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을 다루는 '게임계 불편한진실' 코너, 이번 주에는 거의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피해갈 수 없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온라인게임 3대 명검.

날고 기는 지존 유저도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보게끔 무력화시키는 위력을 가진 최강의 '검'입니다. 바로 정기점검, 임시점검, 긴급점검이죠. 나열된 순서대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점검이란 온라인게임의 서비스에 필요한 조치를 위해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 게임 이용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는 게임에 접속이 불가능하고 심지어 공식 홈페이지까지 닫히는 경우도 생깁니다.

대체로 각 온라인게임의 정기점검은 매주 1~6시간 정도 진행되고, 유저들은 이 시간대를 피해 이용합니다. 하지만 긴급점검과 임시점검은 모처럼 시간내어 재미 있게 게임을 즐기려던 유저들을 한 순간에 '잉여(?)'로 만들어버리고, PC방에 온 유저는 공돈을 날리게 하며, 이에 따라 유저 혈압을 상승시켜 폭발하게 만드는 악랄한 검입니다.

본디 선량하고 유희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을 분노의 화신으로 만드는 마성의 3대 명검. 이 검으로 데미지를 입어 '멘탈 붕괴'된 한 온라인게임 유저들의 모습을 한 번 볼까요.

 

GM :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 서버 점검에 돌입합니다. 예상 점검 시간은 약 72시간입니다.

갑 : ?!?!?!?!?!?!?!??!?!?! #!$^%^@#$%!@#$!@#$

을 : 헐 72시간 #$%^#$%!@#$!

갑 : 아, 내 6시간 남은 강화 아이템 유효시간 만료되겠네...

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 : 야, 웃지마 ㅠㅠ 2달 동안 던전 돌아서 줏었단 말이야 ㅠㅠ

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이따 7시에 뭐 팔기로 했는데 ㅡㅡ 망했네 ㅋㅋㅋㅋㅋ

갑 : 그 아이템 먹느라 부활 캐시템을 얼마나 썼는데... %^!#$%!@#$!@#%#!$^$^%&!#$!@#$

을 : 우리는 유료 베타 테스터인가 ㅡㅡ 게임사 대체 뭐하냐 진짜

갑 : 그런데 점검 왜 하는건지 찾아봐봐 ㅡㅡ 하루이틀 렉걸리는거도 아니고 새삼 무슨..

을 : 잠시만... 누가 아이템 복사땜에 점검하는거라고 그런다;; 홈페이지도 점검이래

갑 : 헐 ㅡㅡ 그럼 백섭되나... 정액제 기간은 알아서 늘려주나?

을 :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72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 : 야 섭다 2분전 ㅋ 3일 뒤에 보셈 ㅡㅡ

을 : %!@#$!@#$

그러나 저 게임은 72시간 점검에 24시간 연장점검을 해 총 96시간 점검으로 한국 온라인게임 사상 최장 점검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 같지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저 게임 유저들은 96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실뜨기라도 하며 놀았을까요?

3대 명검은 '명작'이나 '기대작', '대작'이라는 타이틀을 단 게임에서도 등장합니다. 최근 화제인 신작 '디아블로3'에서도 3대 명검으로 인한 피해가 만연하고 있죠.

유저들은 돈을 주고 산 패키지게임인데도 서버문제로 접속이 되지 않아 애태우다가, 어쩌다 접속이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시점검으로 튕깁니다. 5월 31일에도 12시간 점검으로 제대로 된 플레이가 어려웠죠.

3대 명검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디아블로3 게임조선' 게시판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작이 : 또 XX이네 아오, 진짜 몬해먹겠다 XX 아오 짱나 배틀넷 서버 뻗었네 참내.. 아오

블라디 : 진짜 못하겠음 패치하니까 더 안되

아좀 : 연장할거면 진작 미리미리좀 최신 소식에 써 X넣던가

익명 : 이런 글을 쓰게 될줄이야.. 너무하시네요 정말.. 시간 까먹는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심?

익명 : 직장인은 게임도 하지 말라는건가

간지나는닉네임 : 아 XX들 진짜 -_- 장난하나? 애초에 3시간 점검한다고 했으면 안기다리고 잤을껀데 1시간 한다더니 2시간 다시 3시간 ㄴ이ㅏ럼;ㄴ임ㅍ니아렃;미낭ㄹ처미;ㄴ아럼치;ㄴ아러ㅣ; 블리자드는 진짜 유저를 개똥으로 보냐?

던킨도너츠 : 10시로 연장된다에 1표!

익명 : XX 왜 하다가 팅기냐고 아오 에러 37떠서 들어가지도 못하네

즐겁게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 점검만 뜨면 한 순간에 불쾌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이때는 재미고 뭐고 원망과 실망이 더 크죠. 출시된지 한달도 안 된 게임이 매일 같이 점검을 했는데도 12시간이나 또 점검을 하니 유저들이 부처님이 아닌 이상 화가 날 만 합니다.

특히, '디아블로3'는 패키지게임이지만 온라인 접속 플레이로 제공됩니다. 이 게임은 점검을 하지 않더라도 '에러37'로 대변되는 접속 장애가 이어졌고, 이것이 심해지면 점검을 하기도 해서 항상 3대 명검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 패키지게임 시대에는 게임 진행에 지장을 주는 버그가 가장 큰 죄악으로 꼽혔습니다. 그래서 버그 없이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게 중요했죠. 하지만 온라인게임 시대에는 버그가 없는 건 기본이고, 실시간 서비스에 따른 안정적 서비스 제공이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버그는 곧 점검으로 이어지죠)

베타테스트 단계의 게임에서는 테스트니까 참아주지만, 정식으로 서비스를 진행 중인 게임의 경우 점검에 대한 박탈감이 상당하죠. 유저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게임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3대 명검을 동원하는 건 그게 최선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사라고 좋아서 3대 명검으로 게임 서비스를 내려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3대 명검도 모자라 보너스로 '연장점검'까지 발동하는 일이 빈번하니, 그때마다 유저들은 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품게 됩니다. 즉, 서비스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입니다.

한 게임 운영자가 3대 명검 예방과 적절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들었던 예로 이번 화를 마치겠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세계에 닥쳐온 위협을 알리고자 사람들 앞에 선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사실, 해야만 하는 말이 있어”라며 어렵사리 입술을 떼고 “적이 쳐들어 올 거야, 어서 여길 떠나야 해”라고 말하려는 순간,

 

 

서버와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그렇게 세계는 멸망했다. 끝.(Game Over.)

* 게임조선 불편한 진실은 게이머 여러분께서 겪어보셨을 법한 게임계의 '불편한 진실'의 사건들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매회 주제와 관련 있는 의견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덧글로 사연을 공유해주세요. 또, 게임조선 불편한 진실에 올리고 싶은 사연도 덧글로 제보 받습니다. 이 게시판은 로그인 없이도 덧글 작성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