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베이터는 시종일관 움직인다. 도착해 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드나든다. 이 엘리베이터 문에 게임 포스터를 붙이고 정확히 반을 나누니 양 진영으로 나눠 대립하는 느낌이 표현됐다.
이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NHN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붙여진 '우파루사가 for kakao'의 홍보 포스터에 관한 이야기다.
우파루사가의 개발의 책임지고 있는 김동인 NHN스튜디오629 이사는 꿈보다 해몽에 더 힘을 실었다.
"보통 회사에서 신작이 출시되면 사내에 포스터를 붙여 동료들에게 게임을 알려요. 근데 이번에는 기존에 시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문을 활용해봤어요. 우파루사가는 핵심이 '대전'이니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반으로 잘린 포스터가 그 부분을 잘 표현한다고 봐요. 또한 문이 열리면 우파루가 숨어있다가 문이 닫히며 다시 만나 전투를 펼친다는 설정을 연상시킬 수 있고요"
이러한 시도는 김 이사의 게임 개발 철학 가운데 하나인 '모든 것은 게임이다'라는 전제의 사고가 반영된 것이다. 그는 게임 개발 과정이나 운영, 이벤트와 모든 마케팅까지 게임과 동일시한다.
◆ 우파루마운틴-우파루사가 연타석 홈런
우파루사가는 최근 출시된 모바일게임 가운데 가장 큰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게임이다. 출시 당일 카카오게임하기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했고 일주일이 지나서는 6월 신작 가운데 유일하게 구글 플레이마켓 최고매출 10위권 내에 진출했다. 20일 현재는 구글마켓에서 3일 연속 최고매출 부문 6위를 유지 중이다.

이와 같은 흥행 돌풍에는 당연지사 '이유'가 있는 법. 김동인 이사는 흥행 비결로 '스토리'와 '감정' '유저피드백'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김 이사는 실제 시장에서 게이머들이 재밌다고 느끼고 반응을 보인 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섞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 우파루사가는 우파루마운틴을 준비하던 과정부터 생각해뒀던 아이디어였다. 우파루마운틴은 우파루들이 화기애애하게 옹기종기 모여 살며 마을을 꾸미고 그들을 성장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가장 잘 어울리는 SNG(사회관계망게임)로 풀어냈다.
그에 앞서 원래 우파루들이 서로 다투던 시절이 있었다는 설정은 전략과 전투 등의 경쟁 요소를 담은 게임으로 표현할 계획이고 그 결과물이 바로 우파루사가다. 대신 해당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장르에 얽매이기보단 AOS의 전략, 디펜스의 캐주얼한 느낌, RPG의 성장, TCG의 수집 등의 재미를 담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김 이사는 우파루사가의 장르를 묻더라도 특정 장르에 국한된 게임이 아닌 복합장르의 게임이라 설명한다. 이는 중요한 포인트가 이야기를 담고 풀어내는데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에 있기 때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농담도 하고 거기에 다른 이야기가 보태지듯이 게임도 비슷한 과정이 있다고 봐요. 우파루마운틴이란 이야기는 저희가 먼저 꺼냈지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 이야기를 더합니다. 이런 소통을 통해서 게임을 완성해 나갑니다"
김 이사는 게임에서 이야기 부분이 살아나면 커뮤니티를 통해서 운영에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파루마운틴이나 우파루사가 카페에서는 코어 유저들이 신입 유저들에게 자신의 덱을 공유하고 게임의 정보를 설명해주며 소통하고 있다. 김 이사는 이를 두고 대화에 비유했다.
"보통 대화를 나눌 때 커피나 소주 등의 매개체가 있잖아요. 저는 게임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게임을 통해 만난 유저들은 서로 공통관심사를 바탕으로 친분을 쌓고 재미를 느끼죠. 이것도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NHN스튜디오629는 게임과 커뮤니티를 하나의 연결해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유저의 커뮤니티를 살피고 이는 게임에 반영된다.
◆ 자극적인 감정보다는 차분함에 초점

김동인 이사는 게임의 재미를 코어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의 전체 구성에서 감정의 밸런스를 살피며 조절해야 한다는 것.
