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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우승후보에서 웃음후보로, 예상치 못한 롤드컵 광탈 SSUL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2-12-17 13:00:46 (수정 2022-12-17 13: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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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1년 농사를 점검하는 최고의 무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이런저런 헤프닝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특히 직전 롤드컵에서는 이변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의외의 결과가 많이 나왔죠. 한국과 중국 팀의 강세는 정보에 빠삭한 핵심 관계자가 아닌, 롤드컵을 시청하는 모두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였기 때문에 대부분 공식 승부 예측 이벤트인 승부의 신에서 예상과 비슷한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 보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C조 선택에서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올해도 약팀이 강팀을 고꾸라뜨리고 고춧가루를 투하하는 업셋은 발생했고 그 와중에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 TOP ESPORTS가 전체도 아닌 해당 조 3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와 함께 침몰하면서 어김없이 '승부의 신, 멸망'이라는 멘트가 관련 커뮤니티에서 쏟아졌죠.

물론, 모든 스포츠에서 '절대'라는 예측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다전제가 아닌 단판제로 진행되는 그룹스테이지 단계에서는 평소 자국 리그 내에서 만나보지 못한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빌드를 상대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날로 먹는, 아니 날카로운 빌드(날빌)'로 불리는 생소한 전략 전술에 한 두번 당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통과의례라 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롤드컵은 파워 랭킹 내에서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팀들이 처참히 무너지는 사례가 목격되는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다른 스포츠 쪽에서 빌어온 용어로 말하면 '웃음후보'로 칭할 수 있는데요. 롤드컵에서 웃음 후보의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금주의 조선통신사 주제는 '우승후보에서 웃음후보로, 상상도 못한 롤드컵 광속탈락'입니다.


■ CASE 1. 큰 맘 먹고 지른 한국 선수들 덕 좀 볼까 했는데? - 2015시즌 LGD 게이밍

​2013년 'SKT T1 K'에 이어 2014년 '삼성 갤럭시 화이트'가 시청자들을 질리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월드 챔피언십을 2연속 재패했고 그 삼성 화이트에게 몇 안되는 세트 승을 따낸 로얄 클럽 등 몇 안되는 팀들도 결국엔 전부 한국 선수진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에 착안하여 중국을 포함한 많은 해외팀들이 한국 선수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죠.

그런데 하필이면 롤드컵 직후 삼성 갤럭시를 포함한 삼성 산하 스포츠단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삼성 갤럭시에서는 시즌 내내 승승장구하고 롤드컵마자 정복해 가치가 올라간 e스포츠 선수들의 몸값을 감당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결국, 2014년 롤판을 지배했던 삼성 갤럭시 화이트와 블루는 전부 오체분시되어 팀원들이 중국 LPL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호성적 보증수표와도 같은 한국 선수진을 영입했음에도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거둔 팀이 있는 반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팀들도 있었습니다. 에이콘(최천주), 플레임(이호종), 임프(구승빈)을 보유한 2015 시즌의 'LGD 게이밍'은 후자의 대표격이었죠. 실제로 한국인 선수 뿐만 아니라 중국인 선수까지 팀원 모두가 캐리 옵션으로 분류되고 구멍이 없다는 게 당시에는 지당한 평가였을 정도였습니다.

스프링 시즌은 준우승, 서머 시즌을 우승하며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던 LGD 게이밍은 야심차게 출사표를 내밀었지만 거짓말처럼 롤드컵에 가자마자 그룹스테이지에서 4연패를 찍고 일찌감치 탈락을 확정지었습니다.


그나마 탈락이 확정 후에 주전으로 나선 플레임이 팀원의 멘탈을 잘 다독이며 경기를 리드하여 남은 경기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정글러였던 TBQ(주융취안)가 1라운드 내내 건강 이슈로 인해 제 경기력이 나오지 못한 것만 빼면 선수들의 폼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고 충분히 8강권을 내다 보며 경기력을 회복할 기회는 있었습니다. 실제로 2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플레임이 주전으로 나서며 팀원의 멘탈을 다독여 일신한 플레이를 보여줬고 선수들의 경기력이 회복되자마자 2승을 손쉽게 챙긴 것을 보면 왜 대회 시작 전에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 납득이 될 정도였죠. 

