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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알고 보면 세계관 최강자, 게임 속 미스테리 상인 캐릭터들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2-12-31 13:00:50 (수정 2022-12-31 13: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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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있어 빼놓으면 섭한 존재, 그것은 바로 상인(Merchant) 계통의 NPC 캐릭터입니다.

상인 계통의 NPC 캐릭터들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돈에 미쳐있다'는 속성이 기본으로 따라오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파는 아이템은 헐값으로 매입하면서 정작 좋지도 않은 물건을 비싸게 파는 경우가 대다수죠.

하지만 이러한 상인 캐릭터가 없다면 게임 진행에 가장 중요한 소모품이나 핵심 장비 또는 재료를 구할 수 없어 결국엔 진행이 아주 힘들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좋든 싫든 몇 번이고 마주하고 앉아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 애증의 관계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인 NPC 캐릭터들 중에서도 알게 모르게 세계관 최강자의 속성을 가진 친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이번 조선통신사의 주제는 바로 알고 보면 세계관 최강자, '미스테리 상인 캐릭터'입니다.


■ 가논돌프도 못하는 원샷 원킬, 도구점 아저씨는 가능해요


물건을 훔치는 비겁한 녀석은 죽어야 햇!

젤다의 전설 시리즈 내에서 늘 플레이어 캐릭터인 링크와 아치 에너미로 대치하는 것은 힘의 트라이포스를 소유하고 있는 강적 '가논돌프'입니다만 사실 가논돌프보다 훨씬 강하고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존재가 있으니 바로 시리즈 4번째 작품 '꿈꾸는 섬'에 등장하는 도구점 아저씨입니다.

꿈꾸는 섬의 '도구점'은 게임 내의 배경인 코흐린트 섬의 유일무이한 상점이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수시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재방문하여 재화를 털어넣어야 하는 핫스팟이지만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을 직접 상점 주인에게 들고 가는 고유의 게임 시스템 때문에 도구점 아저씨의 시선을 피하면 값을 치르지 않고 몰래 물건을 들고 나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식으로 물건을 훔치면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을 어떻게 설정했더라도 조우하는 모든 NPC나 이벤트 중 캐릭터의 명칭이 도둑(どろぼ 또는 THIEF)로 치환됩니다. 이를 보면 도둑질은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것을 상정하고 제작진이 숨겨둔 비장의 기술로 보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 상태에서 다시 도구점을 방문하면 '물건을 훔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대사와 함꼐 의문의 기술로 링크를 일격사 시켜버린다는 점입니다.


2019년 꿈꾸는 섬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해당 이벤트는 건재합니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 내에서 즉사기의 존재는 드물게나마 존재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피해갈 여지가 있는 반면 도구점 아저씨의 응징은 전투가 아닌 이벤트로 분류되기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필연적인 죽음입니다.

심지어 꿈꾸는 섬은 1번이라도 사망하면 진정한 엔딩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엔딩을 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아예 도둑질을 하지 않거나 도둑질을 하면 다시는 도구점을 이용하지 않고 게임을 클리어해야만 하죠.

꿈꾸는 섬 이후로 전투 이벤트가 발생하는 '강적으로서의 상인 NPC' 캐릭터가 다른 게임들에서 여럿 등장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교전이 성립하거나 클리어나 회피가 가능한 반면 꼼꾸는 섬의 도구점 아저씨는 다시 조우한다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기다린다는 점에서 세계관 최강자로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크립트 오브 네크로댄서'나 '엔터 더 건전'도 비슷한 상호작용을 거쳐 강적으로 등장하는 상점주인들이 있지만 그래도 물리칠 수 있는 적입니다

■ 주목해야하는 것은 끝없는 빚갚기가 아닌 끝이 보이지 않는 자금력


채무의 시작

동물의 숲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상인 NPC 캐릭터인 '너굴', 대다수의 마을 주민(플레이어)들에게는 채무를 안겨주면서 돈으로 돈을 굴리고 돈놓고 돈먹기를 하는 악질 캐릭터로 왜곡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이 친구의 자금력이 정말 어마무시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꺠달을 수 있게 됩니다.

