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이런 걸 하고 싶었다.
내가 직접 플레이하는 게임, 누군가와 함께 플레이하는 게임, 퀘스트 하나를 깰 때도 보상을 들여다보고, 던전 한 번을 돌아도 상자 속 내용물을 기대하게 되고, 필드에 적이 등장하면 채팅창을 주시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만들고, 멋진 옷을 믹스 매치해 보거나, 다른 이의 캐릭터를 보고 감탄하며 커스터마이징 고민도 해보고, 방금 플레이로 누군가를 살렸을 때, 기가 막히게 콤보를 넣었을 때, 보스 공격을 완벽하게 회피했을 때, 기가 막힌 협공으로 강력한 전멸기 제압에 성공했을 때, 그야말로 게임 속에서 내가 하는 선택 하나하나 재미, 도전, 가끔 실망도 하지만 성취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
'아이온2'가 흔히 GOAT로 거론되는 PC/콘솔 게임들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잘 만든 게임이냐고 하면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온2'는 온라인 게임 최대 부흥기에 출시됐던 엔씨소프트의 MMORPG 승부수, 그 계승작으로서 정확히 MMORPG의 맥을 짚었다. 솔직히 이제 더는 도전할 주자가 없을 거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방향이 옳았다. 시작이 좋았다. 다소 시끄러운 감이 있었지만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갔다. 어차피 정면 승부 밖에는 답이 없어서. 인정할 것 인정하고, 고칠 것 고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아이온'라는 IP가 갖는 유산은 명확하다.
파티 플레이 중심의 던전 공략, 천족과 마족의 대립에 따른 RvR 구도, 그것을 재창조하여 계승, 발전시킨 것이 '아이온2'다. 원작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 시대의 아트워크를 가장 세련된 고품질의 그래픽을 입히고, PC 퍼스트의 수동 전투의 매력을 위해 후판정 기반, 스킬 연계 기반의 액션성 있는 전투를 우선했다. 여기서 최근 어드벤처 요소를 넣음으로써 산꼭대기, 물속 깊은 곳, 높은 하늘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을 탐험할 당위성까지 더했다. 이 탓에 '아이온2'는 어떤 면에서는 전작을 너무 닮아 새로운 유저층을 설득해야 하고, 어떤 면에서는 전작과 너무 달라 기존 유저층을 설득해야 했다.
물론 요즘 게임답지 않고 다소 스케줄이 빡빡하고, 코어한 면이 많다는 얘기가 있긴 있다. 필드에서의 원치 않는 PvP는 요즘 세대는 견디기 힘든 훼방일 것으로도 보인다. 이렇듯 게임에 대한 평가는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온2 개발진이 정식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과정을 봤을 때 충분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의 흐름이 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기자는 아이온을 꽤나 심취하여 즐겼던 수호신장 출신이고, 기자의 조카는 '파이널판타지14'에서 에오르제아를 구원한 빛의 전사다. 그리고 이 둘은 지금 '아이온2'에서 '궁성'과 '치유성'으로 투닥거리며 2티어 던전에 도전 중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아이온2'가 확실하게 되찾아준 게임의 묘미가 있다. 바로 직접, 함께 즐기는 게임이 갖는 매력이다.
'아이온2'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이온'으로 출시됨에 따라 다시 한번 아트레이아를 모험하는 데바들을 불러 모을 수 있게 됐다. 이번엔 꽤나 여러 세대를 아우르면서. 가장 익숙한 길이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낯선 길로, 그렇게 항해는 시작됐다.
'아이온2'는 MMORPG다. 내가 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한, 오늘과 내일이 다를 수 있는 바로 그 장르다. 게이머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재미 역시 그곳에 있다.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