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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e편한리뷰] 기억의저편:오블리비언, 기억과 함께 저편에 두고 온 '재미'

박성일 기자

기사등록 2019-04-26 17:03:45 (수정 2019-04-26 16: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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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지우고 스크린샷만 덜렁 있으면 그 회사 직원도 무슨 게임인지 분간 못 해, 게임스타트 버튼 누르자마자 나오는 첫 화면에서는 게임에 대한 소개보다 유료 상품 판매 팝업창이 더 크게 떠, 게임성보다 과금 유도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임들이 많다 보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리뷰를 해도 '믿고 거릅니다', '기자 미쳤냐', '입금 완료' 등의 댓글만 달리는 마당에 비슷한 신작은 계속 나오고 안 쓸 수는 없고 그냥 속 편하게 써보는 리뷰.

 좋은 말로 시작한다. 오랜만에 참 정말 순수한 캐릭터 수집 RPG 를 해본 것 같다. 장동건이 광고하던 엔탑 시절까지 갈 것도 아니고 모바일게임에 '옛날', '고전' 같은 오랜 표현은 조금 우습지만 적어도 이 게임은 옛날 게임이란 수식을 안 붙일 수 없었다.

 

수집 요소가 통-하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수집의 요소가 카드에서 캐릭터로, 바야흐로 캐릭터 수집 RPG 가 자고 일어나면 새로 나오는 시장에 조금이라도 더 장점을 부각시키고, 차별화 요소를 넣으려고 관우, 장비가 글래머 여전사로 나오거나 총기, 전함, 음식이 여자아이 모습으로 변하질 않나, 이상야릇하게 멀쩡한 옷이 막 찢어지던지, 아예 애니메이션 한편을 찍던지 매력에 매력을 더하는 이 마당에 정말 그냥 '캐릭터 뽑기'만 가지고 나왔다.

 

 

요 한 달 사이, 린 더 라이트브링어나 프린세스커넥트 리다이브 처럼 연출에 목숨 건 수집 RPG 를 많이 해봐서 그런가, 이건 말 그대로 '기억의 저편:오블리비언'. 그래, 그랬다. 정말 기억이 저편에 잊고 있던 그때의 캐릭터 RPG, 딱 그 정도의 게임이었다. 단순 캐릭터 수집으로 끝나지 않고 SRPG의 전략 요소를 잘 녹인 수작, 브라운더스트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던 '네오위즈'가 2019년에 내놓은 신작 게임이라 더 실망감이 컸을 수도 있겠다. 아직 CBT 단계라 하더라도 자체 개발작은 아니니 여기서 서버 안정 테스트, 밸런스 정도는 조절할까, 사실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사악한 세력 '데네프리스'를 막기 위해 '위대한 존재'가 다양한 세계의 영웅들을 소환했다는 설정. 다만, 전쟁의 여파로 각 세계의 차원들이 무너지고 되레 영웅들이 악에게 조종 당하는 등 답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단다. 이 때문에 '위대한 존재'는 다시 한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혜의 여신 '아테나'로 하여금 구원자로 선택된 주인공을 인도하게 된다. 주인공은 세상의 구원자로써 다른 세계의 영웅들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주인공은 소환 당시가 아니라 인도를 받던 중 기억을 잃었다. = 게임조선 촬영

 

새 시나리오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독백 외에 주인공은 단 한 마디의 대사가 없다.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만 일방적으로 말을 걸어올 뿐. 이전까지 뭐하고 있었는지 하여간 주인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설정. 기억도 없다. 소환되면서 데네프리스에 영향을 받아 기억이 온전치 않다나.

 

요정의 숲에서 눈 뜨자마자 엘프 레일라와 땅쥐 칩스를 만나게 되고 이어서 아테나와 만난다. 며칠동안 겪을 메인 스토리에서 이 세 인물의 비중 90% 이상. 또 그 만큼의 대사를 담당하므로 이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할 것. 사실 주인공과 직접적 교류도 없고 몰개성 캐릭터들이라 쉽지 않다. 대표적으로 츳코미-보케 케미를 담당하는 레일라-칩스의 대화는 이런 식의 농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누군가 위에서 시켜서 쓴 것이 분명하다.