게임 시리즈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매번 새로운 지역을 무대로 새로운 정착민들이 수도 없이 들어오는데 놀라운건 새로운 마을의 지주는 무조건 너굴이고 정착민의 지원금을 무이자-무담보-무기한 대출을 지원하는 것도 너굴이며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지도 않으면서 자진해서 빚을 갚으면 공짜로 건물을 증축해주는 천사표 자본가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일구던 마을을 포기하고 새로운 마을로 이주하는 것을 선언하면 기존 마을을 헐값도 아니고 아주 후한 값으로 매입해주고 있습니다. 자기는 돈을 빌려줄 때 전혀 이자를 받지 않으면서 되레 마을 주민이 땅을 손에 처분할 땐 이자까지 제대로 쳐주면서 말이죠.


너굴의 자산에 한계라는 것이 있는 걸까요?

이쯤되면 우리는 너굴이 악질 자본가냐 아니냐의 영역을 떠나서 얼마만큼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의심해야 하는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본래 대출이란 것은 원래 많은 금액을 빌릴 수록 조건이 까다로워지거나 살인적인 이자율이 붙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너굴은 이런 것들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빌려달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면서 내주고 그러면서도 그가 운영하는 상점의 규모는 계속해서 크고 아름다워집니다.

자선사업가 수준으로 돈을 펑펑 뿌리고 다니면서 그 와중에 계속 땅을 넓히며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키워나가는 너굴, 그는 그 어떤 게임에서도 만나 볼 수 없는 세계관 최강의 수완가가 아닐까요?


알고 보면 그냥 돈이 정말정말 많은 자선사업가일뿐

 

■ 기생 생물보다 강하고, 세계마저 구하는 금전욕


바하4를 플레이해봤다면 잊을 수 없는 그 대사 "웨에에에엘껌"

보통 상인 NPC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의 게임 진척도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출몰하여 거래를 진행하지만 그래도 너무 게임 몰입에 방해는 되지 않게끔 나름대로 상인 캐릭터에 설정을 붙여 위화감을 해소하는 일련의 작업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최종보스 전에 가까운 지역의 상점은 태어날 적부터 위험 지역에서 쭉 살아왔기에 위험천만한 환경에 익숙한 사람이거나 베테랑 모험가 출신이 상인을 맡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이런 설정 같은 것을 깔끔하게 무시하면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이오하자드 4에 등장하는 '암시장 상인' 되시겠습니다.

암시장 상인의 대단한 점은 플라가라는 기생생물 병기의 창궐로 난장판이 된 마을에서 온갖 위험천만한 상황들을 헤쳐나가며 조금씩 전진하는 플레이어보다 항상 한발 앞서가면서 기다리고 있으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개조된 총포들을 판매한다는 점입니다.


상점을 이용할 땐 알 수 없지만 멀리서 스코프로 확인하면 플라가가 기생 중인 가나도(Ganado)의 특징 '붉은 눈'이 드러납니다

실제로 주인공 캐릭터인 레온 케네디는 그의 행적과 판매하는 물건들을 보면서 이런 난장판에서 어떻게 이런 장비들을 구하는지, 밖으로 나가면 전쟁이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감탄하는 메타 대사가 있으며 제작진의 공식 설정으로 이 암시장 상인 또한 기생생물 플라가가 체내에 존재하고 있지만 오직 금전적인 욕구만으로 정신을 지배당하지 않고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플라가가 기생하고 있어서인지 혹은 개그캐릭터 보정인지는 몰라도 플레이어가 이 암시장 상인을 공격하면 별다른 저항없이 사살되지만 다음 암상인 출몰지로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되살아나서는 웰~껌을 외치며 레온 케네디를 맞이해줍니다.

생화학 병기의 위험도 초월하고 죽음도 극복하는 그의 금전욕을 세계관 최강이 아니면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죽고 나서 다음 지역에서 만나도 패널티를 일절 부가하지 않는 걸 보면 대인배 중 대인배이기도 합니다.

[신호현 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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