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바이브는 솔로캐리를 실현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를 가능케하는 부분에 있어 환경과 플레이어의 숙련도처럼 영향을 끼치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고 감탄할 수 있는 화려함 그리고 변수가 필요했고 그렇게 도입된 것이 바로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의 '스매시'에서 영감을 얻은 '스파이크' 시스템이다."
이는 지난 2024년 지스타 현장을 찾아온 슈퍼바이브의 총괄 피디 '제시카 남'에게 스파이크 시스템의 도입 배경을 물어봤을때 들은 답변이다.
쿼터뷰 형식의 슈팅 게임과 배틀로얄 게임의 장르적 특성을 엮어 10,000시간을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띠어리크래프트가 내놓은 야심작 '슈퍼바이브'는 단순히 잘 쏴서 맞히는 것만으로 게임의 승패가 결정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최대한 게임을 정돈되지 않은 난장판으로 만들며 변수를 통한 즐거움이 주가 되는 싸움터를 구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슈퍼바이브의 무대인 스카이랜드 전장 '브리치(The Breach)'는 비슷한 종류의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낙사포인트인 심연의 비중이 높았고, 공중전에서 단 한대만 피격을 혀용하면 그대로 추락하는 스파이크로 인해 초반부터 잦은 교전과 킬 교환이 발생하는 자극적인 맛으로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았었다.
하지만 얄궃게도 그 스파이크 시스템과 눈 깜짝할 새 전투 영역이 좁아지는 빠른 게임 템포로 인해 승리를 위해서는 최대한 공중 기동을 자제하고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최대한 위치를 사수하는 노잼 메타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이용자들이 개발진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재미 없는 전장에 서서히 질려가던 참에 '슈퍼바이브'는 정식 출시를 선언하며 게임을 다시 만드는 수준으로 뜯어고쳤다.
공중전을 포함한 교전 그 자체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보니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교전의 양상이다. 기본적인 게임 진행 방식에서부터 2인 듀오, 4인 스쿼드 제도를 폐지하고 3인 스쿼드로 방향성을 전환하면서 듀오 모드에서 사실상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프로텍터 역할군의 문제나 4인 스쿼드에서 허드슨 또는 프론트/이니시 역할군에 유지력 전담을 붙여 '니가와'를 시전하는 캠핑/스패밍 문제가 대부분 해결됐다.
뿐만 아니라 아이템 체계 또한 많은 부분이 바뀌면서 죽는 즉시 모든 것을 잃지는 않게 됐다. 잃는 것은 오로지 소모품과 각인 효과 그리고 특수 자원인 프리즈마 뿐이다.
이전에는 암만 열심히 파밍하여 동일 아이템을 여럿 모으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더라도 사망하는 그 즉시 상대가 데스박스에서 스마트 전리품 회수 버튼인 'E'를 몇번 눌러주면 손쉽게 루팅을 진행할 수 있어 어렵게 부활해도 자신을 처치한 상대와 격차가 이미 벌어진 것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이제는 적어도 착용장비까지는 보존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리한 부분은 있더라도 상대하지 못할 수준의 스노우볼로 굴러가지는 않게 됐다.

