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어스의 김준성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약 40여일 전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긴 인터뷰 끝에 십여 일 앞으로 다가온 '에오스' 론칭을 무사히 치러낸 뒤에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최근 시장에 출시된 수많은 PC 클라이언트 게임들이 제대로 된 주목 한번 받지 못하고 잊혀진 까닭이 시대의 영향인지, 아니면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던 탓인지 자체개발작 '에오스'를 통해 확인시켜 보이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약 열흘 뒤인 9월11일, 엔비어스의 처녀작 '에오스'가 대중 앞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게임 오픈 이틀 만에 PC방 점유율 순위 10위(게임트릭스 기준)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오픈 한 달을 넘긴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올해 출시된 게임 가운데 PC방 점유율 10위권에 3주 이상 이름을 올린 타이틀은 '아키에이지'와 '에오스' 뿐이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신생 게임사 엔비어스의 행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김준성 대표와의 재회에 앞서 면면에 함박웃음이 가득할 그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다시 만난 김 대표의 얼굴은 웃음기 없이 진지했다.
◆ '천골사건'으로 호된 신고식…돈 주고도 못 살 교훈 얻어
"아시다시피 오픈 첫날 '천골사건'으로 시끄러웠었잖아요. 지금은 안정화된 상태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에오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이용자들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PC방에서 게임을 처음 접하게 되는 비중이 높아 이를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던 일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어요. 정말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김 대표가 언급한 '천골사건'이란 오픈 이벤트의 일환으로 PC방 사업자 개인 계정마다 배포했던 1000골드 상당의 아이템이 현금화 수단으로 악용됐던 일화을 말한다. 1000골드는 높은 레벨의 이용자들도 쉽사리 모을 수 없는 금액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규모의 게임머니가 오픈 첫날 대량 방출되면서 게임 밸런스 논란이 야기됐다.
이때 논란이 됐던 아이템과 게임머니 중 약 99%가 곧바로 회수, 게임 경제시스템에는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지난 4년간 '에오스' 개발에만 매달려왔던 엔비어스 식구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수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의 실수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자리에 함께한 이찬 개발이사 역시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에오스'를 알게 되는 등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반대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플레이 자체를 거부하는 게이머들도 있어 개발자 입장에서 매우 속상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찬 이사는 이어 "문제는 특정 이용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우리 역시 이러한 의견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에오스'에서는 특정층을 위한 이벤트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동시접속자 수 4만명…진심 담은 서비스로 이용자 사로 잡아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게임 서비스 초반 '천골사건'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에오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오픈 첫 주 기록했던 동시접속자 수 4만명이라는 수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물론 평균 플레이타임 또한 4시간 반에서 6시간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오픈 초반 약속했던 업데이트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신뢰감도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김준성 대표의 철학이 깊게 깔려 있다. 체계화된 지속적인 업데이트만이 게이머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단순 명료한 견해가 그것.
김 대표는 앞선 만남에서도 현재의 게임시장 상황에 대해 온라인게임들이 인기몰이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던 것이라 진단한 바 있다. '에오스'를 통해 현 시장상황이 요구하는 MMORPG의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그의 바람 중 하나다.
"아직 게임을 오픈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운을 뗀 김 대표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즐길만한 콘텐츠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며 "업데이트 패치를 2주 단위로 진행하는 것 역시 이러한 목표 때문이고, 이를 통해 이용자들에게는 신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게임 안에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즐거운 추억들을 쌓기 바란다"며 "실제로 이미 이용자들의 절반가량이 길드에 가입,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가고 있어 내부에서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 에오스의 목표…함께 즐길 때 더욱 즐거운 게임
이제 갓 오픈 한 달을 넘긴 '에오스'.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그러나 거침없는 성장속도만을 놓고 보면 앞서 모습을 드러낸 형님게임들보다 우월한 유전인자를 갖고 태어난 듯 보인다. 평범함이라는 콤플렉스 또한 성실함과 MMORPG의 정통성을 기반으로 극복해냈다.
'함께 즐길 때 더욱 즐거운 게임'을 만들겠다는 김준성 엔비어스 대표의 꿈이 이뤄질 그날이 오늘도 '에오스'를 통해 하루만큼 가까워졌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 도타2 한국 서버 오픈! 도타2 정보 총망라!!
▶ [주간] 게임업계 ´희망고문?´… 나랏님 말씀에 울고 또 울고
▶ 대구시민, 도심 한복판서 RPG ″한판″…“북성로를 지켜줘”
▶ 액토즈 부사장, 게임업계 입문 후회막심...왜?
▶ 넷마블 RPG, 아우의 난…내친구용팔이, 몬스터길들이기 ″추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