하지만 이미 4연패로 기차는 떠난 뒤엿습니다. 2015 시즌 LGD 게이밍이 웃음후보가 된 원인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선수진이 제 경기력을 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코칭스태프의 부재로 인해 밴픽 미스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는 부분에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2015 시즌은 롤드컵 직전에 말도 안되는 수준의 대형 패치를 하면서 해설진이나 관게자들에게 비판을 들을 정도로 변수가 지대했다지만 만약 LGD 게이밍에 제대로 된 사령탑이 있었다면 챔피언 티어 정리나 메타 해석으로 충분히 제 성적을 내볼만했다는 이야기죠.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임프 폭발'이라는 이름으로 커뮤니티에서 돌았던 짤방입니다. 대회 직전 리워크 패치로 최강의 비원딜 바텀 라이너로 등극한 모데카이저를 풀어준 오만한 밴픽이 제대로 응징당한 장면인데요. 

물론 임프가 무빙딜 메커니즘 챔피언인 칼리스타의 성능을 믿고 다소 안이하게 움직이다가 거리를 준 것도 맞지만 대회 내내 모데카이저는 99% 확률로 픽 또는 밴당했고 100%의 승률을 기록한 슈퍼 OP였습니다. 풀어주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죠.


압도적인 위력으로 3단계 증폭된 모데카이저의 Q스킬 '스페이드의 철퇴' 한 방에 칼리스타가 폭발사산합니다.

■ CASE 2. 갈리오가 없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 2018시즌 RNG

2018시즌은 리그 오브 레전드 역대 최고의 원딜 중 하나로 꼽히는 우지(지엔 즈하오)가 1차 은퇴를 선언하기 전에 보낸 마지막 시즌입니다. 원거리 딜러의 영향력이 정점에 달해 있던 바로 직전 시즌 2017년이 우승 적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하필이면 그 유명한 페이커의 5연속 갈리오를 만나 제대로 물을 먹으면서 아쉽게 집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야했죠.

하지만, 이전과 달리 우지는 유리멘탈의 모습을 보이며 좌절하지 않고 더욱 정진했습니다. 덕분에 그는 2018년의 로얄 네버 기브업의 0옵션 캐리 롤을 수행하며 스프링 우승, MSI 우승, 서머 우승, 리프트 라이벌즈 우승, 아시안 게임 금메달 등 국내, 국제 무대를 가리지 않고 나가기만 하면 우승을 휩쓸며 아예 시즌을 통째로 정복하는 것을 눈 앞에 둔 상황이었죠.

심지어,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주차에도 전승가도를 달리며 그 누구도 이 팀이 시즌을 지배하는 왕의 자질을 지녔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를 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주차에서는 C9과 바이탈리티에게 일격을 허용하며 아슬아슬한 1위로 8강에 올라갔고 8강에서는 아예 전력 최약체라던 유럽의 G2를 만나 혈투 끝에 석패하면서 롤드컵 잔혹사를 추가하게 됩니다.

사실, 당시 G2는 약팀이 강팀을 엎어버리는 업셋의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전략 입안부터가 확실하게 RNG를 상대하기 위한 고심이 엿보이는 묘수뿐이었는데요. 

일단, 시즌 내내 7전 전승 토탈 1데스, KDA 63이라는 엽기적인 수준의 활약과 승률을 보인 바텀 하이머딩거로 밴카드 1개를 낭비시키고, 한타 페이즈에서는 RNG의 핵인 우지를 물어 죽이는 것이 매우 어려우니 아예 우지에게 클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바텀을 철저히 걸어잠그고, 상체 게임으로 난전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2018시즌 G2의 바텀라이너 야난(페터 프리슈스)의 대회 성적, 딩거의 지표가 가히 압권입니다

심지어 위의 기초 설계를 철저하게 지키는 와중에 기복이 심한 G2 선수진 전원의 경기력이 하필이면 RNG 상대로 최고점을 찍어버렸고 초반 격렬한 딜교환 과정에서 G2측 챔피언이 체력 1을 남기고 살아돌아가는 천운까지 따라주며 RNG는 말 그대로 제대로 억까를 당해버리고 말았습니다.

