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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클로킹 | 2018-02-26 22:41
봄 되면 상당수 PC방이 줄줄이 폐업 들어감.
겨울 성수기까지 빨아먹고 폐업할려는 전략인데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폐업을 해야겠다 싶어서
오늘부터 준비 들어갔다.
먼저 저번 토요일 아침에 공지를 내렸다.
"건물주와의 재계약 불발로 폐업합니다.
오늘부터 1천원에 48시간 요금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월요일 오전 8시에 모든 영업을 종료합니다.
지난 7년간 저희 PC방을 이용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지 내려놓고 나는 와이프와 드라이브하러 갔음.
전화가 빗발치더라고.
아니 왜 폐업해요.
다른 곳에서 안하시나요 등등
죄송합니다. 내일 뵙지요.
그래가지고 어제 일요일 출근해서 손님 한명한명 일일이 감사인사드리고
먹거리 균일가 이벤트 실행해서 알바 노동강도 증가 시키고.
근데 멀리 이사간 예전 단골들이 친구들에게 전해듣고 찾아와 주는데 거의 울먹일뻔했음.
오늘도 많이 오더라고.
그래서 어제 VVIP급 단골들은 의자 책상 PC 뺄 때까지 무제한 무료 오픈하기로 했음.
전부 1천만원 이상 매출올려주신 분들이고(먹거리 제외하고)
폐업할 때까지 가게 정리해야되는데 매장 나와서 심심하지도 않을 거 같음.
전기세 줄일려고 불 다 끄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CCTV보니 가관이네.
야간에 가게 지킬 사람 필요했는데 해결되어서 좋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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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클로킹작성자 2018-02-26 23:44
글이 길어지겠지만 답변해봄.
내가 판단하기로 세계적인 추세는 산업에서 기계화가 더 심화되는 거 같음.
인건비는 계속 올라가는데 이건 기계가 못하는 일을 인간이 함으로서
그만큼 보수를 더 받는거라고도 생각이 됨.
즉 고급인력이 고임급을 받는다.
그 외에 단순업무는 기계가 한다. 물론 정확성도 기계가 더 높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나는 PC방에 적용했다.
다들 알겠지만 PC방은 6년여 전부터 선불기계가 도입되어서
이제 선불기계 없는 PC방이 드물정도임.
물론 선불기계가 있다해서 일하는 직원이 없진 않지만
그만큼 업무의 효율이 늘어나고
손님들도 오히려 선불기계가 더 좋다고 할 정도임.
그걸 나는 한발 더 나아가서
선불기계가 계산 다 해주니깐 손님이 적은 시간대엔 선불기계가 일 대신해주고
그 시간에 일하는 사람 없어도 되는 거 아닌가.
근데 24시간 근무지에서 근무자가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라 볼 수 있음.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걸.
그러나 나는 일단 1시간만 무인시스템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대략 15년도 초반정도였나 그쯤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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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클로킹작성자 2018-02-26 23:45
도난의 위협 및 근무자가 없어서 손님들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과연 내가 이걸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음.
PC방은 명백히 서비스업이란 카테고리에 해당되기 때문.
가장 손님이 적은 시간인 오전 7시부터 8시까지를 무인화로 돌리고
야간 알바를 평상시처럼 7시에 퇴근 시키고 나는 7시가 아닌 8시에 출근해봤음.
처음에는 단골손님들의 동요도 있었지만
나는
"이 시간엔 직원이 없습니다. " 같은 어떤 고지도 하지 않았음.
그냥 잠깐 어디 청소하러 갔다 정도로 생각하길 바랐는데
뭐 손님이 적은 시간대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고
그렇게 2개월정도를 해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음.
솔까 지금 이건 오래되서 어느정도를 1시간 무인화를 했는진 잘 기억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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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클로킹작성자 2018-02-26 23:47
PC방 카페에다가는 성공내역기를 제대로 올렸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전국적으로 무인화를 도입한 PC방은 특수구역의 특수 PC방 말고는
거의 없었음.
나는 간뎅이가 부어서 점점 시간을 늘려나갔다.
물론 알바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쳤지.
알바 또한 빨리 퇴근하길 원하길래 6시에 퇴근시키고 나는 8시에 출근했고
다음 뽑은 야간 알바는 처음부터 뽑을 때 5시에 퇴근할 알바를 뽑았고.
나는 가끔 늦잠도 자고 볼일도 보고 해서 11시에 출근할 때도 있었다.
그럼 손님동요는?
거의 없음.
그 시간에 있는 사람은 99% 단골이고 나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는 사람들이라
내가 있든 없든 알아서 자기 할 거 다 하는 손님들임.
냉장고에서 뭐 먹고 싶은 거 빼 먹고 과자 먹고 컵라면 먹고
그냥 알아서 자기 원하는대로 하고 나중에 나에게 와서 결제하고 그러시더라.
솔까 시급 6000원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1시간에 음료수 8개를 훔쳐먹어야 겨우 쌤쌤임.
그러나 그런 도둑질 또한 없었고 (재고 파악해보면 별다른 혐의가 없었음)
금고 도난 및 마우스 도난 등 도난은 3년여간 전혀 없었다.
손님들도 다들 적응했고.
즉 무인화는 대성공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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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클로킹작성자 2018-02-26 23:48
그렇게 나의 무인시스템은 성공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것을 싫어하는 단 한사람이 있었음.
건물주가 가끔 내가 없는 시간대에 와서는 왜 아무도 없냐고 클레임을 걸기 시작.
건물 안전하게 쓰라고 내줬는데 아무도 없고 건물에 불이라도 나면 책임질거냐고 해서
솔까 그때는 또 지랄이네 하고 굽신굽신대면서 대충 넘어갔는데
몇개월 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로 상황이 변했다.
건물주가 전화와서 지금 PC방에 사람있냐고 해서 있다 했음.
무인 그거 안하면 안되냐고 해서 나는 솔까 안할 생각 없었는데
그때까지도 나는 별 다른 문제는 못느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달 뒤에 밀양에서 화재사고가 나자 그날 밤 건물주에게 전화가 와서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에 하는 말이
"이번에 재계약은 좀 힘들 거 같은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세요."
나는 그때서야 갓물주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지만
불나면 사장님 뿐만 아니라 자기도 끝나는 거라고. 제천 스포츠 센터 건물주 구속된 거 아시죠?
다 죽습니다.
밑에 은행은 어떻게 책임질건데요?
뭐 솔까 나도 할말은 없다. 그냥 깨끗이 승복이다.
나가라면 나가야지.
가게를 못팔게 하고 그냥 비우라고 하는 것이 좀 짜증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