우파루사가는 19일 업데이트로 신규 이벤트 모드가 추가됐다. 이를 통해 기존의 파괴전과 섬멸전을 포함해 총 세 가지 게임모드가 있는데 각각 다른 감정의 재미를 전한다.
정해진 캐릭터로 대결하는 섬멸전은 '차분'하다. 그래서 부담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가장 오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했다.
평소 많이 못 쓰던 캐릭터를 사용해볼 수 있는 파괴전은 '두근두근'한 감정을 준다. 이벤트 모드는 코스트 제한 없이 내가 가진 모든 우파루를 총동원할 수 있어 '자극적인' 감정을 준다. 기록 경쟁을 펼치는 곳이라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세 모드 가운데 이벤트 모드가 가장 치열한 곳이다. 우파루사가가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보통 치열한 이벤트 모드를 핵심 콘텐츠로 삼을 법도 한데 김 이사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 재미를 얻을수록 짧게 즐긴다고 말했다. 결국 우파루사가에서는 이벤트 모드를 메인 모드로 하면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짧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
자극적인 음식은 별미로 즐기고 자주 먹는 음식은 담백하게 조리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우파루사가는 전반적으로 감정의 기복의 폭이 크지 않도록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 유저 피드백이 개발방향 좌우
NHN629스튜디오는 우파루사가의 큰 그림을 완성하고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굵지한 요소는 정했지만 세부적인 배치 순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게임을 서비스하며 유저 피드백을 수용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우파루사가도 우파루마운틴과 마찬가지로 유저분들의 의견이 개발을 좌지우지합니다. 신규 모드나 월드 등은 준비됐지만 유저들의 의견에 따라 적용 우선수위를 정할 계획입니다. 유저들의 여러 의견 가운데 실제 게임에 도입했을 때 좋은 결과를 가지고 있는 점들을 잘 조절하고 맞춰야 하죠. 그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개발자의 감각이라 할 수 있죠"
카페를 비롯해 고객센터로 오는 메일과 전화 등 모든 유저들의 의견은 우선 정리 후 통계적으로 살핀다. NHN스튜디오629에서 매일 아침 진행되는 회의에서 이 내용들이 공유되고 반영할 부분과 어떤 식으로 게임에 담을지를 결정한다.
NHN629스튜디오는 '우파루마운틴'에 이어 '우파루사가'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개발 명가(名家)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하기 플랫폼에 출시작이 많아지며 포화상태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우파루 시리즈로 연타석 홈런이 상징하는 의미는 크다.
이런 성공의 배경에 대해 김 이사는 NHN스튜디오629만의 고유의 문화를 꼽았다. 이 회사는 유관 부서가 모든 같은 건물 내 위치해 있고 회의가 시작되면 관련된 모든 인원이 한자리에 모인다.
"직급이 높다고 아이디어가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올바른 방향의 결정을 위해 토론을 벌입니다. 이런 과정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 이뤄지다보니 누가 맞는 소리를 하고 왜 맞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온 이야기인지를 쉽게 살필 수 있죠"
정리해보면 NHN스튜디오629는 사원의 의견도 반영되는 회의를 통한 의사 결정, 각 부서의 유기적인 협력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게임 개발 단계에서는 모든 것은 게임이다라는 전제 아래 감정의 기복선을 잘 배치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후 게임 운영 과정에서는 유저 피드백을 십분 활용해 '게임=재미'라는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끝으로 김 이사는 NHN스튜디오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긔뜸했다. 그는 비(非)게임을 게임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삶에서 수많은 행위에 재미를 접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반영하고 강조한 게임을 개발할 예정이라 전했다.
보통 여느 개발사나 게임 커뮤니티나 유저 피드백에 활용에 대해 중요성을 인지 하는 편이나 NHN스튜디오629 만큼 실질적 활용 방법과 적용에 대한 기준 등을 분석하는 등 큰 관심을 가진 곳은 드문 편이다. 이 점이 바로 우파루사가의 흥행 '참' 이유로도 설명될 수 있겠다.
[이관우 기자 temz@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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