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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리뷰] 칼리스토 프로토콜, 국뽕과 취향 빼도 AAA급이라 부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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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인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서바이벌 호러 장르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PC,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를 통해 12월 2일 발매됐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스페이스 호러 장르의 명작이라 불리는 '데드 스페이스'를 개발한 글렌 스코필드가 정신적 후속작을 외치며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여기에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이 완전 콘솔 전용 게임을, 그것도 AAA급 퀄리티로, 게다가 한국어 음성과 자막까지 완벽히 탑재하고 발매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선 더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기자는 원래 바이오하자드, 데드 스페이스 같은 3인칭 서바이벌 호러 어드벤처의 광팬인데다 한국에서 만든 AAA급 퀄리티의 게임이 나오길 오랜 기간 기다려왔던 사람으로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라는 게임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큰 사람이다. 나름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이 통했는지 크래프톤을 통해 며칠 일찍 리뷰 코드를 받아 먼저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오랜 기간 기다려 온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어떤 게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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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본 리뷰는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주의 : 본 리뷰는 플레이 예정인 게이머들을 위해 스포일러 위험이 있는 스토리 부문은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문구나 스크린샷을 통해 일부 세계관이나 정보가 누출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초반부 정보이긴 하나 스포일러에 민감한 게이머라면 플레이 후 감상하길 권장합니다.

경고 : 게임 특성상 잔인한 스크린샷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순화했으나 사람에 따라 공포, 메스꺼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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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A급 게임이라면 이래야지!
AAA급 게임이라는 것이 어딘가 딱 정해진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의 다양한 면모, 즉 그래픽, 스토리, 게임성, 음악, 효과음, 타격감, 조작성, 진동, 시스템, 편의성 등등을 고려해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심히 월등한 퀄리티라는 것이 증명됐을 때 비로소 AAA급 타이틀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일개 개인으로서 평가하자면 그 AAA급 타이틀을 줘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그래픽적인 부분은 한세대 전 콘솔인 PS4, XboxONE으로 발매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아주 높은 수준. 목성의 위성 칼리스토에 있는 가상 교도소 '블랙 아이언', 거기에 원인 모를 전염병이 퍼지면서 멀쩡한 인간이 갑자기 '바이오파지'라는 생체 괴물로 돌변해 난장판이 된 상황. 즉, 2320년 미래 감옥이라는 SF 배경에 생체 괴물들이 범벅된 비현실적인 디스토피아를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충격의 전염병이 강타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소요사태로 엉망이 된 블랙 아이언 교소도 내부는 어둠과 괴물이 지배하고 있다. 한 치 앞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음산하다. 곳곳에 화재, 거기서 피어오르는 연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과 소음, 괴물들의 신음과 포효 소리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얼마나 분위기와 사운드에 진심인지 확인할 수 있다. 쇠지레와 전기 곤봉을 휘두를 때 나는 묵직한 타격음과 총기류를 사용할 때 들리는 발포음과 피격감은 듀얼 센서의 미려한 진동 기능이 덧붙여져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바이오파지 : 이 게임 타격감 죽이네요. 만점 드립니다

 

게임의 접근성 옵션 설정은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임에도 웬만한 게임들, 특히 한국 게임에서 등한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이 부분에서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게임 난이도, 언어, 자막, 밝기, 카메라 이동 옵션 같은 기본적인 옵션은 당연히 제공되는데다 게임의 편의성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그 외에도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게이머를 위해 QTE 연타 이벤트를 버튼 한 번으로 통과한다거나 적의 근접 공격을 자동으로 회피 해 주는 기능도 선택할 수 있어 게임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 외에도 근접 전투 보조, 자동 조준 등 여러 기능이 있어 자신의 능력에 맞는 다양한 세팅이 가능하다.


