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비노기의 21주년 오프라인 행사 '판타지 파티 NEW RISE'가 밀레시안의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판타지 파티는 마비노기 게이머 '밀레시안'들의 축제다. 에린이라는 세상 속에서 밀레시안으로 살아가는 게이머들에게 있어 판타지 파티는 마비노기의 생일이자 자신들의 생일이다. 생일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밀레시안은 매년 자신의 생일만큼, 혹은 자신의 생일 이상으로 판타지 파티 소식을 기다렸다.
이번 판타지 파티는 그 어느 때보다 열띤 환호를 이끌어냈다. 언리얼 엔진 교체를 발표했던 19주년 판타지 파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과연 무엇이 밀레시안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21주년 판타지 파티를 3가지로 요약하면 신규 아르카나 2종 추가, 육성 개편, 의장 수집 변화다. 이 중에서 육성 개편과 의장 수집을 하나로 정리하면 'BM 변경'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마비노기는 21년 만에 BM을 변경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많은 온라인 RPG는 게이머에게 끊임없는 성장을 제공한다. 이러한 성장 요소는 라이브 서비스가 지속되면서 켜켜이 쌓이고, 어느 순간 신규 게이머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되며, 기존 게이머 사이의 격차라는 깊은 골을 만든다. 마비노기만 해도 좋은 장비를 만들기 위해 제작, 정령, 개조, 인챈트, 세공, 에르그, 특수 개조, 심볼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당연하게도 여러 유료 상품과 엮여있었다.
판타지 파티에서 발표된 내용은 이러한 육성 과정을 크게 개선하는 것이었다. 장비를 제작할 필요 없이 던전에서 완제품으로 얻을 수 있고, 사실상 유료 강화 요소였던 세공은 랭크 삭제와 옵션 3줄이 확정 등장, 그리고 던전에서 세공 장비 입수로 강화 난도가 내려갔다. 무엇보다 기존 장비의 강화 요소들을 새로운 요소로 계승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장비 교체 부담을 크게 줄였다.
유료 상품의 많은 부분을 게임 플레이로 대체할 수 있는 발표였던 만큼 밀레시안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 BM을 대체하는 새로운 BM은 무엇인가? 개발진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영리한 방식을 꺼냈다. 바로 의상 수집의 변화다.

밀레시안에게 스펙업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의장이다. "스펙은 일시적이지만 의장은 영원하다"라는 밀레시안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많은 밀레시안이 신규 콘텐츠만큼이나 신규 의상 뽑기, '키트'를 기다린다.
하지만 뽑기에서 항상 원하는 의상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의상은 경매장에 저가로 내놔도 안팔리는 경우가 많다. 밀레시안은 이런 아이템을 키트에서 나온 똥 '킷똥'으로 부른다. 그리고 개발진은 이러한 의상을 활용하는 방법을 새로운 BM으로 내세웠다.
이제 마비노기 의상엔 '등급'과 '합성'이 추가된다. 특수 모션의 유무에 따라 의상 등급이 나누어지고, 하위 유료 의상을 합성해 상위 등급 의상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상은 당연히 캐릭터 능력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마비노기의 새로운 BM은 '성장은 게임 플레이, 치장은 유료 상품'으로 정리할 수 있다. 최근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취하는 대표적인 BM이지만, 21년 차 게임인 마비노기에겐 급선회에 가까운 선택이다. 이에 개발진은 밀레시안이 바라던 성장 개편과 동시에 새로운 BM 추가보단 기존 BM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연착륙을 시도했고, 밀레시안은 개발진이 제시한 방향성에 공감하며 호응을 보낼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드디어 이터니티 프로젝트로 다시 태어난 마비노기가 공개됐다.
19주년 판타지 파티에서 공개된 이터니티 프로젝트는 마비노기 엔진 교체 프로젝트다. 자체 엔진인 플레이오네 엔진에서 상용 엔진인 언리얼 엔진으로 교체하는 작업인 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그래서 밀레시안은 이 프로젝트를 침 흘리며 바라만 봐야 하는 '굴비'라는 자조적인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하지만 이번 굴비는 맛있었다. 콘셉트샷이나 개발 화면, 트레일러가 아닌 실제 플레이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터니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민경훈 디렉터가 판타지 파티 현장에 나와 캐릭터를 생성하고, 개발진들이 자신의 캐릭터로 NPC와 대화하거나 채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마비노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21주년 판타지 파티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희망'이다. 큰 변화 앞에서도 밀레시안들이 판타지 파티에 환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터니티 프로젝트가 보여준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성장 구조 개편이라는 내부 변화를 통해 새로운 마비노기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은 이번 발표를 이끈 민경훈 디렉터와 최동민 디렉터를 마비노기의 최고신인 아튼 시미니에 빗대 아튼과 시미니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밀레시안이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기에 마비노기는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판타지 파티는 그 이름처럼 영원할 마비노기의 편린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카이시락스와 칼룬, 게임을 만들어가는 밀레시안과 이들을 응원하고 판타지 라이프를 즐기는 밀레시안이 함께 만들어가는 낙원 에린을 기대해 보자.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