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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물열전] 금 준장, 전설이자 상관, 그리고 아빠였던 한 남자 이야기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4-05-26 16:00:52 (수정 2024-05-26 16: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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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산나비'의 반전 요소와 결말 등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신 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의금부 17호실 특수임무수행대의 대장, 백호태 대령의 선배이자 송이선 소령의 상관,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전설이었습니다. 팔 대신 달린 거대한 사슬팔은 다루기도 어렵고 너무 오래되어 더 이상 사용하는 사람이 없지만, 그 남자는 사슬팔 하나로 전장을 자유롭게 누비며 자신보다 수십배나 큰 적들을 물리쳤습니다. 그 모습은 동료와 부하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적들에게 공포와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홀로 군대를 상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이 남자의 전설은 한 비극으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말이죠.

​불행한 사고였습니다. 막강한 힘으로 모두를 지켜낸 한 남자는 수많은 적을 만들었고, 그들은 남자에게 폭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폭발에 휘말린 것은 남자의 아내였고, 이 사건은 남자의 세상을 무너뜨렸습니다. 분노에 휩싸인 남자는 개인이 가지기엔 지나치게 큰 권한을 휘둘러 적들을 궤멸시켰습니다. 하지만 적들을 끊임없이 죽여도 사라진 아내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이 세상엔 자신이 지켜야할 소중한 존재, 딸이 남아 있는 사실을 말이죠.


아내가 살해당했다... 부하의 부주의로 인해


하지만 비극 속에서도 살아야 했다... 딸을 위해서

하나 뿐인 딸은 착했습니다. 그리고 똑똑했습니다. 아빠를 보기 위해 8살에 군 부대를 해킹할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다룰 수 없는 도구는 때론 흉기가 되어 상처를 남기는 것처럼 딸의 천재성은 불행하게도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옵니다.

​딸을 돌보기 위해 군을 떠난 남자는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에 묶여있었습니다. 복수는 포기했지만 아내를 잃으며 생긴 상실감은 쉽게 메워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하는 딸은 아빠가 더 이상 엄마의 기억으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엄마의 기억을 삭제한 아빠의 인격 데이터를 만들어 아빠에게 선물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인격 데이터를 만드는 것은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처벌받을 수 있는 대역죄였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남자는 서둘러 인격 데이터를 없애려고 했지만 인격 데이터를 노린 집단에게 습격을 받고 맙니다. 이 일로 인해 남자의 인격 데이터는 물론 목숨까지 빼앗기게 되죠.

인격 데이터를 손에 넣은 집단, 조선의 경제를 다시 되살린 굴지의 기업 '마고 그룹'은 인격 데이터를 조작해 자신들의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군사용 프로그램 '산나비 프로젝트'를 개발합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던 군인의 인격 데이터를 작업용으로 위장한 전투용 로봇 '워커'에 이식해 군대를 만들고, 반역을 일으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은 살해당한 대상을 아내에서 딸로 바꿔 맹목적으로 복수를 추구하게 만들고, 딸이 삭제한 아내에 대한 기억에서 파생된 의문의 단어 '산나비'를 테러 집단으로 뒤바꾸는 등 10년에 걸쳐 남자의 인격 데이터를 조작합니다.


딸은 천재였지만, 그 천재성이 불행으로 돌아왔다


비극을 낳은 인격 데이터, 하지만 소중한 딸이 남겨준 선물은 이들에게 유린당한다

워커 17287은 깨달았습니다. 자신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인격 데이터라는 잔재 속에서 태어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10년 전 죽은 사람은 딸이 아니라 아내라는 것, 자신이 찾던 테러리스트 집단 산나비는 산나비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통제 장치라는 것, 마고 특별시에 도착한 뒤 함께 다녔던 '금마리'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딸인 금마리가 이제 곧 핵 발전소 폭발이나 조정의 공격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마고 특별시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남자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마고 특별시로 향합니다. 자신을 발견하고, 기억을 되찾을 때 도움을 준 부하들은 돌아오자마자 죽음으로 향하는 그를 막아서지만, 딸을 구하려는 아빠의 발걸음을 막아설 순 없었습니다. 남자는 아직까지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부하들에게 인사를 남기고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마고 특별시로 향합니다.


기억을 되찾은 남자가 마주한 자신의 모습은 인격 데이터로 움직이는 로봇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부하를 용서하고, 격려하고, 떠난다


다시 한번 딸을 만나기 위해,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은 워커 17287, 이제는 금마리의 아빠로 돌아온 금 준장은 딸과 함께 누볐던 마고 특별시를 거침없이 가로지릅니다. 한시라도 빨리 딸을 만나 구하기 위해, 기계로 된 그의 몸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까지 박살내며 딸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금 준장은 드디어 딸과 만났지만, 마리는 그동안 자신을 떠올리지 못한 금 준장을 아빠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금 준장은 그동안 자신이 마리에게 했던 언행을 후회하면서 하모니카를 꺼내 한 노래를 연주합니다. 아내가 알려준 노래이자 마리와 추억이 담긴 노래, 산나비를. 가족의 추억이 담긴 산나비를 다시 듣게된 마리는 그리워했던 아빠가 다시 돌아온 것을 깨닫고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도 잠시, 핵 발전소의 폭발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핵 발전소를 멈추려면 원자로 노심을 직접 해체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 금 준장은 딸을 구하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노심으로 향합니다. 한계에 다다른 핵 발전소는 막대한 방사능과 열을 뿜어내며 주변을 파괴했지만, 결국 금 준장은 모든 것을 버티고 노심을 해체하면서 자신을 희생해 마리를 구해냅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목숨을 뺏기고, 기억을 잃고, 몸은 철로 바뀌었지만,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모든 시련을 버티고 끝내 딸을 구해낸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금 준장입니다.


딸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우리는 오열하는 부엉이요


질질 짜는 범이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성수안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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