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게임즈 MX스튜디오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8일 개최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미소녀 게임의 히로인이 어째서 복면을 쓰고 은행을 터는 거죠? -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포스트모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은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하면서 시나리오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어떤 결과를 내고, 어떤 성취와 실패를 경험했는지 포스트모템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MX스튜디오 시나리오 디렉터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게임의 중요한 부분들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직책이다.결정권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게임의 비전을 시나리오 기반으로 모색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나리오의 전개 방향성, 세부 설정 협의 및 결정, 콘텐츠 기획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은 메인 디렉터의 '일본에 팔 수 있는 게임', '미소녀들이 엄폐를 사용하는 총싸움', '교복과 미소녀'라는 프로젝트 목표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시나리오 디렉터는 '개그! 학원물! 청충! 개그!!'에 초점을 맞춰 세계관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게임의 내적 방향성은 교복, 총기, 미소녀, 그리고 밝고 청량한 비주얼로 정해졌다. 자연스럽게 어두운 분위기보단 '총을 든 미소녀 학생들이 모인 학원 도시의 가볍고 부담없는 개그풍 이야기'라는 해답이 도출됐다.
게임의 외적 방향성은 일본에 선출시 해야하는 상황, 캐릭터 뽑기 형태의 BM, 다른 서브컬처 게임과 경쟁을 고려해야 했다. 이에 모든 캐릭터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짓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조차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다른 서브컬처 게임과 경쟁하기 위한 요소, 블루 아카이브만의 유니크한 설정을 위해 고민했다.
양주영 디렉터는 극작에서 사용하는 '낯설게 하기'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흔히 알고 있는 것들을 조합해 낯선 느낌을 주는 방법에 주목한 것이다. 이런 낯설게 하기를 통해 짧은 인상으로 강렬한 흥미와 관심을 도출시킬 수 있었고, 마음 속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세계 탐색의 동기가 부여된다.
다만, 논리적 완결성을 포기해야하는 만큼 세계관 유지 및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기존에 없던 세계관이라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증가하며, 의도적인 불균형으로 인해 핍진성의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순에 휘말리지 않고,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위한 기준점으로 '이 이야기는 학원물이며, 모든 캐릭터들은 학생이다'라는 대전제를 세웠다. 게임 내에서 미소녀 학생이 총을 쏘고 전차를 타지만, 결국 학생들의 우정과 고민, 갈등이 메인 테마라는 점을 전제가 되야한다는 것이다.
유저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주인공인 '선생님'의 외형 및 성별을 묘사하지 않고, 모든 대사는 선택지로 구성하며, 중요 시나리오는 선생님의 1인칭으로 진행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또한 '유저=선생님'이라는 공식을 통해 결제조차 좋아하는 캐릭터를 위한 행위로 그리고자 했다.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에 대해선 발표자가 만들었던 전작에서 장점과 단점을 기반으로 설명했다. 우선 장점으로 모바일 플랫폼의 특징을 파악해 전략적인 선택으로 유저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계승하고자 했다. 그리고 전작에서 부족했던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유저의 아바타를 만들었다.
반면 전작과 달리 단일 주인공으로 인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각 스토리의 주인공은 존재하되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은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병렬 구조의 느슨한 옴니버스 구성이 되었다. 대신 이 각 스토리의 캐릭터가 활약할 수 있는 거대한 이벤트를 상정했다. 캐릭터의 경우 명확하게 기호화된 캐릭터성을 베이스로 유저들의 인상에 남을 수 있는 개성을 더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시나리오 디렉터의 목표는 '시나리오가 중요한 게임', 그리고 '시나리오가 주요 매출로 동작하는 게임'이었다. 강연에선 이러한 게임의 예시로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들었다. 하지만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사례였고, 일본 시장에 통하는 시나리오를 한국인이 만든다는 것은 선례가 없는 상황이었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주변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양주영 디렉터는 스스로에게 동료, 유저, 경영진을 설득하고 증명하기 위해 게임의 시나리오가 어떤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PT로 소통했다. 이를 통해 공감대를 얻고, 신뢰를 얻어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주변의 협력과 도움으로 지금의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