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DB프로미아레나에서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출전할 마지막 한 팀을 결정하는 선발전 ‘Road To MSI(RtM)’의 최종전을 진행했다.
이번 2시드 선발전의 대진은 티원(T1)과 젠지 이스포츠(GEN)다. 이미 한화생명e스포츠(HLE)가 1시드 자격으로 MSI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LCK에 남은 마지막 국제대회 티켓을 두고 오랜 라이벌 관계를 이어온 두 팀이 다시 한번 마주했다.
경기 시작 전 사전 예상은 양 팀의 이름값만큼이나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T1은 큰 경기와 국제대회 선발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온 팀이며, 다전제에서 밴픽과 경기 흐름을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GEN은 직전 KT전에서 불리한 흐름을 뒤집어내는 집중력과 쵸비(정지훈)를 중심으로 한 캐리 라인의 파괴력을 증명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한편, T1과 GEN은 최근 수년간 LCK의 패권을 두고 가장 자주 충돌해온 대표적인 강팀인 만큼, 이번 경기는 단순한 선발전을 넘어 2026년 상반기 LCK의 서열을 정리하는 빅매치 '티젠전'으로 큰 관심을 모았으며 현장 역시 DB프로미아레나를 가득 메운 팬들의 응원 열기로 경기 시작 전부터 달아올랐다.
■ 2026 RtM 5라운드(2시드 결정전) - GEN vs T1

T1은 전날 KT가 GEN을 위협했던 것처럼 바텀에 비원딜 직스를 기용하여 라인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로밍형 서포터를 활용하여 무차별 난전 구도를 만들며 상체를 보좌하는 그림을 그리며 기존처럼 바텀에만 힘을 주는 전략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GEN이 카밀을 빼앗아오면서 그 전략의 대전제가 무너지고 말았다.
듀로(주민규)가 1분 30초만에 퍼스트 블러드를 먹어버린 바텀 라인킬을 시작으로 GEN에게 바텀 주도권이 완벽하게 넘어가면서 듀로의 카밀이 먼저 전 라인을 휘젓고 케리아(류민석)의 쉔이 이에 끌려다니는 구도가 시종일관 반복됐으며, 라인 스왑에 정글까지 끌어다 쓴 탑 다이브 상황에서 기인(김기인)의 암베사가 전날처럼 최소 한명을 길동무로 삼고 쵸비(정지훈)이 시의적절하게 날아와서 상황을 정리하는 등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교환 과정에서 T1은 확실하게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25분에 생성된 바론을 GEN이 가져간 상황에서 이미 글로벌 골드 격차는 1만까지 벌어져버렸으며 서포터인 듀로가 솔로 라이너처럼 사이드 포지션을 잡고 교전개시각을 보며 수성을 방해한 탓에 T1은 직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밀려드는 라인을 막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30분경 GEN은 바텀 라인 정리를 위해 살짝 앞으로 나온 페이커(이상혁)의 카시오페아를 마법공학 최후통첩-영웅 출현의 확정 하드CC 콤보로 터뜨려버리고 페이커를 살리기 위해 궁극기를 타고 날아온 케리아의 쉔까지 정리해버리고 블루팀의 본진으로 밀고들어갔으며 캐니언(김건부)가 인섹킥으로 직스를 꺼내잡으면서 수성이 가능한 딜러진이 전멸한 T1은 1세트를 내주게 됐다.


T1이 1세트의 패배를 배로 갚아주는데 성공했다. 상대 측에서 이중삼중으로 칠 수 있는 방어선뿐만 아니라 단일 대상 암살을 방해할 수 있는 CC기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팔이 짧은 칼리스타나 아칼리가 활약하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라인전에서 조금씩이나마 벌어둔 이득을 잘 지켜내면서 GEN을 조급하게 만들었고 이를 승리까지 이어나간 것이다.
특히 이전 세트에서 상대의 예상 외 플레이에 크게 고전했던 페이즈(김수환)과 케리아가 라인전에서 승기를 가져온 것이 주효했다. 도란(최현준)이 상대의 집중견제를 당하면서도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는 정도에서 선을 잘 지키자 바텀 라인전에서 룰러(박재혁)과 듀로를 눌러버리는 것은 물론 드래곤 스택 관리와 라인 운영 측면에서 팀을 편하게 만들어줬고, 그 덕분에 GEN이 오브젝트 대치전에서 매우 강력한 마오카이를 가지고 있음에도 교전 선택권을 쥐고 흔드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니시에이팅을 거는 상황이 나왔다.
칼리스타가 스태틱의 단검 효과를 단순히 라인 클리어 뿐만 아니라 한타 단계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하는 창의적인 플레이도 돋보였다. 번개가 튕긴 대상 전원에게 적중 시 효과가 적용되는 점을 활용하여 초장거리에서 창을 꽂고 뽑아 찢기로 둔화를 걸어 아군의 이니시를 보조하는 플레이 덕분에 자야가 화망에 노출되는 상황이 여러번 나왔다.
26분에 페이커의 아칼리가 혼자 쵸비의 애니비아를 상대로 패시브를 뺴면서 암살기도를 하자 GEN이 이를 살리고 급하게 내셔 남작을 쳤지만, 이 과정에서 레나타의 적대적 인수와 긴급 구제를 바탕으로 페이즈의 칼리스타가 딜러진 대부분의 체력을 갈아버린 채 살아서 이탈했고 T1의 앞라인이 남은 인원을 모조리 정리해버리면서 확실하게 게임을 T1의 페이스로 가져왔다.
사이드 운영의 주도권이 사라진 GEN은 바론 버프를 획득했음에도 조심스럽게 3라인 운영을 하는 T1을 상대로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으며, 38분경 미니언을 타고 스태틱을 통해 꽂힌 칼리스타의 창이 그대로 뽑아 찢기로 연계되고 오너(문현준)의 바이와 페이커의 아칼리가 궁과 점멸을 모두 소모한 자야를 암살하는데 성공, 그대로 본대를 터뜨린 T1이 2세트 승리를 가져온다.


