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리그 개막 사흘을 앞두고 SK텔레콤 T1 최연성 감독을 만났다. 올 시즌 우승후보 0순위와 신임 사령탑 3개월 경력의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뚝심있는 선수 출신답게 감독으로서의 소신과 스타2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했다.
◆ 우승후보 0순위? "양날의 검"
최연성 감독은 우승후보 0순위라는 주위 평가에 대해 스스로도 인정했다. 비시즌 기간 좋은 선수들을 사무국에서 영입해줬고, 기존 선수들도 리그를 호령하는 강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감독은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T1을 평가했다.
최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에이스급의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팀 전력을 100% 발휘하기에는 위험성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이 말한 위험성이란 에이스급 선수들이 자주 출전할 경우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적게 돌아갈 수 있고, 상대 팀들에게 경기 스타일이 읽힐 경우 맞춤 빌드에 힘 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5전3선승제로 바뀐 탓에 변수도 늘어났다.
최 감독은 "감독에 부임한 뒤 선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 기회를 잡아내는 능력은 선수 개개인들의 몫으로 최근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의욕이 한층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최 감독은 에이스급 선수들에게 가장 큰 적은 나태와 현실안주라고 꼽았다. 최 감독은 "에이스 선수들이 연습생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한다면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며 "에이스니까 당연히 출전한다, 에이스니까 이정도 성적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최 감독이 과거 선수 시절과 코치 시절 동안 선수들 틈에서 생활하며 얻은 교훈이었다. 최연성은 이같은 마인드를 가진 대표적인 선수로 김택용을 꼽았다.
최 감독은 "김택용은 성적이 부진하다 싶으면 연습생들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귀를 열려고 노력했다"며 "막내한테까지 배우려고 한 순간 프로리그에서 다승왕을 차지했다"며 언급한 뒤 "현재 T1에 속한 선수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귀를 열어라'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이때 정명훈을 콕 짚어 언급했다. 최 감독은 "정명훈은 분명 능력이 있고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다만 현재에 안주하고 있는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명훈이 조금이라도 더 자극을 받고 의욕을 되찾는다면 예전의 정명훈으로 분명 되돌아갈 수 있다"고 힘 줘 말했다.
감독직에 대한 부담도 생겼다고 했다. 최 감독은 "(임)요환이형이 '방향설정만 잘 해도 된다'고 조언했는데 이제야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치 일을 할 때에는 팀에 부족한 점이 보이면 그 것을 고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을 했으나 감독이 된 이후에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게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 감독은 "요환이형은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항상 한 발 앞서 걸어가며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는 인물"이라며 "괜히 스승이라는 말이 붙은 것이 아닌 것 같고 고맙다"고 말했다.

◆ "관중 없는 경기 의미 없어"
이어진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미디어데이로 흘렀다. 선수와 코치 시절 '도발'에 능했던 최연성은 사라지고 얌전하고 모범 답안을 말하는 최연성 감독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를 봤던 김철민 캐스터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최연성 맞나요?"라고 할 정도였다.
최연성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얌전했던 이유는 선배 감독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였다"며 "선배들 앞에 처음 나선 자리에서부터 강하게 도발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연성 감독이 도발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리그의 재미를 위해 선수들이 하지 못한다면 감독이 스스로 나서 상대와의 스토리를 이끌고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최 감독은 "관중 없는 경기를 뭣하로 방송으로 경기하는가. 온라인으로 경기해도 충분할 것"이라며 "감독은 한 팀을 대표하는 얼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관중들이 보다 재미있는 경기를 볼 수 있다면 충분히 도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도발 1타깃은 박용운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SK텔레콤에서 수많은 우승을 이뤄냈던 콤비였고 그만큼 서로를 정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기 싫어하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 감독 역시 이를 인정했다. 최 감독은 "현재 프로리그 감독들 중에서 가장 이야깃거리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감독은 역시 박용운 감독님이다"라며 "감독으로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프로게이머들은 목숨 걸고 한다
군 생활로 인해 잠시 게임단을 떠났고, 또 최근 3개월 가량 T1 수장으로서 생활하며 느낀 점을 말해달라고 했다. 최 감독은 표정을 바꾸고 좀더 진지한 목소리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최연성 감독은 "스타2로 프로게임단 생활로 돌아온 뒤 느낀 점은 이 판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은 프로게이머들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최 감독은 "블리자드도 그렇고, 협회도 방송사도 모두 스타2가 아니면 다른 게임, 다른 종목의 대안을 찾고 있다. 또 이미 대안을 마련해놓은 곳들도 있다"며 "진정 스타2로 e스포츠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블리자드에 대해서는 주인의식을 가져달라고 성토했다. 최 감독은 "프로게임단 실무진들이 만날 때마다 듣는 말이 있는데 '왜 블리자드에서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다. e스포츠 시장에 큰 뜻을 품고 뛰어 들었다면 자신들의 생각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게임단과 e스포츠 관계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감독이 된 후 일주일에 한번씩만 자택에 갈뿐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
최 감독은 "선수나 나나 스타2로 성공하고 어디에 가서도 당당하게 드러내고 싶다"며 "하지만 최근 시장이나 선수들 스스로나 스타2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 프로리그에서 SK텔레콤이 보다 전략적인 팀이 됐고, 예전처럼 팬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는 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제발 이런 점을 다른 관계자들도 알아주고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힘을 모았으면 바랄 것이 없다"고 힘 줘 말했다.
게임만 알았던 최연성 선수가 어느새 팀과 산업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큰 그릇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초보 감독 최연성의 프로리그 정복기, 또 그의 성공 스토리의 첫페이지이기도 했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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