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발 앞서 출시한 동종 분야 게임들이 이런저런 구설수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본의 아니게 올가을 서브컬처계 마지막 희망, 최후의 구조선이라 불리는 게임이죠. 히어로게임즈 산하 판 스튜디오가 개발한 서브컬처풍 어드벤처 RPG '듀엣 나이트 어비스'가 10월 28일 정식 출시했습니다.
최초 공개 당시부터 미려한 아트와 연출로 기대감이 높았던 작품인데, 몇 번을 테스트를 통해 거듭 선보일 때마다 연출 포인트가 점점 세련되어지더니 정식 출시 버전에 와서는 깎고 또 깎아내어 게임 예술 수준의 미장센을 자랑합니다.

화려한 캐릭터와 근거리와 원거리를 오가는 빠른 템포의 액션 등 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는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사실 가장 큰 장점은 '듀엣 나이트 어비스'가 선사하는 '드라마' 그 자체입니다.
풀 3D 애니메이션풍의 비주얼과 클래식한 방식의 독백까지 살린 고품질의 더빙, 여기에 게임 전반을 가득 채우는 몽환적인 OST까지 더해지면 이 음울하고도 시니컬한 이야기들로 절로 몰입하게 되죠.

적어도 메인 스토리 부분에서만큼은 마치 하나의 연극처럼 앞뒤 완벽하게 짜인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연출진이 의도한 하나의 롤을 수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디테일한 마감이 돋보입니다. 이것을 롤플레잉, 즉, RPG라고 한다면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모처럼 완벽한 RPG 경험을 제공합니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독특하게도 '황혼의 정박편'과 '밤의 항해편'이라는 듀얼 메인 스토리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닮았지만 전혀 다른 두 주인공을 번갈아 플레이하면서 '아트라시아 대륙'을 모험하게 됩니다. 중간에 시점이 바뀌면서 주인공이 바뀌고, 스토리 구조도 바뀌긴 하지만 획득한 동료들은 그대로이므로 플레이 스타일은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습니다.
정식 론칭 버전에서는 주인공 캐릭터, '월석 사냥꾼'과 '제국 부대장'을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변경됐습니다. 성능과는 별개로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이 좋습니다.

이제 뽑기는 외관에만 영향을 주는 코스튬 뿐.
무엇보다도 정식 론칭 버전에서는 캐릭터 및 무기 뽑기가 삭제되고, 모든 캐릭터를 무료로 풀어내며 게임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게임의 기본은 각종 콘텐츠와 미션, 퀘스트 등을 통해 '의뢰 편지'를 모아 '캐릭터' 및 '무기'를 파밍하고, 이렇게 파밍한 '캐릭터'와 '무기'를 육성하는 쪽으로 변경됐죠. 여기서 각종 파밍에 필요한 '체력' 역시 삭제되어 하고자 하면 무한 파밍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의 액션은 근거리 전투와 원거리 전투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그야말로 싹 쓸어 담는 호쾌한 전투를 지향합니다. 대미지 스킬과 버프 스킬 2종에 필살기로 구분되는 간소화된 액션에 무기 스타일이 더해지면서 의도한 콤보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각 캐릭터들은 각자 고유의 스킬을 가지고 개성 있는 전투 스타일을 자랑하며 어느 캐릭터나 다수의 적을 말 그대로 박살 내는 수준의 전투가 기본이며, 일부 네임드 몬스터, 보스 몬스터의 경우에만 패턴에 대응하는 액션 게임으로 기능합니다.

이러한 액션의 특징, 그리고 파밍의 요소 덕분에 '듀엣 나이트 어비스'를 '히어로 TPS' 혹은 '루트 슈터'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이번에 BM 역시 여타 PC/모바일 크로스 플랫폼 게임들의 BM에서 벗어나기도 했고 말이죠.

서브컬처 매니아라면 크게 호불호 없을 수준급 그래픽 퀄리티와 현존 모바일 서브컬처계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는 수준 높은 연출력,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다양한 서브 퀘스트, NPC들과의 만남을 통해 숨겨진 요소를 즐겁게 찾아 헤매게 만드는 어드벤처 요소, 빠른 템포로 긴장 고조와 해소가 확실한 단막극 형태의 스토리라인 구성 등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점에서의 장점이 매우 뚜렷합니다.

물론 이 같은 '듀엣 나이트 어비스'의 많은 장점은 아쉽게도 모바일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때는 플레이 경험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전장을 넓게 쓰며 Z 축까지 넘나드는 이 게임의 액션은 모바일 조작으로 커버하기에는 쉽지 않으며, 좁은 화면에서는 이 게임의 스피디함이나 자유로움, 스케일을 십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장 결정구인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PC로 처음 플레이해 본 유저와 모바일로 처음 플레이해 본 유저의 만족도 차이나 평가가 크게 갈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빨리 정식 출시 버전으로 완성된 '프시케'의 개화와,

다만, '듀엣 나이트 어비스'는 이러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자신들의 세계관을 고집스레 완성해낸 개발진이 철저히 계산된 의도에 따라 막힘없이 써내려간 내러티브만으로도 이를 감상하는 시간만큼은 플레이할 가치가 있습니다.
초반 '프시케'의 이야기나 '환상'의 이야기, 또, '다프네'의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라도 지루할 틈이 없으며,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게 하므로 모처럼의 휴식 시간에 넉넉한 시간과 여유를 갖고, 즐겨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적어도 이 게임은 시작화면에서부터 선물같은 OST가 반겨줍니다.
개발/배급 판 스튜디오/히어로게임즈
플랫폼 AOS / iOS / PC
장르 액션 어드벤처 RPG
출시일 2025년 10월 28일
게임특징
- 고집 끝에 완성한 환상 서사, 포텐셜이 기대된다.
플랫폼 AOS / iOS / PC
장르 액션 어드벤처 RPG
출시일 2025년 10월 28일
게임특징
- 고집 끝에 완성한 환상 서사, 포텐셜이 기대된다.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