GEN이 선픽으로 뽑은 제이스를 정글로 돌리고 자헨을 탑에 세우는 묘수를 보여줬지만 T1도 사이온을 미드로 세우고 올라프를 가져오며 성장성이 좋은 미드와 원딜로 높은 극후반밸류를 기대하며 자리를 깔고 누워버리는 조합을 준비했다.
GEN 입장에서는 무한히 체력을 불릴 수 있는 사이온과 계속 사정거리와 화력기대값이 성장하는 세나를 상대로 타임어택이 걸린 것이나 다름 없었는데, 세나는 별다른 이슈 없이 초반을 넘기는 정도가 아니라 라인킬을 기록하며 빠르게 스태틱을 완성하여 성장 속도에 가속이 붙어버렸고 사이온 또한 대부분의 스탠딩 메이지 매치업에서 패시브를 장전하고 누킹 심리전 우위를 가져올 수 있는 애니를 상대로 스킬 2개로 라인을 먼저 밀어버리고 로밍을 가서 이득을 보는 방법으로 T1을 흔들었다.
물론 파워 커브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캐니언의 제이스가 포격으로 세나를 저격하여 이탈시키거나 T1의 앞라인이 세나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아 쵸비가 세나를 물어죽이는 그림이 몇번 나왔고 GEN은 오브젝트를 잘 쌓아두는 것으로 보험을 들어두었다.
하지만 게임이 질질 끌리면서 결국 100스택을 넘긴 페이즈의 세나가 사거리 차이로 서서히 앞라인부터 조이는 포커싱으로 GEN의 전원을 밀어냈고 도란의 올라프가 라그나로크를 켜고 세나를 위협할 수 있는 딜러진을 빠르게 제거하는 단 한번의 대규모 교전으로 대승을 거두면서 유지력이 좋은 탱커와 브루저들을 앞세운 T1이 3세트까지 따내며 매치포인트에 도달한다.


극초반 페이즈의 유나라가 또 정글 개입 없는 라인킬로 크게 앞서나가면서 T1의 승리 공식인 바텀 캐리를 또 다시 만들어내는 듯 싶었지만 GEN의 상체가 상대를 완전히 박살내고 클러치를 연발하면서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한다.
갱플랭크를 고른 기인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화약통 심리전에서 매우 불리한 매치업을 받았지만 3웨이브 격차에서 승부수를 건 도란의 나르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두고 T1의 3인 다이브를 받아내는 상황에서도 교환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킬을 따내는데 성공했으며 쵸비의 아리와 함께 7킬을 먹고 비대칭 전력 수준이 되어버린 유나라가 활약할 수 없도록 하는 안티캐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미드 1차 포탑을 둔 대치전 상황에서 화약통 연계를 성공시키면서 유나라에게 둔화를 묻히고 그대로 전령 돌진과 아리의 매혹 이 물흐르듯 이어지며 유나라를 터뜨린 장면은 백미였으며 제압킬이 쵸비에게 들어가면서 아리의 암살 시도가 매우 위협적으로 변하게 됐다.
T1 입장에서는 바텀이 유리할 때 드래곤 스택을 미리 쌓아두지 않은 것도 뼈아프게 됐다 제한적으로나마 탱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1선이 신 짜오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바다 드래곤의 영혼이 팀 전체의 유지력이 부족하다는 GEN의 약점을 어느정도 보완시켜줬으며
그로 인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기인과 쵸비가 살아나가는 상황이 몇번이고 나왔기 떄문이다.
32분, 탑 억제기 포탑이 파괴되기 이전 페이커의 리산드라가 본인의 몸을 들이밀고 얼음 무덤으로 한 턴을 버티는 노림수를 던졌지만 GEN의 화력이 상정한 것 이상으로 강력하여 궁극기를 누르지 못한채 폭사해버렸고 그대로 본진을 밀어버리며 2시드 선발전 현장에 끝내 실버 스크랩스가 울리게 됐다.