접근성 옵션을 통해 편의성은 물론 게임 난이도 조절도 가능하다

 

◆ 한국에서 만들었으니 완벽한 한글화!
이제 콘솔 게임이 한글화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됐다. '완벽한 한글화'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은 세상이라 하지만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한글화는 조금 더 각별하다. 단순 음성, 자막뿐만 아니라 배경까지 모두 한글화돼 명실공히 100% 완벽한 현지화라 부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소소한 차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플레이 해보면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대체로 한글화라 하면 타이틀이나 소제목이 노출될 때 원문 하단에 작게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한글로만 뚜렷하게 표시돼 가시성이 높다. 게임 내 배경은 더 편리하다. 문에는 중앙에 열림/잠김 여부가, 상단에는 어디로 이어지는지 한글로 적혀있는 수준이다. 

일단 게임의 완벽함과 편리함을 운운하기 전에 게임 내 세계관까지 완벽히 한글로 표현된 게임을 하고 있으니 처음에는 오히려 어색했을 정도였다. 그 약간의 완벽함은 큰 편리함으로, 그리고 한국인 기준 약간은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좌: 한국어 설정 / 우: 영어 설정


한글로 표현된 소제목은 몰입도를 높여준다


자막도 깔끔하게 한글화. 크기나 화자 설정등 세부적인 조정도 가능하다

 

◆ 데드 스페이스와는 다르다. 데드 스페이스와는...
자의든 타의든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후속작이라는 타이틀로 불리고 있는 만큼 많은 게이머들의 최대 관심사는 '데드 스페이스와 얼마나 비슷할 것인가?'라는 부분일 것이다. 적어도 기자의 결론은 소제목에도 썼듯 데드 스페이스와는 다른 게임이라 생각한다.

물론 상당 부분이 데드 스페이스의 분위기를 따르고 있다. 미래 SF 환경에서 터진 바이오 해저드 사태, 한정된 공간과 어두운 배경에서 오는 공포감, 생체 괴물들의 습격에 따른 긴장감, 모든 UI를 없애고 주인공의 신체와 총기를 통해 표현한 것. 그 외에도 광대한 스케일과 스토리, 무기 업그레이드 시스템, 불쾌하기 짝이 없는 괴물 디자인, 잔인하면서도 창의력 넘치는 다양한 데스신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UI없이 배경과 캐릭터를 통해 모든 정보를 자연스레 노출하는 것이 아주 흡사하다

하지만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가장 핵심인 게임 플레이 부분, 특히 전투 부분에서 데드 스페이스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먼저 조작감을 살펴보면 조금 더 느리고 묵직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반면, 적 바이오파지들의 움직임은 꽤 날렵하고 빨라서 상대적으로 불합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제이콥 리(주인공)는 적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고,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접근해 암살로 단번에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적의 공격에 맞춰 좌스틱을 좌우(회피) 혹은 뒤(방어)로 움직여 대미지를 최소화하는 액션이 가능하다. 또, 데드 스페이스에서 '키네시스 모듈'과 비슷한 성능(물체나 시체를 당겨오는 장비)을 가진 '그랩' 장비는 살아있는 바이오파지까지 끌어오는 것이 가능해 이를 방패로 쓰거나 즉사 구간으로 밀어 처리할 수도 있다.


키네시스 모듈을 대응하는 그랩. 살아있는 적도 끌어오거나 날릴 수 있다

 

직접 플레이 해보면 이 차이는 데드 스페이스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신선하다. 바이오파지와 몸을 비빌 수 있는 근접거리에서 공격을 피해가며 타이밍 맞게 전기 곤봉으로 후려치는 것, 바이오파지의 움직임을 예측해 뒤에서 암살에 성공하는 것, 위기의 순간 임기응변으로 그랩을 활용해 적의 수를 줄이는 것 모두 상당히 어렵지만 그만큼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전투는 근접 전투 비중이 상당히 높다


적절한 좌스틱을 활용한 회피/방어는 필수


요래~ 요래~ 피하는 거다

 

◆ 최고보안 블랙 아이언을 탈출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해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상당히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기자는 데드스페이스, 바이오해저드, 바이오쇼크, 라스트오브어스 등 콘솔로 나온 거의 모든 3D 액션 어드벤처 시리즈를 섭렵 할만큼 많은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초반 적응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쇠지레와 전기 곤봉을 주로 사용하는 근접 전투 부분에서 아주 많은 죽음을 경험해야만 했다.

