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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로한M, 리니지 벤치마킹과 포르쉐 마케팅으로 모바일게임 사행성 극의를 깨우치다

박성일 기자

기사등록 2019-07-01 19:13:44 (수정 2019-07-01 16: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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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 면면이 리니지M 과 아주 똑 닮았다. 사실 모바일게임 대다수가 같은 장르의 성공한 주자를 비슷하게 따라가기 마련이긴 하지만. 화면 우측에 미니맵이 있는 것, 화면 상단에 대상의 체력바가 나온다는 것을 빼면 거의 그대로 따왔다. 물론 게임 시스템도 코스튬과 문장 등 명명된 콘텐츠 이름만 다를 뿐 상당 부분이 닮아 있다.

 

휙휙 순간이동하여 얘 몇십 마리 잡고, 또 이동하여 쟤 몇십 마리 잡고 하는 식으로 사냥터를 위한 퀘스트, 이렇게 꾸준하게 이어지는 게임 진행 방식도 흡사하다. 심지어 환경설정 창까지 그대로다. 감히 말하건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스킨만 조금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플레이위드'가 서비스하는 '로한M'. 2006년 출시한 PC온라인 원작이 당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까지 쭉 서비스되고 있다. 과거 YNK코리아(구 플레이위드)의 로한은 2004년의 리니지2 성공 이후 봇물 터진, 공성전을 내세운 3D MMORPG 갈래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올해로 2주년을 맞은 리니지M 을 롤모델도 삼은 듯하다.

 

 

실제 로한M 은 원작에서부터 다져온 PvP 경쟁 콘텐츠를 내세웠다. 이름을 가리고 타 유저를 PK 할 수 있는 특유의 태세 변환 시스템과 PvP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살생부 시스템도 그대로 가져왔다. 길드 단위 경쟁 콘텐츠 역시 건재하다. '경쟁'과 '경제'가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국내 헤비 과금 게임의 굵직한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골자다.

 

이 게임은 런칭 프로모션 이벤트부터 그 품격이 다르다.

 


공식사이트 이벤트 페이지 갈무리

 

오픈 이전부터 전 서버 최초 만렙 달성자에게 '2020년식 포르쉐박스터'를 지급하는 이벤트와 해당 인원이 소속된 길드에게 길드 운영 자금으로 '백화점 상품권 2천만 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말이 좋아 전 서버 최고 만렙 달성이지, 사실상 결제 한도도 없이 지르면 지를수록 세지고 빨라지는 모바일게임에서 엄청난 과금 레이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벤트다.

 

최근 게임 중독 이슈로 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게임 업체가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고 자중하고 있는 상황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비난받기 좋은 이벤트를 진행해주는 이기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벤트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과도한 과금 레이스를 장려하는 이벤트 내용도 내용이지만, 정식 오픈해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음에도 서버가 불안해 일부 게이머들은 간헐적 접속 종료로 고생하고 있는 중. 누가 팅길지 모른다는 점에서 공평하다면 공평할수도...? 덕분에 게임사가 직접 나서서 불공평한 레이스를 조장하고 있다는 항의를 듣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로한M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용자 간 대결을 통해 보상 및 손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폭력성'을, '유료 재화'를 이용해 모든 것이 거래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행성'이 그 이유다.

 

그런데 이 등급 분류가 선을 넘어도 되는 면죄부로 받아들여졌는지 아예 게임사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카페 메인에 현금 거래 사이트 배너가 떡 하니 붙어 있고 아예 현금 거래 목록을 바로 볼 수 있는 바로 가기 배너도 붙어 있다. 비록 솜방망이 처벌, 말뿐인 단속이라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여타 게임사들이 외부 현금성 게임 재화 거래를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서는 것과는 정반대. 오히려 게임사가 발 벗고 나서서 부추긴다. 이 게임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연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식 카페 전면에 노출되어 있는 배너 = 화면 갈무리

 


배너를 통해 입장하면 현금 거래 중인 목록을 바로 볼 수 있다 = 화면 갈무리

 

로한 온라인 시절 78만원 탈리 무기 패키지를 팔았던 전적이 있어서일까? 이 게임의 과금 유도는 여타 모바일게임의 그 것을 간단하게 초월한다. 국내 모바일 게임의 과금 논란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감히 말하건대 탑클래스에 속한다.

