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펄어비스가 선보이는 신작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에 전 세계 게이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의 자체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통해 개발된 AAA급 작품으로, 본 게임의 무대가 되는 광활한 페이웰 대륙을 사실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구현함과 동시에, 거칠면서도 강렬한 날 것 그대로의 전투를 담아내면서 펄어비스식 액션을 선보인다.
아울러 대규모 전투와 강력한 보스 몬스터와의 대결 외에도 다양한 기믹과 퍼즐을 활용한 탐험 요소, 제작과 채집 등의 생활 콘텐츠까지 더해지며 즐길거리 또한 폭넓게 구성했다.
붉은사막이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까닭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섬세한 감각이 곳곳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개발 단계에서의 테크 데모 영상 뿐만 아니라, 정식 발매를 앞두고 공개된 플레이 영상, 그리고 글로벌 게임쇼에서 펼쳐진 시연에서는 펄어비스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이 같은 디테일은 자체 오디오실과 모션 캡처 스튜디오, 3D 스캔 스튜디오 등 내부 기술 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완성됐다. 사운드부터 모델링을 위한 촬영 작업까지 아웃소싱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구축함으로써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결국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블랙스페이스 엔진과 맞물리며 게임의 퀄리티를 한층 끌어올리는 기반이 됐다.
섬세함과 집요함이 응축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펄어비스의 오디오실과 모션 캡처 스튜디오, 그리고 3D 스캔 스튜디오. 붉은사막의 숨 막히는 디테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제작의 산실을 직접 찾아 현장을 눈으로 살펴봤다.
■ 디테일의 방점을 찍는 3D스캔 스튜디오
펄어비스는 자체 3D 스캔 스튜디오를 갖추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과 사물을 그대로 촬영해 게임 속 그래픽에 녹여내고 있다. 게임 속에서 구현될 캐릭터 및 아이템, 그리고 오브젝트가 바로 이 곳에서 탄생하는데, 전신 스캔 뿐만 아니라 입 모양의 떨림이나 눈가 근육 움직임까지 담아내는 페이셜 스캔, 그리고 바위와 나무, 각종 장비와 아이템 등의 촬영이 이뤄진다.
페이셜 스캔은 얼굴에 마커를 표시하고 14대의 카메라가 촬영하게 되며, 이를 통해 근육 움직임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고성능 DSLR 카메라 272대를 원형으로 배치해 한 번의 셔터로 360도 전 방향을 동시에 촬영하는 전신 스캔 공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물은 물론 갑옷과 복잡한 무기, 유물까지 밀리미터(mm) 단위로 정밀하게 구현한다. 옷감의 질감, 얼굴의 주름, 장비 표면의 작은 흠집처럼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기 어려운 부분도 그대로 기록된다.


페이웰 대륙을 구성하는 바위와 나무 밑둥, 유물같은 자연물, 그리고 소품은 텐테이블 카메라 부스에서 촬영돼 3D 리소스화 된다. 특히 단순 디지털 에셋을 사용하기보다는 실제 돌과 바위를 채집해 모델로 활용했으며, 돌을 쌓아 담벼락과 같은 구조물로 제작해 촬영하는 등 돌 형태의 오브젝트의 질감을 살리고 형태를 완벽히 구현하고자 했다.



3D스캔 스튜디오 관계자는 "과거 메가스캔 데이터를 적용해봤으나, 기대한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라면서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내기 어려웠고 사실감을 살리고자 수작업과 촬영의 반복으로 3D 리소스를 만들어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실의 물체를 빠르게 촬영해 게임 그래픽으로 옮길 수 있어 제작 기간은 줄이고 사실감은 크게 높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 게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오디오실
붉은사막의 음악과 효과음은 오디오실에서 탄생한다. 보컬이나 내레이션 녹음이 이뤄지는 부스와 실시간으로 오디오를 조정하는 컨트롤룸이 갖춰져 있다. 오디오실 한 켠에는 각종 악기와 장비가 구비돼 있었으며 실제 연주 녹음 뿐만 아니라 게임에 맞는 사운드를 새로이 만들어내는 작업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폴리 녹음 공간에서는 일상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사물로 상상 속 소리를 만들어낸다. 배전함과 세탁기 호스를 마찰시켜 기계 생명체가 움직이는 소리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체인과 맨홀 뚜껑과 같은 재료를 활용해 각종 효과음을 제작하기도 한다. 모래와 자갈, 물 위를 걸을 때 발생하는 환경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폴리 녹음실 바닥에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으며, 이는 마치 유물 발굴 현장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만들어낸 사운드 소스는 부피감을 더하고 게임 환경에 어울리도록 다듬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바람이 약하게 불 때와 강하게 불 때, 그리고 물체가 부서질 때는 무게와 속도에 따라 다른 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작업했다. 특정 상황에 맞춰 소리를 미리 구현해놓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에 따라 객체 간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자동으로 출력되는 구조다.

