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편집자 주]

지난 4월 말, 트레이딩 카드의 기획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브레이크앤컴퍼니(brg)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e스포츠 리그 'LCK'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 '젠지 이스포츠'(젠지)와 '디플러스 기아'(딮기)의 컬렉션 카드를 출시하여 화제를 불러모았습니다.
특히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두 팀이 격돌하는 '북벌 더비'가 성사된 LCK 로드쇼 현장에서 'LCK 컬렉션 카드'는 트레이딩 카드 수집 문화가 아직 낯선 e스포츠 팬들에게 좋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높은 품질의 카드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들었고 다른 구단의 카드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지에 대한 문의 또한 빗발쳤다고 하는데요.
게임조선에서는 brg 사무실에 방문하여 LCK 컬렉션 카드를 제작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박창현님을 만나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LCK 컬렉션 카드가 제작되었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자 하는지'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인터뷰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창현: 안녕하세요. brg에서 사업개발부 팀장을 맡고 있는 박창현이라고 합니다. brg내에서는 IP소싱, 지적 재산권의 사용 권리를 확보하거나 카드 상품 기획 및 구성, 발행량과 같은 제작 전반 사항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brg는 주로 유통과 그레이딩으로 사업을 성장시켜 왔지만, 팬들이 좋아하고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카드를 만드는 것에 도전하고 싶어 LCK 컬렉션 카드 제작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Q. 말씀해주신대로 이번 LCK 컬렉션 카드와 관련하여 상품 기획과 컨택포인트를 모두 가져오는 활약을 해주셨다고 했습니다. 다른 IP가 아닌 LCK 프로구단의 컬렉션 카드를 만들고자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박창현: 개인적으로도 LCK를 열심히 찾아보는 팬이라서 팬심의 영역도 있겠지만 사업적으로도 많은 부분을 고려한 결과였습니다. 첫번째로는 카드 상품화가 많이 되지는 않았지만 인기가 많은 소재, 두번째는 한국의 IP지만 글로벌화했을 경우에도 잠재력과 매력이 높은 소재를 찾고자 했죠.
사실 야구, 축구, 농구와 같은 기성 스포츠는 이미 수많은 종류의 카드가 존재하고 국내에서도 K리그-KBO-KBL 카드들이 출시된 적이 있지만 내수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과 별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IP였고 팬들뿐만 아니라 수집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컬렉터들에게도 구미가 당기는 소재를 찾다보니 LCK에 눈길이 가게 됐습니다.
다행히 경영진 내에서 LCK 구단측 관계자분들과 형성되어 있던 컨택포인트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구단들과 소통하며 트레이딩 카드 상품화에 대한 니즈를 파악했고 2024년에 카드를 발매했던 젠지는 매우 적극적으로 어프로치를 하여 빠르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9월 서머 시즌 결승 진출이 확정된 오프라인 행사에 맞춰 팬들이 좋아할 만한 색다른 굿즈를 찾던 젠지 측에 딱 맞는 형태로 최초의 LCK 트레이딩 카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죠.

Q. 실제로 2024시즌 젠지 컬렉션 카드의 경우 품절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번 2025시즌에도 컬렉션 카드를 출시하며 2년 연속으로 젠지의 컬렉션 카드를 만드는 일종의 '재계약'이 이뤄진 셈인데요. 젠지 측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박창현: 2024 시즌 카드의 경우 아무래도 팬들에게 이전까지 발매됐던 포토카드가 아닌, 트레이딩 카드 형태는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는 상황이라서 팬들에게 트레이딩 카드에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요소와 수집 문화를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조금씩 차근차근 배우고 익숙해지는 것을 지향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형태의 스포츠 컬렉션 카드와 비교하면 가끔씩 이벤트성으로 나오던 포토 카드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죠. 포토 카드와 트레이딩 카드의 차이점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부분에서 퀘스천 마크가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젠지 측에서는 결과물을 마음에 들어했고 팬들의 반응도 좋아서 지난 5월에 진행한 LCK 로드쇼 젠지 홈스탠드 경기에 맞춰 2025시즌 젠지 컬렉션 카드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젠지 홈스탠드라는 큰 행사에 맞춰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최대한 보강하고 디자인적으로도 많은 부분을 조정하여 본격적으로 트레이딩 카드의 느낌이 살아나도록 노력했습니다.