 

실제로 이 게임은 게임 주요 특징으로 기존의 거래 시스템을 뛰어넘는, 아이템이나 재화 이외에도 '게임 캐릭터'까지 거래 가능'자유 경제 시스템'을 내세웠다. 물론 오픈 직후 문제가 발생하여 거래소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됐다. 일시적으로 마비된 상황에서 거래소 재개에 대한 게시물이 폭발하고 있다는 점도 이 마케팅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장비부터 시작해서 캐릭터 강화에 관련된 모든 것을 유료로 판매한다. 경험치를 늘려주는 버프 효과를 주는 4시간짜리 주문서 5장을 포함한 몇몇 버프 주문서를 엮어 11,000원에 매일 판매한다.  물약 자동 구매, 습득한 장비 판매/분해, 전투 중 반격 등 유용한 편의 기능은 전부 게임 내 펫의 사용 효과로 정해져 있다. 이 펫은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고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용권을 구매해야 한다. 이 역시도 매월 구매해야 하는 상품. 10레벨 단위로 구매해야 하는 레벨 달성 패키지, 한번 구매하면 7일 간 매일 보상을 지급 하는 매일 패키지는 무려 6종, 무려 108,800원어치가 준비되어 있다.

 


매월 한정 수량 구매 가능한 축복의 비약 = 게임조선 촬영

 

심지어 이 게임은 캐릭터 육성과 경쟁이 주가 되는 MMORPG, 캐릭터 육성의 주요 목표가 되는 '보너스 스탯'을 유료로 결제하고 또, 해당 유료 재화를 소모해야만 얻을 수 있는 '마일리지'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해놨다.  보너스 스탯 1을 올려주는 '축복의 비약'이 마일리지샵에서 2천 마일리지에. 매월 50개까지 구매 가능하다. 한 달에 무려 130여만 원을 결제하고, 또 사용해야만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캐릭터 레벨업 시 주어지는 이 증가 스탯은 4포인트. 과금을 통해 한 달에 50포인트씩 추가로 누적되는 만큼 당연히 차이가 벌어진다. 어떤 심리적 작용을 할지 불 보듯 뻔하다.

 

로한M은 27일에 정식 오픈했고, 이 상품은 매월 1일 구매 횟수가 초기화된다. 즉, 오픈 사흘만에 해당 상품을 더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과금 패키지 가운데 왜 이 상품만 매월 1일 00:00 초기화로 정해져 있었는지 깊게 고민해봐도 알 수 있는 대목. 이 보너스 스탯 구매 기회는 매월 초기화되는 만큼 사실상 상당한 과금을 이어가는 상위 랭커 즉, 헤비 과금 유저들의 130만 원짜리 정액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란 지적이다.

 

 

물론 이 같은 유료 상품을 구매하는 결정은 유저의 몫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안 지르고 무시하면 될 것을 굳이 가서 제 풀에 지른다 하여 이를 '개돼지'로 비하하고 조롱한다. 하지만 과금 경쟁을 부추기는 각종 이벤트와 경쟁형 콘텐츠를 깔아두고, 이를 위한 상품 구성, 또 그 경쟁의 기본이 될 것으로 보이는 상품을 뻔히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하고, 유저 몫으로 돌리는 것은 게이머의 심리를 악용한, 악의적인 운영이 사실 더 원론적인 문제다. 

 

로한 M은 출시 직후 첫 주말을 지나며 매출 수직 상승해 구글 스토어 기준 최고 매출 5위에 올라섰다. 플레이위드는 신작 출시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온라인게임으로 발족한 국내 게임 시장은 왜 가장 가까운 팬층이라 할 수 있는 게이머들로 하여금 비난받고 있으며, 누가 게이머를 환자로 만들고 있나? 그간 업계에서 이루어온 자정 노력과 조금씩 빛이 보이는 규제 완화가 무색한 순간이다.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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