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지내며 '영웅'으로 불렸던 박정석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프로게임단 나진e엠파이어는 1일, 지난 5월 KT롤스터에서 선수생활을 은퇴한 박정석을 감독으로 선임하고 리그오브레전드 팀과 철권 팀을 그의 손에 맡겼다.
박정석 감독은 사회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감독직 제안을 거절했지만 나진산업 이석진 대표의 끈질긴 '삼고초려'에 감명 받아 지휘봉을 잡기로 결정했다.
이석진 대표는 "예전부터 박 감독님의 팬이었고 이렇게 함께하게 돼서 영광이다. 부담을 드리진 않을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고 있고, 상당히 장기간 계약했다. 잠깐의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한 것은 아니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도 원할 경우 바로 충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정석 감독은 "항상 제 입장에서 생각해주시니 정말 감사했다. 진심을 느껴서 나진으로 오게 됐다"고 감독이 된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나진e엠파이어 사령탑을 맡은 박정석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감독이 된 배경과 소감은?
5월에 은퇴식을 했지만 이전부터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고, 특별히 언급하기는 싫었다. 일하면서 게임 커뮤니티나 관련기사를 자꾸 보게 됐는데, 나중엔 업무에 집중하기위해 일부러 안 봤다. 3주 전 쯤 나진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 게임도 잘 모르고, 이쪽을 떠나서 '하기 힘들다' 했다. 이 대표님과 몇 차례 만났고, 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어필하셨다. 감독이 그 분야에 대해 모르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당장 필요한 것은 프로의 마인드나 인성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요청하셨다. 그때부터 홍진호 감독이나 김정민 해설 등으로부터 자문을 구했다. 회사생활을 하다가 세 번째 만날 때 감독직을 하기로 말씀드렸다. 내가 마음이 전혀 없었다면 안했을 것이다.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먼저 회사 일을 잘 마무리 지어야겠다. LOL 간간히 해봤는데 재밌더라. 스타와 다른 점은 스타는 경기를 나가는 친구에게 전략을 줄 수 있고 연습을 도와줄 수 있지만 실전에서는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 한다. 하지만 LOL은 팀플레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잘못된 플레이를 한다거나 하면 그 영향이 크다. LOL은 연습과 실전이 거의 비슷한 것 같다.
▶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기로 했는데?
오랜 시간 같이 생활해야겠다 싶었고, 나도 게임을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출퇴근 시간도 아깝고, 빠르게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합숙을 하기로 결정했다.
▶ 홍진호 감독에게 어떤 조언을 들었나?
18살 때부터 서울에 상경해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재균 감독, 강도경 코치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 부분에 대해 얘기했어야 하는데 굉장히 섭섭해 하더라. 그분들은 저를 오래전부터 봐와서 아직까지도 아이 같은 느낌이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정민 해설은 이성적으로 판단해줄 수 있을 것 같더라. 지금의 LOL은 스타1 초창기와 닮은 부분이 많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가졌고, 결승전도 봤다. 김정민 해설이 많은 조언을 해줘서 판단에 도움이 됐다. 공식적으로 e스포츠가 아닌 일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스스로 가벼운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부담도 있었다. 미련을 단속하려면 그렇게 말이라도 해서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지만,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었다.
▶ KT 사무국에는 알렸는지?
어제 숙소에 가서 말씀 드렸다. 사실 KT에서도 섭섭해 하는 부분은 있었다. 그럴 거면 왜 나갔냐는 식의 이야기도 있었다. 가서 내 입장을 솔직히 말씀 드렸고, 워낙에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애정 있게 봐주시니 제 의견을 존중해준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 드리자면 그동안 비밀로 하고 쉬쉬했는데, 나중에 보니 소문이 조금씩 나있더라. 전화가 오면 그런 일 없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입장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 팬들 사이에서는 '배신'이란 단어도 나오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떠날 때 사람의 앞날을 알 수 있었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회사생활에만 전념하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던 상태였다. 이렇게 되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고, 오랜 시간 고민을 하게 됐다. 사실 스타1 팬 분들께는 죄송스럽다. 때문에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감독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 예정인가?
대표님께 '권한'과 '책임'을 모두 달라고 요구했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위치가 있기 때문에, 주장이나 선배로 있을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연습 스케줄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며 어떤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다. 선수들의 성향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한다거나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많은 감독님들을 거쳐 오며 어깨너머로 배운 노하우들을 접목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녹여낼 것이다.

▶ 선수들의 첫 인상은?
솔직한 심정은 예전에 한빛소프트 처음 입단했을 때 느낌과 닮아있었다. 옛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났다. 자율적인 연습 환경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느낌이랄까. 처음에 만들어놔야 당분간은 획일화된 연습환경이 조성될 것 같다.
▶ 잠시 동안의 회사생활은 어땠나?
일이 힘든 것 보다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했다.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열심히 하려고 했다. 처음엔 정말 무서웠다. 누구하나 따뜻하게 말을 건네지 않았고 내가 알아서 일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1달 정도 그렇게 지냈고, 이후부터는 다들 잘 대해주시더라. 정이 들려던 차에 떠나게 되기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많이 배웠고 많은 것을 경험했다. 서른 살이 가장 변화가 많은 시기인 것 같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LOL의 경우 5명이 해서 에이스나 받쳐주는 선수가 생기는데, 그런 것에 대해 편견을 두고 싶지 않다. 이기면 다 잘해서 이긴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생각 중인 팀의 모토는 '믿음과 이해'다. 스타에서 팀플레이도 했지만, 나 때문에 이겼다거나 내가 실수했을 때 팀원 덕분에 이겼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때 남 탓을 하게 되면 믿음이 깨지게 된다. 자기가 맡은 임무에 충실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홍진호 감독의 제닉스스톰과 붙게 된다면?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동병상련을 겪었다. 군 생활도 같이 하고 다시 LOL에서 만나게 됐다. 얼마 전에 전화를 했다. 덕분에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했더니 "나한테 와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말했다. 많이 배울 생각이고, 팀 운영방침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이 배워야겠다. 홍 감독이 예전부터 나를 두려워했다. 왜냐면 중요한경기에서 모두 내가 이겼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한 켠에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 군대에서도 내가 선임이었다. (웃음) 홍 감독과 만나면 항상 재밌다.
▶ 감독 입장에서 원하는 별명이 있나?
신체 부위 별명은 좋은 거다. 재밌다. 별명은 지금도 충분한 것 같다. 감독으로 활동하다보면 그에 어울리는 별명이 생길 것 같다. 잘하면 좋은 별명이 생길 것이고, 부진하면 그에 따른 별명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말' 같은 것만 아니면 좋을 것 같다. (웃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잘 부탁드린다. 팬 분들에게는 따로 팬 카페를 통해 글을 남길 예정이다. 송구스런 마음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많은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대신 좋은 성적을 거둬 '잘 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심어주도록 하겠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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