5세트까지 가는 혈전 끝에 메타픽이 다수 빠지면서 티어권은 아니지만 캐니언의 니달리, 도란의 그라가스, 케리아의 니코처럼 서로가 장기로 하는 시그니처 픽이 대거 등장한다.
그라가스가 자신의 유지력을 과신하거나 라이즈가 지나치게 공간 왜곡을 아끼면서 레넥톤이 킬을 몰아먹으면서 유일신 수준으로 성장하여 오브젝트 교전을 주도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규모 교전에서 초장거리 넉업이 가능한 그라가스와 타겟을 찍고 암살을 할 수 있는 나피리, 광역 에어본이 가능한 니코 때문에 룰러의 미스 포춘은 운신이 크게 제한됐고 궁극기를 쉽게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특히 22분 4번째 드래곤 교전에서 그라가스와 미스 포춘이 교환되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인원이 산개되는 난전 구도가 발생했는데 추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타겟팅 스킬을 흘려버릴 수 있는 오너의 나피리와 기동전에 특화된 페이커의 라이즈가 역으로 GEN과의 2:3을 이기는 괴력을 발휘했고 라이즈가 레넥톤의 제압킬을 먹고 과성장하면서 대장군이 되어버렸다.
바론 생성 직후 교전에서도 도란의 그라가스가 GEN의 어그로와 온갖 스킬을 받아내면서 끝까지 살아나가는 신기를 보여주면서 레넥톤을 지우고 합류한 T1의 본대는 5:0 에이스를 띄우는 대승으로 승패에 쐐기를 박았으며 30분이 채 되기도 전에 넥서스를 파괴하며 패승승패승이라는 짜릿한 역전승으로 대전행 티켓을 손에 넣게 됐다.


결국 이번 2시드 결정전은 ‘티젠전’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풀세트 혈전이었다. GEN은 1세트에서 압도적인 설계와 교전력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4세트에서는 기인과 쵸비를 중심으로 T1의 바텀 캐리 구도를 정면에서 무너뜨리며 승부를 마지막 세트까지 끌고 갔다. 특히 불리한 흐름에서도 상체의 클러치 플레이로 판을 뒤집는 장면은 전날 KT전에서 보여준 GEN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쪽은 T1이었다. T1은 1세트 완패 이후 곧바로 밴픽과 경기 운영 방향을 수정했고, 2세트부터 페이즈와 케리아를 중심으로 한 바텀 주도권, 페이커의 암살 및 플레이메이킹, 오너의 과감한 진입을 앞세워 흐름을 뒤집었다. 3세트에서는 세나와 사이온을 중심으로 한 극후반 밸류 조합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었고, 5세트에서는 각자의 시그니처 픽을 꺼내든 난전 구도에서 한타 집중력으로 GEN을 압도했다.
특히 마지막 세트는 T1이 왜 큰 경기에서 강한 팀으로 평가받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초반 레넥톤의 성장을 허용하며 오브젝트 교전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위기도 있었지만, T1은 그라가스와 니코, 나피리, 라이즈가 만들어내는 변수와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타 구도를 계속 흔들었다. 4번째 드래곤 교전에서 오너와 페이커가 수적 열세를 뒤집어낸 장면, 바론 앞 한타에서 도란이 시간을 벌고 본대가 합류해 에이스를 띄운 장면은 시리즈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RtM 최종전은 2026년 상반기 LCK의 서열과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GEN은 여전히 리그 최상위권의 체급과 쵸비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캐리력을 증명했고, T1은 패배 이후에도 즉각적으로 해답을 찾는 다전제 적응력과 큰 경기에서의 승부 감각을 다시 확인시켰다. 원주를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 속에서 완성된 ‘티젠전’의 결말은, T1의 MSI행 확정과 함께 LCK의 국제대회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한편, 1시드로 먼저 진출을 확정한 HLE와 함께 LCK를 대표해 국제 무대에 나서게 된 T1은 6월 28일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MSI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T1은 지난 2026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중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LPL)'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2시드 팀과 단 1장의 브래킷 스테이지 진출권을 두고 경합을 벌일 예정이며 GEN의 2년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받아 한국의 대회 3연패를 일궈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