Q. 다른 스포츠의 컬렉션 카드와 LCK 컬렉션 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박창현: 기성 스포츠의 경우 대부분 몸을 많이 쓰기 때문에 필드에서 뛰는 역동적인 사진이 굉장히 많이 남지만 LCK를 비롯한 대부분의 e스포츠는 비교적 움직임에 한계가 명확한 종목이 많아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이 아니라면 다양한 구도와 콘셉트의 사진을 얻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선수들의 상반신과 얼굴이 부각되는 형태의 트레이딩 카드를 만들 수 밖에 없었지만 최대한 선수 개개인의 다양한 표정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카드 제작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Q. 카드에 들어가는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은 어떤 기준을 통해 선정되나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팀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박창현: 비단 LCK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관련 컬렉션 카드는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측에서 제공하는 에셋을 바탕으로 카드화가 용이한 사진을들 뽑아내는 방식으로 조율을 시작합니다.
다만, 팬들은 일반적으로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나 구단 및 개인 SNS에 올라온 것 이상으로 미공개 사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딮기의 컬렉션 카드 제작 과정에서는 협의를 거쳐 제공받은 사진 외에도 별도의 스튜디오 촬영을 진행했고, 팬들이 평소에 접할 수 없는 모습을 담은 카드들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2025 딮기 컬렉션 카드의 구성 중 스튜디오에서 별도 촬영한 컷이 담긴 카드들은 스페셜 카드인 '익스클루시브 컷(EXLCUSIVE CUT)'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Q. 컬렉션 카드를 발매한 젠지와 딮기는 아까 말씀해주신 'LCK 로드쇼 젠지 홈스탠드'를 통해 수원 컨벤션에서 홈-어웨이 원정 경기를 치렀습니다. 현장에서 최초 공개 및 사전 발매를 통해 두 팀의 컬렉션 카드를 판매하고 현장에서 그레이딩을 하는 부스를 운영하셨을 때 전반적인 팬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박창현: 컬렉션 카드의 판매는 젠지와 딮기 양측 구단의 부스에서 별도로 진행됐고 저희는 최근 론칭한 카드 거래 플랫폼 '브레이크'를 홍보하는 것을 겸하여 현장에서 그레이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경기 당일 양측 구단의 팬분들이 카드를 구매하여 찾아오시면 그레이딩 서비스와 카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드렸는데요. 다들 기존의 포토카드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굉장히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들려주셨습니다.
특히, 젠지의 팬분들은 대부분 지난 시즌에도 구매하셨던 이력이 있는 것인지, 이번 시즌의 디자인이 더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선수들이 입던 시착 유니폼 조각이 들어가는 카드'나 '5단 랜티큘러 카드'가 들어있을 수 있다는 부분을 특히 마음에 들어하시더라구요.
딮기의 카드는 첫 출시임에도 현장에서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쪽은 팬분들이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가는 '오토 카드'와 아까 소개한 '익스클루시브 컷 카드'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LCK 컬렉션 카드 제작 과정에서 겪은 재미있거나 혹은 어렵게 느껴졌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박창현: (웃음)재미있었던 일화는 따로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일단 저부터가 LCK의 팬이다 보니 카드 제작자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확실히 소장하고픈 마음이 드는 카드를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제작하는 과정이 내내 즐거웠기 때문이죠.
