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혹시 '우정 파괴 게임'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특정 장르의 이름이라기보단 여러 명의 유저가 같이 플레이할 때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게임들에 붙는 명칭입니다. 특히 우정 파괴라는 단어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물리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게임들을 일컫습니다.
우정 파괴 게임에서 상대를 괴롭힌다는 의미는 꼭 대전 격투처럼 시스템이 정한 규칙 안에서 대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고전 게임을 예로 들면 '아이스 클라이머'나 '벌룬 파이트'처럼 협동 공략이 목적이지만, 전략적으로 아군 오사가 가능할 경우에도 성립합니다. 트롤링이라고요? 아, 아무튼 전략적 아군 오사라니까요? 명심하세요. 게임은 꼭 엔딩을 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조선통신사는 친구들에게 극찬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최근 주목받은 우정 파괴 게임으로 구성했습니다. 붕우가 서로 춘부장과 자당의 안부를 전하게 되는 명작들을 살펴보시죠.
■ 잇 테이크 투, 정신 나간 부모들의 좌충우돌 모험기
최근 '잇 테이크 투'라는 게임이 스트리머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RPG와 슈팅, 퍼즐, 대전 액션, 레이징 등 수많은 장르를 한 게임 안에 절묘한 배분으로 나눠 담아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죠. 특히 이 게임은 두 캐릭터가 서로 협력하고, 또 경쟁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점에서 기존 협력 게임들에서 느낄 수 없는 참신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어린 딸 '로즈'를 둔 부부 '코디'와 '메이'의 불화로 시작됩니다. 코디와 메이는 다툼을 계속하다 급기야 이혼을 입에 올립니다. 하지만 로즈는 부모님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며 눈물을 흘리고, 그 순간 코디와 메이는 마법에 걸려 로즈가 만든 인형이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상천외한 모험을 겪게 되죠.
게임은 앞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점이죠. 퍼즐을 맞출 때는 협력을 해야 하지만, 두더지 잡기처럼 서로를 공격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치 애증 관계인 두 주인공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잇 테이크 투는 가정불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다양한 장르를 자연스럽게 혼합한 덕분에 평론가와 유저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 같이할 친구가 없으시다고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게임은 무료로 친구를 줍니다. AI라는 친구를 말이죠.
■ 어 웨이 아웃, 친구끼리 즐기는 프리즌 브레이크
잇 테이크 투가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두 사람의 이야기라면 '어 웨이 아웃'은 생전 처음 보는 두 사람이 고생길을 걷는 이야기입니다. 영화감독인 '요제프 파레즈'가 제작한 게임인 만큼 다양한 범죄 영화를 오마주한 부분도 매력적이죠.
전형적인 깡패 '리오'와 금융 범죄자 '빈센트'는 교도소에서 처음 만납니다. 생면부지였던 두 사람은 탈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의기투합합니다. 한 사람이 교도관의 눈을 속이는 사이에 다른 한 사람은 몰래 연장을 챙기거나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해 등을 맞대고 서로 의지하는 등 탈옥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죠. 탈옥이라는 위험한 행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협력 플레이 내내 공포 게임 못지않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게임 역시 잇 테이크 투와 마찬가지로 싱글 플레이어를 위한 AI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되도록 이 게임을 즐길 땐 친구와 함께 지근거리에서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AI는 실수했을 때 때려줄 수 없거든요. 그리고 내가 실수를 해서 게임 속 캐릭터와 옆자리 친구가 동시에 욕을 할 때 4D 영화 부럽지 않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 휴먼: 폴 플랫, 속 터지는 무척추 어드벤처
'휴먼: 폴 플랫'은 장애물을 넘고, 물체를 옮겨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임입니다. 조작법은 이동과 점프, 손 조작 정도로 간단하지만, 온몸에 뼈가 없는 듯 흐느적거리는 움직임 덕분에 생각보다 높은 난이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퍼즐은 대부분 혼자 풀 수 있는 수준이지만, 멀티플레이를 할 경우 조금 더 수월하게 해치울 수 있습니다. 게다가 퍼즐뿐만 아니라 같이 플레이 중인 친구까지 치워버릴 수 있어서 남다른 쾌감을 선사합니다. 휴먼: 폴 플랫의 캐릭터들은 자신의 손을 마치 자석처럼 다른 물체에 붙일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캐릭터도 예외는 아닙니다. 즉, 친구 캐릭터의 머리를 붙잡고 즐겁게 산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런 일을 자주 하다 보면 리얼 파이팅이라는 부가 콘텐츠도 즐길 수 있습니다.
휴먼: 폴 플랫은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모바일에선 최대 4인, PC에선 최대 8인까지 멀티플레이를 제공합니다. 여러 친구와 함께 대 환장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휴먼: 폴 플랫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 슈퍼 버니 맨, 괴상한 토끼들의 유쾌한 트롤링
'슈퍼 버니 맨'은 최대 네 명까지 협력 플레이를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번 조선통신사에서 우정 파괴 게임에 가장 근접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방법은 간단합니다. 토끼옷을 입은 괴상한 캐릭터를 조작해 장애물로 가득 찬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조작 방식 역시 구르기와 점프, 잡기 정도로 간단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다소 이상한 캐릭터들의 자세와 기이한 물리엔진만 빼고 말이죠.
문제는 친구와 함께 즐길 때입니다. 아마 '잡기'라는 조작 방식에서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능력만 된다면 아주 정성스럽게 친구를 '토끼였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벼랑을 붙잡고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친구에게 'Long live the king'을 속삭이며 낙사를 선사하거나 친구를 붙잡아 꼬챙이에 냅다 직각으로 꽂아줄 수도 있습니다. 평소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슈퍼 버니 맨으로 따라오라고 속삭여보시길 바랍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