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게임즈 산하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의 '로스트 아이돌론스'가 로그라이크 요소를 탑재해 돌아왔습니다.
'로스트 아이돌론스: 베일 오브 더 위치(위선의 마녀)'는 원작 스토리에 기반을 둔 스핀오프 작품으로, 원작의 핵심 요소와 세계관은 계승하면서도 로그라이크의 장르적 특징을 결합해 기존 타일 기반 턴제 SRPG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을 담아낸 것에 눈길이 갑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배가 난파돼 생사를 오가는 가운데, 마녀 세이블을 만나 계약을 맺고 다시금 생명을 부여받게 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죽음의 위기에서 다시 돌아온 주인공은 대부분의 기억을 잃게 되고 동료들과 함께 어둠의 마법으로 얼룩진 아나레이오스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게임의 스토리를 전하는 방식은 매우 심플하게 구성돼 있는데요. 인물 간의 대화 연출은 스탠딩 일러스트로 이뤄지며, 인물 대화 중간중간에는 나레이션이 등장하면서 마치 한 편의 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요 인물에 대한 보이스가 녹아들어 대화와 표현 방식으로 각 인물의 성격을 엿볼 수 있도록 구현했습니다.

전투는 일반적인 룰을 가진 턴제로 진행되는데, 전략성을 녹여내고자 한 고민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일단 모든 아군 영웅은 2종의 무기를 활용할 수 있으며, 언제든 무기를 교체하면서 각 전투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무기는 천과 가죽, 판금 갑옷에 따른 상성이 존재하며, 각종 지형지물을 활용하면서 전투를 유리하게 설계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가령 수풀이 있는 타일에 화염 계열 마법을 구사하면 화상 지속 대미지를 받게 되는 지형으로 바뀌게 되며, 물 웅덩이 내에 있는 적을 전격 계열 마법으로 타격하면 주변부까지 광역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또 연막탄이 뿌려진 곳에 바람 계열 마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연막 효과를 날려버리면서 막기 확률 버프가 발동되지 않도록 하는 등 플레이어의 행동에 의해 환경 변화가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각 타일은 지형 특성을 활용해 이동 범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게 하는 등 경우의 수가 다양하지 않은 편인 턴제 방식에 변수가 창출될 수 있는 요소를 다양하게 배치했습니다.
맵의 크기 자체는 크지 않은 편이며, 의외로 캐릭터의 이동 범위도 넓은 편인데요. 이를 통해 각 스테이지가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지루함과 피로도를 최소화하고자 한 시도 역시 엿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보스 몬스터의 경우, 공격 타일에 표시된 특정 무기로 연속해 공격할 시에 보너스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식도 고스란히 계승했으며, 일정 횟수에 한해 되돌리기 기능을 활용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처음부터 다시 스테이지에 도전해야 하는 불필요한 반복 행위를 최소화했습니다.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는 시스템도 눈여겨 볼만한데요. 특정 스토리 구간 도달 및 이벤트 발생으로 동료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동료에 대한 단서를 추적해 목표를 완료했을 때 얻게 됩니다. 따라서 메인 시나리오 진행 뿐만 아니라 동료를 획득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즐길거리가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렇다면 로그라이크 요소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바로 캐릭터 성장과 전투 패배 시에 등장합니다. 캐릭터가 레벨업 했을 때, 두 가지 선택지가 뜨는데, 해당 두 선택지에서 어떤 능력치를 증가시킬 지, 혹은 어떤 스킬을 강화 혹은 학습할 지 결정하게 되죠. 또 전투 중 획득하는 공명석을 어떤 캐릭터의 장비에 부여할 지, 그리고 어떤 특수한 효과를 보유한 유물을 소지할 지에 따라 캐릭터 성장 방향성에 큰 영향을 주죠.
이외에도 다음 스테이지 진행 시에는 두 개, 혹은 세 개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데, 보상의 형태와 휴식 사이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즉 매번 다른 선택지가 등장하는 만큼 매 플레이마다 캐릭터의 성장 방향과 특징, 스타일이 바뀔 수 있기에 다회차 플레이에도 염두를 둔 모습입니다.
아울러 모든 되돌리기 횟수를 소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했을 시에는 모든 것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전 회차에서 성장시켰던 캐릭터의 성장 요소가 모두 초기화되고 첫 지역부터 다시금 돌파해나가야 합니다.

단, '불꽃의 잔재'라는 아이템만은 사라지지 않고 누적되는데요. 불꽃의 잔재는 2회차 플레이부터 해금되는 불의 제단에서 영구적으로 스탯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됩니다. 불의 제단에 투자한 불꽃의 잔재는 초기화가 가능하므로 매 플레이 때마다 전략 스타일을 달리 하면서 커스터마이징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로스트 아이돌론스: 베일 오브 더 위치는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플레이어가 고민하게끔 하고, 다양한 변수 창출을 통해 매 플레이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자 한 것이 특징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도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으며, 실제로 묘한 중독성을 부여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게끔 만들었습니다.


턴제 SRPG와 로그라이크 요소를 접목시키면서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피로도 부분인데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맵의 크기를 협소하게 설계하고 캐릭터의 행동 반경을 넓게 설정하면서 매 스테이지가 과도하게 늘어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 아군과 적 캐릭터의 생존력을 과도하게 높게 잡지 않았기에 빠르게 적을 처치하면서 스테이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지 클리어에 실패했을 때 불꽃의 잔재 및 일부 요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기화가 이뤄지는데, 다회차 플레이를 통해 캐릭터가 성장하는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인 데다가 첫 지역부터 다시 돌파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으로 느껴졌습니다.
전략성은 살리고 반복 플레이에서 오는 지루함을 최소화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이는 로스트 아이돌론스: 베일 오브 더 위치는 한계가 명확하고 정형화된 턴제 SRPG에 변주를 줬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턴제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배급 카카오게임즈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플랫폼 PC(스팀) / 닌텐도 스위치 / XBOX Series X|S / 플레이스테이션5
장르 로그라이크 턴제 SRPG
출시일 2025년 10월 9일
게임특징
- 턴제 SRPG의 고질병을 로그라이크로 해결하고자 한 신선한 시도
- 선택의 기로 속에서 완성해가는 자신만의 전략
플랫폼 PC(스팀) / 닌텐도 스위치 / XBOX Series X|S / 플레이스테이션5
장르 로그라이크 턴제 SRPG
출시일 2025년 10월 9일
게임특징
- 턴제 SRPG의 고질병을 로그라이크로 해결하고자 한 신선한 시도
- 선택의 기로 속에서 완성해가는 자신만의 전략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