보통 좀비나 괴물이 등장하는 액션 게임은 총기를 사용해 접근하기 전 쓰러뜨리는 것이 주요 전략인데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총기류는 얻는 데까지 시간도 제법 오래 걸리는 데다 탄약도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샷건이나 돌격 소총같은 강력한 총기는 중반 이후에나 등장해 게임 초반은 필연적으로 잔탄이 없는 근접 무기를 주력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이 게임 최고 주력 무기는 바로 전기 곤봉


무기 개조도 되도록 전기 곤봉부터 하는 것을 추천한다

맛깔나는 근접전이 맹목적인 난타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주인공 제이콥 리는 괴물들의 공격을 회피와 방어로 응수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이콥 리는 공격 몇 번만 받아도 바로 사망해버리는 약하디 약한 인간일 뿐인 데다가 회복을 위한 '회복 주사'를 사용하려면 약 7초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한 사실적인 시스템 덕분에 숙련된 회피와 방어가 필수인 게임이다. 

게다가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꽤 묵직한 조작감을 가지고 있어서 회피와 방어 타이밍을 알아도 놓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 덕분에 기자같은 경우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기대를 받았던 다양한 데드신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전투는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래 걸린다. 게다가 익숙해져도 꽤 어렵다.

결국 기자는 동일 장르 게임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아니 시도할 필요가 없었던 이지 난이도(최소보안 등급)로 낮춘 후에야 제대로 된 플레이가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굳이 구차한 변명을 하자면 기자는 원래 난이도 높은 게임을 좋아한다. 이런류 게임은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스타일인데 이번 경우는 리뷰를 위해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해 내린 결정이었다. 

어찌 됐든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동일 장르 게임을 꽤 많은 게임을 경험했다고 자부했던 기자에게도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 이 걸릴 정도로, 즉 다양한 죽음을 면치 못할 정도로 높은 난이도를 가진 게임이란 의미다. 만약 게임은 진행하고 싶은데 난이도 문제로 고민하는 게이머라면 이지 난이도(최소보안 등급)을 선택한 후 접근성 옵션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진행할 수도 있다.


각종 사망 직전 모습들. 이후 모습을 공개하기엔 지나치게 잔인하다.

 

◆ 공포도 종류가 있다. 이 녀석은 심장보다 뇌를 공격한다.
사실 공포 게임을 할 때 호불호가 강하게 반영되는 요소가 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괴성과 함게 눈앞에 튀어나오는 괴물(귀신)이 등장하는 빈도나 강도를 궁금해하는 것. 즉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와 놀라게 함)' 요소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이 갑툭튀 강도가 심한 게임을 '심장을 공격하는 타입'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는 특유의 불쾌감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일단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공포를 표방하는 게임인 만큼 갑툭튀가 아예 없진 않다. 특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적이 갑자기 출현하는 경우는 꽤 잦은 편. 하지만 이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보다 게임의 난이도를 위한 장치인 경우로 심장이 멎을 정도로 불쾌감을 느끼는 수준의 강렬한 갑툭튀는 없었다고 본다. 아! 물론 이 공포감은 주관적 성격이 강하니 참고용으로만 이해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기존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데드 스페이스2(햇님 등장신 제외), 바이오 해저드 7, 바이오 해저드 RE:2 수준의 갑툭튀 포인트(?)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인데 위 게임들은 틀림없이 공포스러운 게임이지만 기자의 심장은 이 게임을 하면서 심박수가 치솟으며 느닷없이 비명이나 육두문자를 내뱉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데드 스페이스2의 햇님 등장에선 육두문자가 나왔었다)