가령 나무와 돌은 부딪힐 때 서로 다른 소리가 나며, 돌덩이가 떨어지는 타이밍도 제각각이기에 사운드 역시 매번 다르게 들린다. 군중 역시 마찬가지다. 인원 수나 행동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며, 전투에 참여한 인원에 따라 들려오는 발생음의 가짓수에도 변화가 발생한다.
오디오실을 총괄하는 류휘만 음악감독은 "대다수의 게임은 깔끔하고 멋있는 사운드와 음악을 강조하고 있지만, 펄어비스는 일차원적인 느낌, 특히 소리로 강렬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라면서 "업계의 표준을 따르지 않고, 펄어비스만의 소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라고 게임 음악 철학을 전했다.
■ 날 것 그대로의 액션 산실 모션 캡쳐 스튜디오
모션 캡쳐 스튜디오는 액터의 움직임을 촬영해 캐릭터의 액션을 데이터화하는 곳인 만큼 매우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다. 또 촬영 공간은 100대 이상의 카메라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액터의 움직임을 촬영해 즉시 게임 내에 반영하게 되며, 이를 통해 실제 게임 속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액터가 검을 휘두르면 게임 속 캐릭터도 동일한 동작을 따라하며, 현장에서 결과를 바로 확인하면서 수정과 보완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모션 캡쳐 스튜디오의 바닥은 액터의 안전을 위해 충격을 흡수하는 특수 재질로 마감돼 있으며, 공중 동작을 위한 와이어 장치와 3축 회전 장비도 갖춰져 있다. 덕분에 공중전이나 수영 장면과 같이 발이 지면에 닿지 않는 상황도 이곳에서 촬영이 이뤄질 수 있다.

스튜디오 한켠에는 검과 창을 비롯해 낚시대와 접시, 컵, 농기구까지 다양한 종류의 소품이 구비돼 있다. 해당 소품은 단순히 모양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실제 무게와 균형을 고려해 특별 제작됐다. 무게 중심이 달라질 경우 액터의 움직임도 달라지기 때문으로, 펄어비스의 디테일에 대한 고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액터는 모두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무술과 스턴트, 아크로바틱 경험이 있는 이들이 반복 연습으로 합을 맞춘다. 1대1 전투 장면은 물론이고 1대8 전투처럼 다수의 인원이 동원된 장면도 액터에 의해 탄생했다.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기 까지는 며칠의 리허설이 이뤄지기도 하며, 속도와 동선, 타이밍을 계속 조정하면서 가장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동작을 만들어 나간다.

거대 몬스터 역시 액터의 연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크기를 키워 적용하더라도 기본 움직임은 실제 액터의 동작에서 출발하며, 사람이 놀라거나 균형을 잃을 때의 반응처럼 의식하지 않은 작은 움직임까지 담아냈다.
모션 캡쳐 작업은 과천 사옥 펄어비스 홈원 뿐만 아니라, 안양에 펄어비스 아트센터에서도 이뤄진다. 안양에 위치한 아트센터는 300평 규모에 총 150대의 모션캡쳐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며, 9m 이상의 층고로 기둥이 없이 설계돼 있다.덕분에 넓은 공간에서 와이어 액션 등 다양한 모션 촬영이 이뤄진다.
붉은사막은 외형만 AAA급이 아니라는 것을 3D스캔 스튜디오와 오디오실, 그리고 모션 캡쳐 스튜디오 현장을 둘러보며 확인할 수 있었다.
자체 3D 스캔 스튜디오에서 현실의 질감을 그대로 옮기고, 오디오실에서 상황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소리를 설계하며, 모션 캡처 스튜디오에서 액터의 숨결과 무게 중심까지 데이터로 담아내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붉은사막의 스케일이 한층 커졌으며 디테일이 더해졌다.
외주에 기대기보다 직접 만들고 다듬는 선택은 펄어비스의 집요함이자, 장인 정신인 셈이다.
글로벌 기대작 '붉은사막'은 오는 3월 20일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