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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과연 괜찮은가? '게임적 허용'으로도 극복하기 힘든 게임 속 요소들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2-12-24 13:00:49 (수정 2022-12-24 13: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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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용어 중에는 '시적 허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문법을 잘 지킨 문장으로 시가를 구성하는 게 좋겠지만 조금 더 편하게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비문을 만들면 결과적으로 규칙에서는 어긋날지 몰라도 작품성은 향상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자주 사용되는 용법 중 하나입니다.

게임 또한 어떻게 보면 문학처럼(?) 종합 예술의 한 갈래인 만큼 이와 비슷하게 '게임적 허용'이라는 용어가 존재합니다. 애초에 대부분의 게임이 창작물인 만큼 현실적으로 따지고 들어가 보면 태클 걸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게임의 몰입감과 재미를 위해 넘어갈때 해당 용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맨손으로 한방에 곰을 때려잡는 불곰국 성님들같은 기행이 게임에서는 10살 어린이도 가능한 행위입니다

보통은 다들 게임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신경 안쓰는 게임적 허용이 많지만, 아주 가끔씩 '이거 이상한데요'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게임적 허용들도 몇가지 존재합니다.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조건부 허공답보


와우를 시작한 사람도 가장 손쉽게 딸 수 있는 업적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유저 '용사'는 온갖 악의 무리를 모조리 때려 부수고 신적인 존재들과도 치고 받으면 확장팩을 거듭할수록 강해진 먼치킨입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7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면 짤없이 사망하는 개복치스러움도 겸비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용사들은 브레스 피해욧보다 치명적인 낙사를 피하기 위해 직업별, 종족별로 낙사를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낙하 속도를 낮추는 마법 '저속 낙하'라던가, 위치를 순간적으로 변환시키는 '점멸' 마법, 자유 낙하 운동에 내성이 있는 동물로 변신하는 '드루이드의 변신' 마법, 심지어 과학 기술의 결정체인 로켓 허리띠를 활용한 고블린의 종족 특성 '로켓 도약' 같은 것도 있죠. 사실 와우 내에서는 더 많은 낙사 방지법이 존재하지만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일단은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들입니다.

그런데 사실 와우에서 낙사 방지법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끄는 수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사의 '돌진'입니다. 돌진은 전사의 대표적인 선공기 중 하나로 먼 거리를 단숨에 달려들어 피해를 입히고 상대를 제자리에 묶어두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요. 유효 사정거리 안에 시전 가능한 중립 또는 적 대상이 있다는 조건만 맞는다면 어지간히 말도 안 되는 지형을 제외하면 그냥 무시하고 주파하여 달려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공중에서 사용했을 때입니다. 공중에서 자유 낙하 중 사망 위기일 때 마침 먼발치에 돌진 가능한 적 대상이 있다면 공중에서 썌앵하고 내달리며 대상을 무력화하고 자신은 낙사를 방지할 수 있는 허공답보를 보여주지만 거꾸로 지상에서는 공중에 있는 적에게는 돌진이 아예 불가능해 허공답보의 편린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듀로타 멧돼지가 되고 말죠. 그야말로 모순이 따로 없습니다.


지상 돌진(좌)과 공중 돌진(우), 공중에서 돌진하면 돌진 궤적이 사선을 그리며 아래로 찍히는 진풍경이 됩니다. 대공 돌진은 안 되는 것이 함정

■ 캐슬바니아 - 체력 회복 아이템이 나오는 장소


일단 부술 수 있는 것은 부수는 게 이득

캐슬바니아, 내수판 제목인 악마성 드라큘라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코나미의 고딕 호러 액션 게임 시리즈입니다. 사실 캐슬바니아는 플랫포머 액션 게임 중에서는 눈에 띄는 구성요소가 몇몇 있고 이를 시리즈의 전통으로 삼고 있는데요.

가장 유명한 것은 촛불, 횃불, 샹들리에를 부수면 하트가 나오고, 특정 벽을 부수면 고기 등 식재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특이하게도 이 게임 시리즈에서 하트는 체력이 아닌 십자가, 단검, 성수, 도끼, 성서와 같은 보조무기 '서브웨펀'을 사용하거나 필살기를 발동하는 자원이고 고기처럼 먹을 수 있는 식재만이 체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습니다.

​일단 촛불을 부수면 하트가 나오는 건에 대해서는 시리즈의 메인 프로듀서였던 '이가라시 코지'가 코나미 재직 시절 인터뷰(http://www.wired.com/2007/10/interview-iga-t)를 통해 직접 답변한 내용이 있습니다. 악마성 내에 배치된 촛불은 '불행하게도 악마성을 찾아와 희생당한 이들의 영혼이 사로 잡힌 것으로, 이를 부수어 영혼을 해방시켜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 라고 말이죠.