 


선과 악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게 된다. = 게임조선 촬영

 

특이한 점이 있다면 스토리 중간중간 특정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질문에 주인공이 할 대답을 선택하게 되는데, 대답 여부에 따라서 선과 악으로 성향이 조금씩 변화한다. 성향에 따라 뭐가 바뀌긴 바뀐다는 데 초반에는 차이 없음. 다만, 질문하는 캐릭터의 성향이 묻어나는 질문이라 단순 상식으로 잘 분간이 안 가는 질문들을 하는데 그냥 위를 선택하면 선이고, 아래를 선택하면 악이다.

 

 

애초에 주요 인물인 아테나부터 시작해서 등장 캐릭터들은 각종 신화나 역사, 소설 속의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은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됐는가- 그리고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는가-로 귀결되는 것. 유명 성우를 썼다. 그건 알겠는데 오프닝 주제곡 내내 화면 다 가리고 캐릭터와 성우만  소개한다. 

 

아, 그리고 초반에 성우 음성에 비해 BGM 이 너무 커서, 그렇지 않아도 일본어 음성인데 하나도 안 들리므로 정식 버전 때는 볼륨 안배 꼭 하시길. 하는 내내 그냥 BGM 꺼버리고 플레이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굉장히 평면적이다. 그냥 착한 애들은 정의감에 불타고, 나쁜 애들은 말이 안 통한다. 그리고 착한 애와 나쁜 애가 마주치면 말싸움, 몸싸움. 여기에 인물들의 대사량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어느 정도냐면 나중에는 스토리 진행하기가 겁이 날 정도로 많다. 대사 포인트도 스토리 진행과는 상관없는 잡담이 절반. 물론 등장인물들이 매력 있고 또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케미가 재미있다면 텍스트가 얼마가 됐든 상관없겠지만 문제는 사건 자체도 항상 똑같이 벌어지면서 대사량만 물에 불은 건빵처럼 불어났다는 것이 문제다.

 


주인공 말고도 기억 상실인 애들 숱함 = 게임조선 촬영

 

초중반까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적들이 주인공 일행을 오해하고 공격해오거나 기억을 잃거나 조종 당하고 있어서 아~ 말이 안통하네. 일단 싸우자. 퍽퍽! 으악! 으, 머리아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난 죄를 지었어. 미안하다. 오해다. 이런 식. 추후에는 데네프리스를 따르는 여신 판도라가 등장해서 부하들을 하나씩 풀어놓고, 그걸 해치우면 또 다른 애 데려오고 그냥 슈퍼로봇물 스토리가 무한 반복. 조종 당하는 터라 적들의 반응이나 그에 대한 대사도 다 엇비슷. 등장인물이 죄다 기억을 잃거나 조종 당해서 기억의 저편인가?

 

 

이런저런 아쉬움을 딛고 전투 모드의 전략 퀄리티는 좋다. 최대 5명까지 파티를 만들어 전투에 돌입하는데, 마주 서서 치고 받는 방식이 아니라 방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던전에서 우르르 돌아다니면서 적과 싸운다. 쿼터뷰 시점. 이러한 시점을 잘 살린 전투 조작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한 데 어울려 우르르 싸우지만 조작을 통해 큰 범위 스킬을 피하거나 후방의 적을 치거나 특정 적을 집중 공격, 스킬 타이밍을 재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작이 가능한 점은 분명한 장점.

 


전략적 요소와 조작 요소가 잘 버무러진 전투 모드 = 게임조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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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모드에서 음성과 컷씬이 지원된다 = 게임조선 촬영

 

당연한 얘기지만, 캐릭터가 보유한 스킬 효과에 따라서 조합 형태가 달라진다. 턴제 전투도 아니고 실시간 단체 전투에 조작까지 가능한 만큼 그 효율도 매우 달라진다. 다만, 조작하여 회피할 수 있다는 개념 때문인지 적들의 기본 공격력이 상당히 세게 세팅되어 있어 전투 난이도는 제법 높은 편.

