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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칼럼] ""온라인게임은 `Online Game`이 아니다""/안정혁 차이나온라인 선임 연구원"

기사등록 2003-07-06 18:19:59 (수정 2003-07-06 18: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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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MMORPG(롤플레잉형 온라인게임)"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인식은 이제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사실이 되어버린 것 같다.

게이머 뿐만 아니라 업계 전문가들까지 조심스럽게 꺼내는 얘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반면에 "한국의 게임은 서양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현실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은 것 같다.

먼저 우리 게임들의 서양 진출 사례들을 한번 보자. 국내에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2000년 말 판타그램의 `킹덤 언더 파이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개발 단계부터 "미국시장 진출용"이라는 전례 없는 목표와 함께 영어 문화권 성우의 기용 등 적극적인 서양진출의 의지를 보였다.

양질의 게임들만 엄선해 유통하기로 유명한 G.O.D(Gathering of Developers)가 해외 유통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국내외 게이머들을 기대감에 채우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야심찬 진출에 대한 서양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객관적인 게임평으로 알려진 웹진 게임스팟(www.gamespot.com)은 이 게임에게 5.5점(10점 만점)을 주면서 "인공지능의 많은 결함들과 편리한 세이브 기능의 부재, 그리고 전반적인 독창성의 결여는 이 게임을 그저 평범한 수준으로 전락시켜 버렸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렇게 `킹덤 언더 파이어`는 서양시장의 문턱이 결코 낮지 않음을 실감해야 했다.

2001년 말 때늦은 미국 시장 진출을 꾀했던 동양을 대표하는 `리니지` 역시 5.5점의 냉대를 받았다.

이 게임들이 그토록 나쁜 게임들인가? 적어도 우리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 `킹덤 언더 파이어`의 정규 리그전은 케이블 게임방송들이 생중계를 했을 정도로 탄탄한 팬 층을 확립했고, `리니지`의 경우에는 사실 별다른 부연설명도 필요 없겠지만 세계적으로 월간 이용료를 지불하는 가입자가 4백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서양 최대의 MMORPG임을 자랑하는 `에버퀘스트`조차 유료가입자 수가 40만명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정말로 대단한 수치임을 실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서양 진출 성공사례를 한번 보자.

놀랍게도 넥슨의 MMORTS `Shattered Galaxy`(국내명: 택티컬 커맨더스)는 8.0이라는 후한 점수와 함께 "2001년 최고의 독창적이고 신선한 게임" 상을 수여 받았다.

일개 웹진의 평가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반론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월 평균 4백만명의 독자에 그 중 10% 이상이 게임스팟의 평가가 자신들의 게임 구매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하는 서양 최대 인지도와 규모의 웹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이렇게 미국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유일한 한국 게임이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그다지 높지 않은 인지도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 중 `Shattered Galaxy` 중독자들도 꽤 있고, 여기(미국)서 이 정도로 인기를 끈 게임이라면 본토인 한국에서는 당연히 최고의 게임이었을 줄 알았다"고 말하는 필자의 미국인 친구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현실이다.

이러한 모순점들이 시사하는 바가 과연 무엇일까? 서양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 어떠한 요소들이 필요한 것일까? 물론, 필자가 이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을 알고 있다면 이미 미국에서 대박을 터트릴 게임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답은 모르더라도, 늘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온 업계 관계자로서 나름대로의 대답을 시도해보려 한다.

서양 게임이 국내에서 성공을 못하거나, 우리 게임이 서양에서 성공을 못하는 이유를 물어봤을 때, 많은 사람들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게임에서의 문화적인 차이라면 "고유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의 결여", "외양과 연출", "게이머의 특성", "언어의 장벽"의 4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특정 문화권의 고유 문화를 주제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닌 이상 타 문화권의 게이머가 거부 반응을 일으킬 정도의 이질감은 없을 테니, 이 점은 일단 제외해도 되겠다.

게임의 외양과 연출면에서는 다소 문화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 게임들의 상당수는 일본의 컨솔 게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인터페이스나 그래픽, 사운드 등의 부분에서 일본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 게이머들에겐 이질감을 줄 수 있지만 서양 게이머들에게도 일본 게임이 많이 소개되었고, `포켓 몬스터`와 `유희왕`을 선두로 일본 애니메이션 또한 대중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일본풍 게임에 대한 이질감은 없다고 가정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각 문화권별로 조금씩 다른 게이머들의 특성이 있는데, 사실 게임 업계에서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얘기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를 뜻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게이머들만 비교해 보더라도 같은 서양이지만 상당한 습성과 취향의 차이가 있는데, 그 비교 대상을 동양 문화권으로 가져오면 더욱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미국 게이머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게임에 대한 지속 시간이 짧고, 군집 현상이 적으며, MMO 환경에서 사교 활동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들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게임은 자연히 거의 정 반대의 특성을 가진 한국 게이머들에게 대중적인 어필을 갖기 힘들고, 반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가 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게임의 기획 단계부터 상대 시장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우선 내수시장을 노린 다음,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해외로 진출하는 안정적인 길을 걸어야만 만일의 경우 하나의 시장이라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게임에 대해서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적이면서 무시하기 쉬운 문제는 바로 언어이다.

번역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느낀 점이겠지만, 번역의 질과 수준에는 크게 3가지 단계가 있고 본다.

단순히 단어별로 해석해 놓은 '직역'과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흔히 접하는 '의역', 그리고 문장의 내면에 숨어 있는 다중적 의미나 뉘앙스까지 완벽하게 전달하는 '완역'이 있다.

한글 게임을 영문화 할 경우, 완역은 고사하고 의역의 수준조차 드물다.

최종 소비자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게임의 제목조차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엉성한 영어로 직역되어 있는 것을 보노라면, 아직 우리에게 반성과 발전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느껴진다.

구체적인 예는 해당 제작사에 대한 비방으로 받아들여지기 쉽기에, 일반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온라인게임은 `Online Game`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온라인게임`이라 부르는 장르는 중국에서 '씨엔썅요우씨(線上遊戱)', 외래어 좋아하는 일본에서 '온라인게무(オンラインゲ-ム)'라는 표기로 통하고, 영어 문화권에서는 '대규모 다중 플레이어 온라인 게임'이라는 뜻의 약자인 'MMOG'이다.

그냥 `Online Game`이라고 표기해도 나름대로의 뜻은 전달되겠지만, 이렇게 분류할 경우 8명 이하의 소규모 네트워크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등도 함께 포함되므로 명확한 장르 구분을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잘못되고 수준 낮은 번역은 해외 게이머들로 하여금 우리 게임의 완성도나 재미를 접해보기도 전에 질 떨어지는 게임으로 간주하고 구입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켜버릴 위험 뿐만 아니라, 제작사와 유통사의 회사 이미지마저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위험성을 직시하고 보다 해외 경쟁력 있는 게임으로서 우리 게임들을 포장해야 할 것이다.

☞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의견이 있으시면 칼럼으로 작성해 게임조선(gamedesk@chosun.com)으로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정혁 차이나온라인비엔티 선임 연구원 maxahn@chinaonline-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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