어려웠던 점을 느낀 에피소드는 있어요. 이젠 2025시즌 젠지 컬렉션 카드의 스페셜 카드 중에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비비케이(bbkei)님이 그려주신 선수들의 카드가 있는데요. 이게 기존 인물을 바탕으로 2차 창작을 해야하는 종류의 카드고 사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최대한 팬분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굉장히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해당 스페셜 카드의 쵸비(정지훈) 선수는 2025 시즌 들어서 7세트 연속으로 노데스를 찍을만큼 좋은 폼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 내의 현상금 개념을 반영한 배경이 그려져 있고, 룰러(박재혁) 선수는 목걸이 악세서리를 늘 차고 다니는 모습을 충실히 반영하는 등 최대한 디테일함을 살려보고자 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래도 완성하고 나서 꽤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해당 스페셜 카드는 한정된 수량만 생산되는 희소성 때문에 현장에서 설명을 들은 팬들이 굉장히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Q. brg에서는 카드의 보존 상태를 확인하여 등급을 매기고 케이스를 씌워주는 '그레이딩'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카드 수집 문화는 아직까지 대중적이라기보다는 굉장히 마니악한 분야에 걸쳐 있다 보니 그레이딩의 인지도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LCK 컬렉션 카드 론칭을 통해 그레이딩 문의가 많이 늘어났을까요?
박창현: LCK 컬렉션 카드의 그레이딩 서비스는 사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엄청나게 늘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지금은 LCK 컬렉션 카드에 한해 1회 무료 그레이딩 서비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카드 수집 문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카드를 구매하고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레이딩 서비스까지 신청하는 것은 다소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젠지 홈스탠드에서 부스를 운영할 때에도 그레이딩이 완료된 카드들을 보기 좋게 슬랩 형태로 전시하여 좋아하는 카드를 반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소개했죠.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트레이딩 카드를 만들고 그레이딩 서비스를 체험하게 하여 점진적으로 이용자 풀을 늘리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Q. 그렇다면 접수된 LCK 컬렉션 카드 중 어떤 카드의 그레이딩 문의가 가장 많았을까요?
박창현: LCK 컬렉션 카드와 같이 확장성과 잠재력이 높은 상품은 해당 구단의 팬이 아니더라도 수집하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컬렉터분들은 모든 카드를 전부 그레이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단의 팬분들은 좋아하는 선수 카드 중에서도 가장 레어도가 높은 카드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젠지와 딮기 외에도 다른 구단의 LCK 카드를 제작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박창현: 저희의 목표는 특정 구단에 집중된 컬렉션 카드가 아닌 LCK 전체의 컬렉션 카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해외에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른 구단들과도 협의는 진행 중이며 아직 구체화된 부분이 없어 자세하기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여 모든 팬분들을 만족시켜드리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LCK의 팬분들이 그냥 지나가다가 방문한 편의점에서 팩 단위로 판매하는 LCK 컬렉션 카드를 발견하고 바로 구매하여 뜯어볼 수 있을 정도의 캐주얼한 취미로 트레이딩 카드의 저변을 확장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트레이딩 카드 수집을 새로운 취미로 고려하고 있는 분들에게 카드를 잘 보존하거나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박창현: 가장 중요한건 슬리브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린 시절부터 카드를 모으는 것이 취미였지만 수집한 카드를 잘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여 카드를 그냥 앨범에 끼워넣거나 방치하면서 많은 손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집에 가면 카드가 앨범에 완전히 달라붙은 상태여서 잘못 떼어내면 완전히 손상될까봐 손을 대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론 슬리브나 탑로더 등의 보호장치도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레이딩만큼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본인이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카드가 있다면 슬리브는 꼭 이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LCK 컬렉션 카드를 통해 카드 수집에 뛰어드는 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박창현: 한국 트레이딩 카드 시장은 포켓몬, 유희왕과 같은 TCG에서 점차 스포츠 컬렉션 카드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 brg에서는 LCK를 비롯하여 다양한 IP의 팬덤과 컬렉터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카드를 론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제작된 카드를 모으는 것이 재미있고 뜻깊은 취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소중한 카드를 잘 보관할 수 있는 그레이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