 

월드보스 시스템이 있어 스테이지 클리어 시 랜덤 확률로 강적이 출현해서 친구 등록된 플레이어 간에 서로 도울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방식. 그런데 하다 보면 툭하면 떠서 흐름 팍팍 끊긴다. 인카운터 확률 조절 필요.

 

R, SR 같은 태생 등급은 바꿀 수 없지만 에픽, 유니크, 레전드로 이어지는 레어도를 높이고, 별 개수로 나뉘는 성급 역시 성장 가능하다. 영웅마다 스킬을 4종 보유하고 있는데 전부 동일한 재화를 필요로 해서 스킬 성장도 만만치 않음. 재화를 들여 재료 추출 가능. 영웅 성장 외에도 장비 육성이 영웅 육성과 비슷한 볼륨으로 존재하고, 장비에 따로 보석도 인챈트할 수 있는데 이 보석도 합성을 통해 성장 가능. 거기다 파티 진형 성장도 있어서 좋게 말하면 전투력 올릴 곳이 많고 대놓고 말하자면 육성 육성이 아주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신경 써줘야 함.

 


캐릭터, 장비, 진영 등 육성 요소가 상당히 많은 편 = 게임조선 촬영

 

그 밖에도 골드 던전이나 강화석 던전, 각종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서브 콘텐츠가 존재한다. 하나같이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므로 특이할 것은 없을 것. 하루에 5번, 쓸모없는 영웅 조각 15장으로 영웅소환권 1장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렇게 영웅소환권 10장 모으면 10연속 뽑기에 도전해서 SR 영웅 하나 확정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 SSR 까지 있음. 영웅 조각 수집 방식인 것도 까마득한데 각성까지 해야 해서 뽑고 또 뽑아도 부족하다.

 

 

수집해야 하는 거의 모든 콘텐츠를 잘게 잘게 쪼개서 천라지망처럼 쫙 펼쳐 죄다 재화를 때려 박아 성장시킬 수 있게 했기 때문에 당연히 과금 의존도가 높다. 특히, 게임 내 각종 상점에서 유료 재화, 무료 재화로 살 수 있는 시간제 상점이 존재하여 쉽게 얻을 수 없는 각종 재료 및 조각을 즉시 구입할 수 있어 쓰자면 한도 끝도 없이 들이붓게 된다.

 

새로 나오는 게임이라고 해서 뛰어난 그래픽, 발전된 시스템으로 중무장하고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파티와 1도 상관  없는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자기들만 아는 스토리 대화를 나누고 있고, 같은 분야의 기능인데도 탭 하나 계속 왔다 갔다 조잡하고 불편한 UI. 그냥 싸우기 위해 늘려 놓은 스테이지 구성, 숙적 한 명이 계속 부하 한 명씩 내보내 패배를 반복하면서 억울해하는 마징가Z식 스토리의 반복. 그냥 흔한 게임 방식임에도 잠깐 봐도 너무 쉽게 부족한 면을 보이는 것은 아쉽다.

 

뭐만 하면 네트워크 재시도 뜨면서 재접속되거나 잠깐 세워놨다가 와도 튕기던데 CBT 라서 서버 불안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갔음. 전투 모드는 파고들 요소가 많아 차별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밖에는 초기 캐릭터 수집 RPG. 다른 특이점은 없다.

 

Point.

1. 옛날 모바일 게임에서 봐오던 조잡한 UI
2. 영웅 조각 소환 및 수집 방식
3. 오랜만에 이런 육성 압박받아보는 듯
4. 전투 시 스킬 사용 음성 지원 됨
5. 와, 캐릭터들 대화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음. 오타는 덤
6. 전투는 재밌는데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짐.

 

◆ 플레이 영상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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