가끔 불시에 공격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포감은 고어에 치중된 편


요런 괴물들과 육박전을 펼쳐야'만' 되는 즐겁고 신나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사지 절단은 기본에 피와 육편, 온갖 오물들이 난자하는 최고등급 고어물이다. 그게 어느 정도냐? 일본같이 고어물에 잣대가 다소 엄격한 국가에선 출시가 금지될 정도다. 게임 중 어딜 봐도 대량의 피, 인간이나 괴물의 시체, 뭔가의 생체 조직, 뭔가 아주 더러운 것, 뭔가 아주 위험해 보이는 것, 뭔가 건들면 죽을 거 같은 것들이 즐비하다. 나오는 인간/괴물의 시체들도 한 조각으로 된 녀석들은 거의 없다. 하나같이 김전일의 육망성 살인사건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있어야 할 무언가가 한두 개씩 없는(혹은 한두 개 더 붙어있는...) 녀석들이다.

기자는 이렇게 고어를 중심으로 공포심을 전개하는 게임을 '뇌를 공격하는 타입'이라 부른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측정법으로 볼 때 <뇌:심장 공격 비율을 8.5:1.5> 정도로 보고 있다. 공포의 감도에 민감한 게이머라면 어느 정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진보스 햇님좌의 깜놀 포인트가 100점이라 봤을 때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약 50~60점 정도?

 

◆ 제이콥 선생님의 팔꿈치는 안녕하신지요
기자 개인적으로 느끼는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유일한, 그리고 제일 큰 단점을 말해본다면 초반 적응이 쉽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노파심에 말하는데 이는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인 초반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래픽, 시스템적으로 몇 가지 소소한, 수정 가능한 사항에 의한 것도 포함된다는 점. 그리고 낮은 확률이지만 기자가 미처 시스템적인 파훼법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일단 원인을 나열해 보자. 첫째로 맵이나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없다는 점. 둘째로 움직임이 다소 묵직하고 느리다는 점. 셋째로 초반 무기가 근접 무기로 한정된다는 점. 넷째로 맵이 복잡한 편인데다 환풍구(기어가는 지점)가 많다는 점. 마지막으로 상호작용 표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다섯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초반 적응이 꽤 어려운 편이다.


초반 환풍구 지역은 생각보다 많고 지루한 편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제이콥에게 주어진 무기는 쇠지레(일명 빠루) 하나뿐. 즉 근접 전투를 해야만 하는데 적의 움직임은 괴물이라 불릴 만큼 빠르고 강력하다. 여기에 묵직한 조작감 때문인지 회피와 방어 시스템을 익히는데 녹록치 않다. 초반엔 전투만 벌어지면 사망하기 일쑤다. 오기가 생겨 빨리 스토리를 진행해 총기를 얻고 싶은데 이놈의 블랙 아이언은 감옥답게 다 비슷하게 생겨서 어디가 어딘지 자주 헷갈린다.

실시간으로 이동을 알리는 네비게이션도 없다. 난장판이 된 감옥을 탈옥하는 콘셉트 때문인지 환풍구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건 알겠는데 여기만 들어가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기껏 힘들게 길을 찾았다 생각해 긴 통로를 기어가서 도착한 곳이 사실 출발했던 곳인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특정 이벤트를 발생시키려면 콘솔(컴퓨터)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해야 하는데 상호작용 표시가 너무 작아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못 봤으니 내가 놓친 곳이 있는지 되돌아가는 경우가 생기고 다시 긴 통로를 기어서 이동하며 미로의 늪에 빠지게 된다.

위 내용이 기자가 겪은 초반 3시간 동안의 결과다. 특히 콘솔박스 상호조작 표시를 찾지 못해 의료실 지역(극초반 지역)에서 1시간 30분 넘게 같은 곳을 계속 왕복한 것이 가장 고생한 경험이었다.


