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서비스 8주년을 맞이한 크래프톤의 서바이벌 슈팅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넥스트 레벨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8년 간 전 세계 24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면서 총 판매량 7,500만 장을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스팀 역대 최다 동시 접속자 수 325만 명을 달성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작품이다. 특히 무료화 전환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가 이어졌으며, 올봄에는 동시 접속자 수 130만 명을 돌파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배틀그라운드는 여전히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가 즐기는 주류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면서 지속 가능한 게임 환경 구축에 돌입했다.
지속 가능한 게임 환경 구축의 일환으로 선보이는 콘텐츠는 바로 'UGC (User Generated Conten) 콘텐츠'이다. UGC는 게임의 본 개발자가 아닌,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즐기는 콘텐츠로, 이용자들에게 풍부한 즐길거리와 함께 높은 자유도를 부여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UGC 알파로 명명된 배틀그라운드의 UGC 콘텐츠는 건물과 벽, 식생, 소품 등 월드를 구성하는 오브젝트와 게임의 기본 규칙을 설정하는 룰셋, 그리고 추가적인 로직을 만드는 디바이스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게임 모드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맵의 구조 자체를 이용자가 디자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 진행 방식을 직접 설계하면서 기존에 배틀그라운드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창조해낼 수 있다.
가령 슈팅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이용자들이 각종 장애물을 넘고 피하면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달리기 경주 모드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며, 2개 이상의 팀이 특정 목표를 점령하기 위해 경쟁하는 점령전 형태의 모드를 선보이는 것도 가능하다. 또 특정 무기로만 건슈팅을 즐기는 모드도 간편하게 만들어볼 수 있는 등 기존 배틀로얄 규칙에서 벗어나 색다른 방식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게 된다.
실제로 경험해볼 수 있었던 UGC 알파에서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알찬 오브젝트와 룰셋, 디바이스 구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 가능하도록 준비된 모습이다.
먼저 룰셋에서 자신이 어떤 규칙을 가진 모드로 제작할 지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UGC 알파의 첫 버전에서는 배틀로얄, 데스매치, 점령, 파쿠르, 훈련 등 의 모드를 선택 가능하며 라운드 구성과 매치 규칙을 설정 가능하도록 준비돼 있다. 아울러 호스트 외 다른 참가자가 맵을 수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드의 규칙을 설정했다면 본격적인 맵 디자인에 돌입하면 된다. 소품 탭에서 집과 벽, 바닥, 계단, 식생, 소품 등 다양한 오브젝트를 맵에 설치해 지형지물을 형성할 수 있다. 또 UGC 알파의 핵심은 디바이스라 할 수 있는데, 디바이스는 모드의 룰을 세부적으로 설정 가능한 기능이다.
예를 들어 게임 시작 시 참가자들에게 무기와 아이템을 제공할 수 있으며 맵 곳곳에 각종 보급품을 배치하거나 리스폰되도록 할 수 있다. 아울러 순간이동이나 EMP, 블리자드, 모래폭풍 존을 추가할 수 있으며 슈퍼 점프와 무기 피해량 증가 등 맵 내에 다채로운 기믹을 배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점령전 룰로 콘텐츠로 제작하고 싶다면 디바이스에서 점령 디바이스를 활용해야 하며, 특정 행동을 통해 점수를 부여하는 점수 관리 디바이스 등도 활용하게 된다.
해당 기능들을 활용해 중앙의 거점을 차지해 점수를 획득하는 점령전 형태의 맵을 구상해봤다. 맵 중앙에는 거대한 폐 컨테이너선을 배치해 해당 지역에서 점령 구역을 놓고 치열한 전투가 발생하도록 디자인했다. 또 폐 컨테이너선까지 도달하는 루트는 거대한 벽을 세우면서 마치 미로와 같은 형태로 구성했다.
특히 오브젝트의 경우, 크기 배율을 이용자 임의대로 설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치 각도를 조정하면서 동일한 오브젝트라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생성할 수 있다. 또 지면에 맞춰 배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중력을 무시하고 공중에 구조물을 설치해볼 수도 있다. 공중에 구조물 배치가 가능한 만큼, 시간과 수고만 들인다면 영화 인셉션에서 등장하는 공간이 뒤틀린 듯한 맵을 제작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즉 오브젝트 자체를 이용자가 직접 디자인하고 생성하지는 못하지만, UGC 알파 내 마련돼 있는 오브젝트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모드 제작의 자유도를 극대화한 모습이다.
