챔피언에 가장 많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자운에서 알아주는 악당이라는 트위치의 원 배경과는 달리 삼성 갤럭시 화이트 트위치는 똘망똘망한 눈매와 큰 뱅뱅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으며 에너지 드링크로 추정되는 음료를 석궁에 매달아두고 귀환 시에는 협곡 바닥을 열심히 굴러다니고 있죠.

앞서 언급한 똘망똘망한 눈매와 큰 뱅뱅이 안경은 임프 선수의 실제 모습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요소고, 석궁에 꽂힌 에너지 드링크는 임프 선수가 평소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폰서 음료 '핫식스'를 연상케 하며 바닥을 구르는 특수 귀환 모션은 결승전 프리뷰 쇼에서 "결승전이 열리는 이 장소(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잔디가 크고 멋진 경기장이라 솔직한 심경으로는 바닥에 누워서 굴러보고 싶다" 답변한 내용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전까지는 팀의 로고와 컬러 등 상징적인 요소만 반영되는 수준에서 그쳤던 롤드컵 우승 스킨이 삼성 갤럭시 화이트 트위치를 기점으로 선수의 평소 모습과 의향을 조금씩 반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임프 선수도 이 스킨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중국 LPL 리그 진출 후에 트위치를 고를 땐 이 스킨을 고르는 빈도수가 굉장히 높았다고 하네요.

■ 최초의 식스맨, 코칭 스태프 헌정 스킨, SKT T1 아지르-SKT T1 꼬마 와드


페이커 선수를 상징하는 라이즈와 등을 맞댄 구도가 아주 멋집니다

SKT T1 아지르 스킨과 SKT T1 꼬마 와드는 최초의 식스맨, 코칭 스태프 헌정 스킨이라는 이례적인 타이틀이 붙은 사례들입니다. 더군다나 아지르는 원래대로라면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팬들 입장에서는 더욱 나와줘서 다행인 스킨이죠.

스킨의 주인인 이지훈 선수는 자국 리그인 LCK에서는 엄청난 포스를 보여주며 포스트시즌/결승전 MVP를 가져가고 국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빛바래지 않는 맹활약을 펼치며 SKT T1이 가장 성공적으로 식스맨 제도를 활용해다는 평가를 듣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개발진 측에는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었을까요? SKT T1 아지르 스킨은 2015 월드 챔피언십 우승 스킨의 최초 설계에는 상정되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그나마, 공개된 스킨의 초안을 보고 LCK 인터뷰 중 SKT T1의 선수진이 스킨의 퀄리티 문제를 지적하며 동시에 페이커가 롤드컵 참여 조건에 식스맨 채용이 있었는데 왜 활약한 식스맨에 대한 헌정 스킨이 없느냐는 언급을 하면서 이지훈 선수는 아지르로 우승 스킨을 받으면서 최초의 식스맨 스킨이라는 영예를 안을 수 있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직접 귀환 모션을 정할 수 있게된 것은 덤이죠.


당시 PBE 공지 내용, 전반적인 퀄리티 개선과 아지르, 칼리스타 스킨 추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헤프닝이 전화위복이었을까요? 그 다음 해에도 SKT T1이 롤드컵을 연달아 우승했을 땐 별 탈 없이 준수한 퀄리티로 우승 기념 스킨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선수 신분이 아닌 '꼬마' 김정균 감독의 모습을 한 와드 스킨까지 발매되기에 이르렀는데요. 라이엇 게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김정균 감독은 지나가듯이 '롤드컵 3회 우승을 달성하면 코칭 스태프를 위한 스킨을 제작해달라'는 주문을 했는데 거짓말처럼 이를 이뤄버리니까 그 소원이 실제로 일어나버린 셈이 됐습니다.

당시 김정균 감독의 답변이 진심이었는지 농담이었는지는 본인 스스로 밝히지 않았기에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그래도 SKT T1의 3회 우승이라는 위업에 김정균 감독의 엄청난 기여도가 있었고 이를 위해 뒷바침된 노력 또한 모두에게 인정 받았기에 소기의 성과로 나타나지 않앗나 싶습니다.


요들족이 된 꼬감독

 

■ 저의 아내(?)를 스킨으로 만들어주세요, 담원 게이밍 레오나


'내 손을 잡아라, 베릴'이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도입부에서 소개한 베릴의 기행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담원 게이밍 소속 서포터로 월드 챔피언이 된 2020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죠.

당시, 베릴을 상징하는 강렬한 임팩트를 보여준 챔피언은 2020 LCK 통산 13승 1패, 2020 롤드컵 통산 4승 0패라는 미친 성적을 거두면서 자기 혼자만 쓸 수 있는 전용 필살기 '판테온'이었습니다만, 2021 시즌부터는 서포터로 쓸 수 없도록 재설계가 예정되어 있고 인기가 없을 것 같다는 부차적인 이유도 있어 우승 스킨을 받는 것은 그에 준하는 18승 3패의 '레오나'로 결정됐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레오나 스킨의 모티브로 딸려들어간 요소였는데요. 2020 담원 게이밍의 우승 스킨은 기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베이스로 선수들의 요구사항이 조금씩 반영되는 형식이엇기 때문에 너구리 선수는 케넨의 모습에 '너굴맨(라쿤)'의 모습이 드러나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고 고스트 선수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쉿 포즈를 넣어줄 것을 요청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베릴은 또 남다른 선택을 합니다. 바로 당시 베릴 선수가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던 게임인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통칭 프리코네)'의 캐릭터 '사렌'을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달라 주문한 것입니다.

실제로 LCK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프리코네에서 몸담고 있는 클랜의 이름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평상시 관련 커뮤니티에서 사렌 사진을 올리면서 '제 마누라 예쁘죠?'라는 게시물을 쓰고 다니며, 롤드컵 우승 직후에도 영업을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롤드컵 우승 스킨 제작에 이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뉴클리어에 의해 마누라로 스킨을 제작한 것이 커밍아웃 당한 장면 = 뉴클리어 개인방송 클립

결국 前 팀원이었던 뉴클리어 선수와의 대담을 통해 스킨 제작 관계자에게 사렌의 사진을 직접 전달하고 귀환 모션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전달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고 실제 스킨은 사렌, 정확히는 아종 캐릭터인 사렌(여름)과 매우 유사한 헤어 스타일, 리본이 들어간 형태로 완성됐습니다.

​심지어 스킨이 출시될 당시 패치 노트에서는 프리코네 에서 사렌 캐릭터를 최초 획득할 경우 나오는 특수 대사인 '너하고는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아'를 연상케하는 '이 스킨, 베릴 선수와는 처음 만난 것 같지 않네요'라는 나레이션이 나오며 오피셜로 인정 받은 사례가 됐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롤의 아트스타일에 맞게 특징을 잘 살려놓은 편입니다


그 밖에도 플랑드레 선수에게 헌정된 EDG 그레이브즈 우승 스킨의 경우 귀환 모션에서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팬덤 전용 응원도구 '네버봉'이 등장하고, EDG 조이 우승 스킨의 경우 스카웃 선수가 4번의 롤드컵 출전 끝에 우승을 거머쥔 것을 귀환 모션에서 4번의 시도 끝에 소환사의 컵을 거머쥐는 것으로 은유하는 등 선수 개개인의 면모나 행적을 알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만한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과연 이번 DRX의 스킨은 어떤 형태로 나올까요? 그리고 베릴 선수의 소원대로 최애 캐릭터로 스킨을 만든다는 꿈은 다시 한 번 이뤄질 수 있을까요? 팬 분들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2023 시즌 13.9버전 패치를 기다리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호현 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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