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미래다] 피플(11)-곰TV 진태민 음악감독
세계적인 e스포츠 리그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GSL)'에는 정종현이나 이정훈, 장민철 외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인물이 있다. 바로 GSL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책임지는 진태민 음악감독이다.
팬들에게 얼굴보다 'BK'라는 닉네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진 감독은 여느 음악감독들과는 다르게 해외의 모든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음악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BK'는 체스를 좋아하는 진 감독이 가장 잘 쓰는 말 '블랙나이트(BlackKnight)'에서 따온 약자다.
최근 GSL은 진 음악감독을 통해 무대연출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GSL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매 경기에 삽입된 배경음악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진 감독의 열혈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선수도, 해설도 아닌 음악감독이 열혈 팬 층을 형성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단지 선곡이 좋아서는 아닐 것이다.
e스포츠 리그의 연출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 진 감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그의 작업실을 방문, 취재 도중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들었고 "최근엔 일렉트로닉을 좋아한다"고 답하자 '덥 스텝(Dub step)' 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이에게 음악을 설명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선 순수한 열정이 묻어났다.
팬들도 이처럼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진 감독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 아닐까. GSL이 나은 또 다른 스타, 진태민 음악감독을 만나봤다.

◆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음악감독
진 감독은 대중이 평소 듣기 어려운 다양한 음악들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프로그램에 사용된 음악을 매 시즌마다 정리해 팬들에게 알려준다. 이런 진 감독의 노력이 열혈 팬이 생겨난 이유다.
팬들은 매 시즌마다 수십 건씩 음악에 대한 문의를 해오고, 반대로 곡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최근 온게임넷을 통해 스타2 리그가 방영된 이후에는 새로운 팬들의 관심도 대폭 늘어났다.
지난 8월 해운대에서 개최된 '2012 무슈제이 GSL 시즌3' 결승전에 쓰일 곡 선택을 위해서는 5천곡이나 되는 음악을 들었다고 밝힐 정도로 선곡 작업에 신중을 기한다. 시즌 개막 전에는 팬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에 3~4일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진 감독은 더욱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음악의 장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전했다.
"선수가 이기거나 졌을 때는 강한 음악 나오고, 초기 CG화면이나 선수들 준비과정에선 팝에 가깝거나 일렉트로닉이 나오기도 한다. 클로징 때 가장 여유를 부릴 수 있는데, 이 때 레게를 넣은 적도 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맵 소개 장면에서는 여러 곡을 리믹스해 각 곡의 1~2초 정도만 넣다보니 다양한 색을 내려고 시도 중이다"
e스포츠 무대 연출에서는 록 장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장르의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진 감독은 "기본적으로 두 선수가 싸우다보니 전체적인 분위기는 록 음악이 맞는 것 같다. 만약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하드코어 메탈음악이 나온다면 작의적일 것이다"라며 "억지로 바꾸고 싶진 않다. 개인적으로 장르 욕심 많지만 최대한 벗어나지 않으려 자제 중이다. 팬들이 거부감을 느끼면 안 된다. 현재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GSL 통해 세계와 교류
진 감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많은 팬을 두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GSL 덕택이기도 하지만 e메일을 통해 직접 소통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진 감독은 해외 팬들과 소통하며 해외에서의 뜨거운 GSL 인기를 실감한다고 한다.
"GSL이 해외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선수들의 실력도 계속해서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팬 입장에서 보면 정말 재밌다. 얼마 전 음악을 하는 한 외국인 친구를 만났는데,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e스포츠에 대해 설명하는 상황이 인상적이었다. 테니스와 비교해서 설명했는데,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굉장히 신선했다. 해외에선 e스포츠를 축구나 격투기와 다르게 보지 않는다. 차이나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상당히 밝게 본다."
진 감독은 팬뿐만 아니라 해외 뮤지션, 아티스트와도 직접 소통하며 곡 리믹스 작업에도 큰 도움을 주고받는다. 9월 초에는 GSL 트랙에 자신들의 곡이 포함된 것을 인연으로 핀란드의 록밴드 '쉐어(Shear)'가 방한해 GSL을 관람, 진 감독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진 감독은 아이튠즈나 아마존을 통해 다양한 음원들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해외의 레이블이나 아티스트들이 직접 음원을 보내주기도 한다.
해외 음악인들 사이에서 GSL의 영향력이 커지다보니 자신들의 음악이 GSL을 통해 나오는 것을 크게 기뻐하기도 한다.
"어떤 밴드는 자신들의 곡인 것을 숨기고 팬인 척하며 곡을 추천하기도 했다. 해당 곡을 트랙에 포함하고 나니 나중에 자신들의 곡이라는 사실을 알려왔다.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면 곡 선택에 영향을 줄 것 같아 말하지 않았지만, 트랙에 포함돼 기쁘다고 전해왔다. 개인적으로는 내 나름의 기준 안에서 모든 음악을 보려고 한다. 완성도나 새로운 시도에 점수를 많이 주는 편이다."
다양한 음악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문제도 복잡하다. 대부분의 음원에 대해선 회사 자체 법무팀에서 처리해주지만, 종종 국내나 아시아권 라이센스가 없는 독립적인 밴드들의 경우 저작권료를 지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밴드는 GSL을 오히려 일종의 프로모션으로 생각해주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것이 진 감독의 반응이다.

◆ 'GSL 통해 음악인들 돕고파'
진 감독은 GSL과는 별개의 음악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해외 잡지사와 연계해 GSL 트랙스를 공적으로 공표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모르겠지만,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일(GSL 트랙스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정보공유)이고 작다고 하기엔 전 세계 다양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재미가 없는 것을 억지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 콘텐츠 안에서 부가적으로 다양한 사람들 만나고 싶은 일이 조금 확장됐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 즐기던 것이 주지 못하던 재미의 확장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매 시즌 GSL이 끝날 때마다 OST를 발매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미 진 감독은 이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OST 발매는 생각보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현재 진행 중인 GSL 시즌4 트랙스를 보면 30개국의 음악이 섞여있다. 디지털음원으로 풀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국내외 팬들의 니즈(Needs)가 많아 고무적이다. 팬들 입장에선 새로운 밴드를 알게 됐는데 음원 구입이 힘들 때가 많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음원시장이 활발하지 않으면 음원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GSL을 창구로 삼아 아티스트들에게 수익이 가는 방안을 마련하고 싶은데 결제나 합본 판매 시 수익 분배 등 문제가 많다. 앨범 내에 한 두곡만 구매가 많아질 경우 여러 아티스트들에게 강제로 수익을 나누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진 감독이 GSL 트랙스 공시를 시작한 것도 음악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GSL OST도 음악인들에게 주는 도움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모든 밴드가 노력하는 만큼의 순수익을 얻지도 못할뿐더러,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정당한 콘텐츠에 대한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내가 모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어 즐기며 하고 있다."
탁월한 음악적 감각과 솜씨로 e스포츠 리그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린 진태민 음악감독. GSL을 통해 음악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e스포츠만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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