데스박스에서 부활해도 대부분의 아이템이 보존된다
교전에서 패배하더라도 팀이 전멸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역전의 기회는 남아 있는 셈이다
공중전 메커니즘은 이번 슈퍼바이브 1.0의 핵심이다. 여전히 글라이더로 이동하는 중에서는 일반 공격을 포함한 많은 기술들의 사용이 제한되지만 이전과 달리 한대만 맞더라도 바로 기절하며 무방비 상태로 지상에 떨어지거니 심연으로 빠져 스파이크되지 않도록 바뀌었으며 글라이더의 연료가 전부 소모된 상태에서 상대의 공격을 허용할 경우에만 스파이크가 발생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심연의 비중을 조금 더 늘림으로서 전술적인 선택지로서 글라이더를 더욱 자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물론 글라이더의 연료가 충분하더라도 많은 타수의 공격을 적중시키면 금방 글라이더를 과열 상태로 몰고갈 수 있으며, 일부 기술에 달린 기절과 같은 무력화형 군중제어기의 경우 이전처럼 한대만 맞히면 상대에게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고 스파이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전은 하나의 옵셥일 뿐 지나치게 유리함을 가져가지 않도록 밸런스를 잡았다.
심지어 공중전에 특화된 새로운 날틀인 '하늘상어'도 추가됐다. 하늘상어는 2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며 1명이 운전을 맡는동안 1명은 정상적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공중전을 실현할 수 있었고 무작위로 발생하는 제트기류와 폭풍우처럼 새로운 지형 요소와 결합하여 보다 다채롭고 전술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물론 마구잡이로 활공을 시도해도 될 만큼 전장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소위 말해 샷빨이 좋은 친구면 순식간에 격추당할 수 있다
전장 또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공중전의 비중이 올라가게 된 만큼 심연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전반적인 맵의 크기가 눈에 띄게 커졌고 이로 인해 매칭이 잡힐 때마다 게임 양상이 천차만별로 갈리는 것이 더욱 체감됐다.
얼리 억세스 초기에 좁은 크기의 전장과 고정된 주요 거점 문제로 인해 시작하자마자 일단 3시 방향으로 달려 서고에서 경험치 책을 쓸어담고 한명에게 몰아줘서 궁극기를 빨리 찍도록 하는 지루하고 현학적인 전개를 더 이상 볼 필요도 볼 이유도 없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고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이미 폭풍으로 잠식된 영역 내에 있어서 방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맵의 크기가 확대됐고 그때그때 상황에 최적화된 계획적인 움직임이 필요해졌으니 이는 곧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의 실력으로 변별력을 두게 된 셈이다.

기존 브리치를 기준으로 반을 갈라서 북서방향으로 살짝 지도가 옮겨놓은 듯한 스타팅포인트
맵을 쪼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하면 맵 자체가 엄청나게 커졌다
맵을 쪼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하면 맵 자체가 엄청나게 커졌다

강하 루트뿐만 아니라 맵 자체의 구성도 조금씩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맵이 뜨면 '서고'를 구경 정도는 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치고 받는 싸움의 재미를 극대화했으니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게임을 반복플레이할 당위성은 바로 자신만의 빌드를 만드는 전장 밖 콘텐츠 '대장간'에서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리 억세스 단계에서는 신발 1개, 장비 2개, 파워 2개를 구비하고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반드시 동일한 장비를 반복 획득해야만 하는 '철저하게 운에 의존하는 파밍구조'가 한번 다운되면 대부분을 잃는 페널티와 합쳐져 게임의 의욕을 떨어뜨려놓는 일등공신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매치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자원 '프리즈마'로 제작소에서 장비를 만들거나 무작위 획득하고 자신이 플레이하는 헌터 캐릭터에 맞는 최적화 빌드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스타팅 단계에서 고정된 아이템을 무조건 끝까지 쓰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플랜 B 구성도 가능하며 브리치 전장 내에서 훨씬 쉽게 상점을 찾고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이 또한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요소가 됐다.
특히 실드를 채워주는 것을 대가로 치유 방해와 위치 노출을 걸어 비교적 선호도가 낮았던 (구)대장간이 유물과 각인을 판매하는 전초기지로 바뀌면서 격전의 중심지로 탈바꿈됐으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연구할수록 더욱 다양한 빌드를 구현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런 MOBA 스타일 게임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될 줄은 몰랐지만
두근두근 이두박근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나갈 권리가 주어지는 셈이다
물론 저렇게 세팅된 아이템의 성능이 레벨 차이마저 극복할 정도로 극단적이지 않은 밸런스라는 게 중요하다
정식출시와 함께 1.0이라는 숫자를 내세우긴 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본 슈퍼바이브는 기본적인 틀만 그대로 사용한 후속작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 변화를 줬다.
사실 슈퍼바이브는 스팀에서 서비스되는 얼리 억세스 버전을 기준으로도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이라는 점수를 계속 유지할만큼 평가가 좋았던 만큼 서두에서 이야기한 아쉬운 점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하드코어 게이머의 관점으로만 접근했던 결과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바이브는 변화를 선택했다. 심지어 그 요소 하나하나가 잘 뜯어보면 인게임 밸런스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들 투성이라서 상당히 위험천만했고 도전적인 시도였음이 자명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았던 것은 가볍게 플레이하기에도 좋고 파고들수록 재미있는 게임성이라는 가치만큼은 제대로 사수해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정식 출시 이후의 슈퍼바이브가 나아가는 길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작진들이 이전에 만들었던 '10,000시간을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 인기 라이브 서비스 게임들'처럼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말이다.

상위권에 들었으니 순방을 이긴 것으로 판정하긴 하지만, 역시 1등이 아니라서 아쉬우니 한 판 더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