퀴즈: 상호작용 버튼을 어디일까요?

 

 

 


짜잔~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전체적으로 게임적인 UI를 철저히 배제하고 주위 배경과 캐릭터 간 대화를 통해서 힌트를 얻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임이다. 따라서 다른 어드벤처 게임들보다 훨씬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다만 그 틀이 어디까지나 게임이다 보니 결국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데드 스페이스에서 R3로 표시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다. 다른 어드벤처 게임들도 일정 시간 헤매는 것처럼 보이면 직/간접적인 힌트를 주는 식으로 목적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현재 상호작용 표시는 조금 더 잘 보이는 형태로 수정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초반에 많은 게이머들이 헤매고 다닐 것이라 예상되는 의무실 구역


데드 스페이스의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너무 그리웠다

 

◆ 결론 : 크래프톤, 한국 콘솔 미래를 제시했다
기자도 한 명의 게이머다 보니 게임 취향이 있다. 냉정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장르 편식, 특히 시스템 편식이 심한 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액션, 어드벤처, JRPG, 소울류같이 적당히 난이도가 있으면서 목적성과 엔딩이 명확한 게임을 좋아한다. 반대로 오픈 필드, 레이싱, 스포츠, FPS 같이 목적성이 흐릿하거나 경쟁 중심 게임을 싫어한다. 남들이 우주 명작이라 부르는 위처3, GTA5, 레데리2는 20시간을 못 채우고 때려쳤다. 대신 소울류 전반, 갓오브워, 바이오해저드, 라스트오브어스(2빼고)는 모든 시리즈 최소 3회, 심하면 10회 이상 엔딩을 봤을 정도로 좋아한다.

일단 개인적 취향을 미리 밝힌 것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의 게임이라는 것을 미리 밝히기 위함이다. 또, 기자는 당연히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걸출한 콘솔 게임이 나와주길 간절히 원하던 게이머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아래에 들어갈 진짜 마무리에 대한 명분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리뷰도 그렇지만, 이 리뷰 역시 점수를 책정하지 않았다. 기자는 어디까지나 편식이 심한 게이머니까...


게임에 점수가 필요한가요? 플레이할 목적만 있으면 돼죠

자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최고의 게임은 아니다. 틀림없이 단점이 있는 게임이다. 게다가 명확하다. 업데이트를 통해 보강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기자는 칼리스토 크로토콜이라는 게임에 합격 목걸이를, 그것도 아주 거대한 합격 목걸이를 걸어주고 싶다. 게임의 장점이 충분해서 단점을 뒤덮을 만하기 때문이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SF 호러 어드벤처가 가져야 할 정석적인 공포와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타격감은 뛰어났고, 공포감은 높았다. 듀얼 센스의 진동은 전기 곤봉을 휘두를 땐 묵직하게, 적에게 맞을 땐 강렬하게 반응했다. 맵은 복잡하고 어지러웠지만 다음 지역과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서 끈기를 가지고 다음 지역을 찾아내게 했다. 

별별 기상천외하게 죽어나가는 제이콥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저길 어떻게 돌파해! 수준의 난이도지만 계속 도전해 결국 돌파구를 찾았을 때 쾌감이 꽤 컸다. 무엇보다 명실공히 한국에서 만들고, 모든 캐릭터가 한국어로 말하며, 배경까지 완벽한 한국어로 되어 있는 최초의 AAA급 게임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뻤다.

솔직히 하필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의 게임이, 게다가 한국인 특성상 속칭 국뽕이 들어갔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겠다. 그래도 기자는 게임계에서 오랜 기간 몸담아 온만큼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좀 각별하다. 공포 게임에 거부감이 덜한 게이머라면 꼭 플레이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무엇보다 속편이 기대된다. 크래프톤이 내놓을 다음 작품도...

[배향훈 기자 tesse@chosun.com ] [gamechosun.co.kr]

배향훈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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