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의심되는 순간, 상대방의 모든 행동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간디의 이 말은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이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업과 사람', '기업과 기업' 사이에서도 해당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고객과 믿음을 구축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며, 그 기업들이 백년을 이어가는 장수회사로 성장한 사례는 흔하다.
게임업체 역시, 이용자들과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 구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현재 '한번 게임을 접하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하여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는 '시드마이어의 문명V(이하 문명5)'는 우수한 게임성과 강한 중독성으로 전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게임을 제작한 파이락시스는 최근 공식 한글 언어팩과 '대한민국 문명 시나리오팩'을 발매해 적극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게다가 이웃 나라 일본과 독도의 영유권 분쟁 및 동해의 표기 문제로 민감한 국내 사정을 감안해 게임 내 '동해'를 'East Sea'라고 표기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필자를 비롯한 많은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파이락시스의 개념 충만한 행동(?)에 끝없는 찬사를 보냈다.
당시 미국 정부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기로 결정했고, 일본의 자민당 의원들이 독도 시찰을 위한 울릉도 방문을 강행했던 시기였기에 이러한 조치는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악마의 내면은 냉정하고 사악하다고 했던가. 지난 9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된 '2011한국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한 ‘문명5’의 프로듀서 배리 커딜(Barry Caudill)은 그간 감춰왔던 속내를 드러냈다.
배리 커딜 프로듀서는 게임 내 동해를 East Sea로 표기한 이유에 대해 "당시 국내 출시된 시나리오팩이 한국 문명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관점에서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 '문명5'가 발매되면 동해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문화적인 부분을 결정하는 이면에는 여러 가지 잠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 나라에 맞게 올바르게 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 동해 표기는 '문명5' 개발사가 우리 국민의 정서와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고 취한 행동이기보다는 국민 정서를 이용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역사가 증명하듯 불신은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이미 국내에 '문명하셨습니다', '유혈사태' 등 게임에 대한 각종 신조어가 탄생될 만큼 많은 고객층을 확보한 '문명5'가 일본에 가서는 일본해가 맞다고 말을 바꾼다면, 국내 이용자들이 받게 될 분노와 배신감은 불보듯 뻔하다.
국내 최대의 보안 업체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안철수는 힘들었던 시절, 굴지의 외국기업으로부터 1,000만 불의 인수제의를 거절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눈앞의 돈보다 회사 직원들과의 의리를 중시했으며, 더 나아가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번영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임을 알고 있었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실시된 연령대별 착한 기업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20대 35.7%, 30대 24.6%로 젊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젊은 세대들은 기업의 경영방식이 옳다면 제품이 비싸도 구매한다는 의견을 보이며 신뢰성을 강조했다.
게임 시장의 주 수요층이 20,30대의 젊은 세대임을 감안할 때, 게임회사가 가져야 할 기업 윤리는 무엇일지 더욱 분명해진다. 향후 파이락시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태도로 국내 이용자들의 발등을 찍는 최악의 선택은 피하길 바란다.
[최지웅 기자 csage82@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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