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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겜츄라이] 디 얼터스, 미워할 수 없는 '나'란 금쪽이들과 우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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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릴 정도로 재밌는 게임도 많지만 괜히 돈만 버린 듯한 아쉬운 게임도 많죠.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이고 어떤 게임이 아쉬운 게임인지 직접 해보기엔 시간도 돈도 부족합니다.
 
주말에 혼자 심심할 때, 친구들과 할 게임을 찾지 못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고 싶었을 때 어떤 게임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신가요? 게임조선이 해결해 드립니다! 게이머 취향에 맞춘 게임 추천 기획 '겜츄라이'!
 
[편집자 주]
 
이런 분께 추천!: 트롤리 딜레마를 가벼운 기분으로 즐겨보고 싶은 게이머
이런 분께 비추!: 아무리 명작이라도 노가다를 싫어하는 게이머
게이머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가 새로운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또 다른 나와 함께 우주에서 생존해야 하는 게임 '디 얼터스'입니다.
11비트 스튜디오는 그동안 게이머에게 극한의 상황 속에서 불가분의 선택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디스 워 오브 마인'에선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개인의 선택, 많은 팬을 양산한 '프로스트 펑크'에선 빙하기라는 상황 속에서 집단을 존속시켜야 하는 지도자의 선택을 다루었죠. 마치 트롤리의 딜레마처럼 인간의 양심을 시험하는 듯한 주제는 자칫 불편한 마음만 낳을 수도 있지만, 11비트 스튜디오는 이 주제를 게임이란 도구를 통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인 디 얼터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드넓은 우주 속 채굴 기지라는 한정된 공간, 양자 도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전됐지만 정작 무엇 하나 쉽게 해결되는 법 없는 절망적인 상황, 그리고 나에게서 비롯된 존재지만 나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나-'얼터'와 함께하는 모험은 그 존재만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디 얼터스의 근본은 게임인 만큼 머리 아픈 철학적 고찰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광활한 우주, 살아남은 것은 나 혼자
 
그래서 만들었다 '나'를
 
어휴 괜히 만들었네 이거
 
게임의 구조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또 다른 나인 얼터를 만들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 나머지 하나는 살기 위해 얼터들과 함께 자원을 채집하고 기지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얼터는 주인공 '얀 돌스키'의 35살 인생을 양자 컴퓨터로 분석해 '또 다른 삶을 살아온 얀'을 '래피듐'이라는 신물질로 구체화시킨 존재입니다. 요컨데 '박사 과정에 진학하지 않고 일자리를 구해 가정을 꾸린 얀'이 '박사 과정을 거쳐 연구원이 된 얀'을 만들어낸 것이죠. 
이때 우리는 익숙한 철학적 고찰에 직면하게 됩니다. 육체적 DNA가 같으니 동일한 인물인가? 다른 선택을 한 순간부터 내가 모르는 삶과 생각할리 없는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행동하는데도 정말 '나'일까? 과연 '나'를 정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데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눈치 없는 철학자가 던지는 듯한 질문은 놀랍게도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됩니다. 작은 추억에도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실을 깨닫게 되거든요. 어린 시절 고통에 울고 웃는 얼터를 보면 '아, 저 녀석도 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후로는 사고의 흐름은 단순하게 바뀝니다.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죠.
그래서 얼터들의 행동 하나하나, 중요한 선택 하나하나를 직면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얀에게 감정을 이입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나와 또 다른 나를 위해 어떤 것이 최선인지 고민하게 되죠. 11비트 스튜디오가 늘 내놓던 익숙한 그 맛을 느끼게 됩니다.
 
연배 좀 있는 분들이라면 TV인생극장의 "그래, 결심했어!"의 A와 B가 서로 만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진짜 내가 왜 얘를 만들었지 ㅡㅡ
 
그래 '나'라서 참는다
 
제작과 건설 콘텐츠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입니다. 한정된 자원을 구하기 위해 위험으로 가득찬 행성을 돌아다녀야 하고, 때론 얼터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옵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거나 튼튼한 육체를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 그들 또한 인간인 만큼 피로를 느끼고 방사능에 몸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생산 효율을 위해 위험하더라도 전문가 얼터를 파견할 것인지, 아니면 안전을 위해 소극적으로 행동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죠.
채집한 자원은 기지에 새 구역을 건설하거나 탐험과 생존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만들 때 사용됩니다. 마치 정해진 구역 안에서 열과 인구를 관리했던 프로스트 펑크처럼 디 얼터스에서도 한정된 기지 안에 다양한 기능으로 가득찬 구역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도록 고민하게 되죠. 시간이 지날수록 기지가 노후화되고, 얀을 비롯한 얼터들이 생존하기 위한 식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리 도구와 식재료 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본격적인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수준의 콘텐츠까진 아니고 얀의 이야기에 적당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수준의 콘텐츠가 제공됩니다. 그래서 프로스트 펑크 수준의 고도화된 기지를 기대하셨던 분들은 실망하실 것 같습니다. 물론 11비트 스튜디오가 만든 게임답게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생존과 효율을 저울질하는 맛 자체는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있을 건 다 있는 수집과 제작
 
공장 만들기인데 깊지도 얕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
 
테트리스 ON
 
전반적인 인상은 첫 회 플레이 명작, 2회차부턴 수작이었습니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디 얼터스 역시 2회차부터 다소 늘어지는 감이 있거든요. 스킵을 연타해도 무방한 2D 텍스트 중심의 비주얼 노벨과 달리 디 얼터스의 경우 게이머가 직접 행성을 탐사하고 기지를 건설해야 하니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서 속도감이 떨어지게 되죠. 이 반복 플레이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가 곧 2회차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게 되겠네요.
그래도 이전 회차에서 놓쳤던 얼터들과 생활하는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이 조합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또 다른 결과를 낳아 회차를 플레이하는 재미가 나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4만원 이하 가격에 이정도 스토리와 볼륨, 그리고 비주얼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꽤 매력적입니다. 11비트 스튜디오의 게임들이 그런 것처럼 꽤 '효율적인' 선택처럼 느껴지죠.
반복 플레이 속에서도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느껴보길 원하는 분들께 디 얼터스는 꽤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게임이 될 것입니다. 이번 여름, 미워할 수 없는 '나'란 금쪽이들과 함께 우주 여행 어떠신가요?
 
또 하나의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좀 징그럽긴 해도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존재는 미워할 수 없다
 
내 마음에 일렁이는 물결을 던져주는 게임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성수안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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