촛불과 벽을 주요 드랍처로 설정해서 밈으로 만든 원흉

게임적 허용에서 문제를 삼아야하는 것은 바로 이 식재들이 죄다 악마와 몬스터가 득실대는 악마성의 벽을 부숴야 나온다는 점입니다. 정확히는 회복 아이템으로서의 식재가 오직 벽에서만 나오는 것은 메트로이드로 시리즈의 구성 전체가 변화하기 전인 고전작 기준이고 이후 작품들에서는 장비와 아이템을 수집하는 요소가 생기면서 몬스터가 직접 식재를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해당 사례들은 몬스터에게서 수집한 식재를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치거나 좀비나 구울 등 몬스터의 힘을 사용해 썩은 고기를 먹어도 탈이나지 않게 하는 등 선결 조건이 붙습니다.

심지어 식재를 회복 아이템으로 쓰는 대부분의 액션 게임은 적어도 보물 상자나 맵 밖에서 누군가 던져주는 등 그럭저럭 현실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을 입수했다는 느낌을 주지만 이쪽은 몇 년이나 묵었는지도 모르고 매번 구조가 바뀌는 기괴한 성에서 왜 벽에서 나왔는 지 모를 출처 불명의 식재를 먹어 체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런 고기를 먹어도 멀쩡하게 체력이 회복되는 고전 캐슬바니아 시리즈의 주인공, 벨몬트 가문의 인물들은 사실 위장이 철로 된 것일지도...


체력이 부족하다면 벽부터 찾아봅시다

■ 젤다 - 항아리를 부수는 것은 합법 행위


악! 항아리를 부수는 것은 너무 즐거워!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서는 진귀한 아이템을 주는 보물 상자 외에도 회복 아이템인 '하트'나 재화 '루피'를 주는 항아리 오브젝트가 있습니다. 이 항아리는 에이리어 내에 정해진 위치에 배치되고 해당 에이리어를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면 복구되는 특징이 있어 게임을 플레이하다 체력이 모자라거나 돈이 부족하면 계속 이를 부수고 복구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재정비를 하게 되죠.

그런데 이 항아리가 누군가의 사유지 또는 공공장소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플레이어가 이를 부수는 것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사실, 판타지 세계관의 액션RPG에서 합법과 불법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도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발각되면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이름이 '도둑'으로 바뀌고 도구점 주인과 재회하면 단숨에 즉사하는 게임 오버 이벤트가 발생하는 등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세계관에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남의 소유물일지도 모르는 항아리를 부수고 그 안의 물건을 취득하는 행위를 거듭해도 멀쩡한 것을 보면 혹시 주인공 캐릭터인 링크가 촉법소년이라 무죄방면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시간의 오카리나' 에서 특정 NPC는 오히려 항아리를 부수며 스트레스를 풀라고 추천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알게 모르게 링크를 지원하기 위해 하이랄 왕국 모두가 항아리 제공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만만한 게 항아리

■ 건담 에볼루션 - 메인 카메라를 당했을 뿐인데?


묘하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인터페이스

반다이 남코에서 자사 IP인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활용한 하이퍼 FPS 게임 '건담 에볼루션'은 지금까지 나온 건담 소재 게임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독특한 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원작 설정과 다른 장비를 착용한다는 말마따나 각 기체들의 무장을 제한하면서 확실하게 차별화를 시켰다는 점입니다. 같은 자쿠여도 백병전 특화 자쿠와 사격전 특화 자쿠로 나눠서 역할군을 달리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이퍼 FPS라는 장르를 생각하면 올라운드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기체가 넘쳐나면 게임 밸런스도 맞추기 힘들고 재미도 떨어저기 쉬우니 이런 부분은 원작파괴라면 원작파괴지만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굳이 따지면 건담 시리즈 내에서도 사격 무장을 완전히 배제한 '건담 에피온'이라던가 격투가 주무기인 '갓 건담' 등 특수한 목적성의 기체들도 많지만 이런 것들은 기존 작품에서도 심심하면 볼 수 있었던 친구들이다 보니 기존의 건담 게임들과 차별화도 어려울 뿐더러 소위 말하는 일반 병사들의 기체들이 주목받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오히려 지금의 건담 에볼루션에서는 다양한 기체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 제작진이 기존작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꽤나 고민을 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죠.


대놓고 헤드샷이라고 하긴 좀 그랬는지 '크리티컬 킬'로 표기되긴 하지만 저게 건담 에볼루션의 헤드샷 판정입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이라면 딱 하나입니다. 바로 '헤드샷'의 존재인데요. FPS라면 으레 있는게 헤드샷이라지만 머리는 플레이어를 인간으로 한정지었을 때 유효한 급소지 모빌 슈츠일 때는 전혀 아닙니다. 설정상 데부분의 모빌슈츠의 머리는 '메인 카메라'가 부착되어 시야를 확보하는 주된 수단으로 있기 때문에 굳이 급소의 존재를 넣고 싶었다면 차라리 파일럿들이 탑승하고 있는 '콕 핏'을 넣는게 맞지 않았을까 싶네요.

물론, 각 기체마다 콕 핏의 위치는 전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적어도 메인 카메라를 당했을 뿐인데 기체가 중파되고 터져나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헤드샷이 없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있습니다.

[신호현 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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