RNG가 웃음후보가 된 요인에 대해서는 팀 전체를 운영하는 방법론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18년 롤드컵을 휩쓴 것은  대회 MVP인 닝(가오전닝)의 카밀처럼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잦은 교전 유도와 강한 상체의 힘으로 게임을 흔들어 승세를 쟁취하는 이른바 '상남자 메타'였는데요. 

RNG가 비록 1년 내내 호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우지의 원맨 캐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보니 다른 팀들에게 그 약점을 간파당할 시간을 충분히 줬고 그게 하필 롤드컵에서 터졌다는 것이죠.


야심찬 마지막 롤드컵 도전은 광탈로 끝이 나버린...

​■ CASE 3. 오히려 체급은 올라갔는데... - 2021시즌 FPX

2019년의 챔피언으로 등극한 불사조, 펀플러스 피닉스(FPX),  사실 FPX는 우승하던 당시에도 각 라이너의 순수 체급은 빈말로도 높게 평가받지 못한 로스터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직전 시즌을 휩쓴 상남자 메타를 모든 팀들이 받아들이고 교전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가운데 항상 먼저 때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선공권과 신속한 이합집산으로 팀 단위 운영에서 이득을 취하는 방식을 중시해 내로라 하는 강팀을 모조리 격파,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결국 과정이야 어찌됐든 불사조처럼 살아남아 최후의 최후에 이기는 팀이 진리라는 것을 몸소 증명했죠.

비록 다음 해인 2020년도에는 선수진의 폼이 더욱 떨어진 탓에 이전의 전술을 아예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하락세를 겪었지만 2021시즌에는 당시 최고의 탑솔로 라이너 자원으로 꼽히던 너구리(장하권)을 비롯한 강한 선수진으로 체급을 보완했고 예나 지금이나 팀의 중핵은 브레인이자 야전 지휘관인 미드 라이너인 도인비(김태상)였기에 이를 중심으로 스마트한 플레이를 다시 구사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 복병처럼 치고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받았습니다.


너구리 영입을 암시하는 당시 FPX의 공식 트윗, 그만큼 FPX에 걸린 기대감이 컸습니다

실제로 LPL에서 2시즌 연속 준우승을 찍을 정도면 그 해의 강력한 롤드컵 우승 후보로 꼽힐만한 실력을 가졌음을 충분히 증명해낸 것과 마찬가가지였고 하필 그룹스테이지 조 지정식 당시 역시나 그 해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담원이 있었기에 양 팀이 혈투를 벌여 명경기를 제조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팬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FPX는 LEC 리그 내에서도 무력 원툴이라 내수용, 여포로 분류되어 까이는 로그는 커녕 팀의 에이스인 퍽즈(루카 페르코비치)가 폼이 수시로 오락가락하며 퍽즈와 박주를 오가던  LCS의 C9에게도 게임이 비벼지더니 2라운드에는 아예 전패로 박살나면서 단숨에 우승후보에서 웃음후보로 격하되고 말았습니다.

이 팀의 몰락 원인은 뚜렷했습니다. 모든 선수진의 폼이 자국 리그를 휩쓸던 때와 비교하면 처참할 정도로 저하됐고 이를 끝까지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1주차 시점에서는 너구리가 분전하며 소방수 역할로 어떻게든 끌고가며 꾸역꾸역 승리를 적립할 수 있었지만 원맨 캐리롤은 그만큼 한명에게 씌워지는 부담이 크기에 급격히 무너질 확률 또한 높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결국 너구리마저 무너지며 FPX는 우승을 향해 날갯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국으로 날아오르는 비행기 날개에 몸을 싣었고 이 사례 덕분에 2015 시즌 MVP 선수였던 마린(장경환)에 이어 한국의 월드 클래스 탑솔러가 중국 진출만 하면 영원히 고통받다가 망가진다는 징크스가 갱신되고 말았습니다.


무력밖에 없다는 로그에게, 안이한 플레이로 후방 시야를 내줘서 기습당한 것을 보면 FPX의 장점인 지능적인 플레이는 상실한 지 오래

[신호현 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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