점령전의 룰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디바이스도 적절하게 활용해야 했다. 점령할 수 있는 거점을 형성하는 점령 디바이스와 함께, 거점 영역 내 진입했을 때 점수를 획득하게 하는 점수 관리 디바이스를 배치하면서 점령전 규칙을 완성시켰다.
또 전술적인 전투가 펼쳐질 수 있도록 높은 지형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순간 이동 디바이스도 활용했으며, 이외에도 탈 것 스폰 디바이스와 아이템 스폰 디바이스 등을 설치해 참가자의 스타일대로 전투에 참여 가능하도록 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UGC 알파에서는 중력을 무시하고 오브젝트를 설치할 수 있는 만큼, 공중에 거대한 벽을 겹겹이 구성하면서 박격포로 캠핑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지양하도록 설계했다. 이외에도 플레이어 스폰 지역도 설정하고 특정 위치에서는 보급 무기를 랜덤으로 리스폰되도록 했다.
오브젝트와 디바이스는 1번부터 0번 슬롯에 총 10개를 등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실제 맵 디자인 시에 원하는 위치에 배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매번 편집 매니저로 진입해 배치할 디바이스와 오브젝트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또 모드 설계자는 비행 모드로 전환하면서 맵을 빠르게, 그리고 자유로이 이동하면서 구조를 설계 가능하며, 벽과 같은 오브젝트를 통과할 수도 있다.

약 2시간 동안 UGC 알파를 오물조물 만져본 결과, 보잘 것 없고 매우 엉성하지만 일단은 점령전 맵이 완성됐다. 하지만 실제 맵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참가자가 필요한 상황. 룰셋에서는 테스트 플레이어를 추가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기만 하)다.
사실 디바이스의 로직은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작동이 되지 않는다. 세부적인 가이드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디바이스의 로직 연결 및 작동에 대해 초반에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불러오기'에서는 UGC 알파에서 지원하는 모드의 샘플을 로드할 수 있는데, 해당 샘플에서 자신이 제작하고자 하는 모드의 디바이스 작동 로직을 참고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직까지 UGC 알파는 초기 단계인 만큼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존재했다. 위에서 테스트 플레이어를 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는데, 테스트 플레이어는 AI 포함되지 않아, 그저 리스폰 지점에 등장하는 더미(Dummy)에 불과했다. 실제로 맵을 테스트해보기 위해선 유저들을 초대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또 모드 제작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UI/UX를 간소화 배려를 확인할 수 있는데, 편의성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회전 비율 변경 On/Off를 통해 오브젝트의 크기 배율을 조절하거나 회전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두 편집 기능은 하나의 버튼으로 작동하는 만큼 직관성이 떨어졌다. 이외에도 다중 선택 및 다중 복사, 이전 작업 복원 및 재실행 등의 기능도 추가해야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UGC 알파는 초기 버전이며, 현재는 테스트의 성격을 가지는 만큼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갖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서 현재 UGC 알파 버전은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단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리 만나본 UGC 알파는 배틀그라운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콘텐츠임이 분명해 보였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관련 지식이 전무하다고 하더라도 간단한 학습을 통해 누구나 충분히 콘텐츠를 생산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아울러 기존 배틀그라운드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배틀로얄 룰 외에도 이용자가 창의적으로 고안해낸 규칙의 신선한 모드도 등장할 수 있으니 지속 가능한 환경 구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전투와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모드만 제작 가능하지만, 추후에는 '인조이'와 같이 이용자가 자신만의 집을 짓고 원하는 인테리어를 반영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겠다. 더 나아가 게임 구조를 전반적으로 재설계해야 가능하겠지만 로비를 대신해, 다른 이용자를 자신의 집(로비)으로 초대해 다양한 즐길거리를 경험하는 등 배틀그라운드의 스케일을 무한히 확장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이시영 기자 banshee@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