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을미년의 마지막 날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5년 대한민국 게임시장은 게임역사에 기록될 만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게임회사 간의 각종 분쟁으로 매번 잡음이 끊이질 않았고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보기도 했습니다. 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신작 게임 출시와 서비스 종료를 수차례 반복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해를 게임조선에서 살펴봤습니다.

◆ 넥슨-엔씨, 어색한 동거 마침표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약 3년간 이어진 어색한 동거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넥슨은 지난 10월 16일 보유 중인 엔씨소프트 지분 15.08% 전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엔씨와의 관계를 청산했습니다.
애초 양사는 2012년 미국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를 공동인수하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EA 인수가 무산되면서 불편한 관계로 돌아섰습니다. 급기야 넥슨은 지난 1월 엔씨소프트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며 분쟁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모바일게임 1위 업체인 넷마블게임즈와 주식 맞교환을 통해 넥슨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넷마블 카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주주제안서로 엔씨를 압박했던 넥슨은 9개월만에 지분 전량 매각했고 양사의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습니다.

◆ 게임, 대중문화 속으로 화려한 '외출'
모니터 화면 속에 갇혀 있던 게임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새로운 매력을 뽐냈습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게임을 넘어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 창작의 욕구를 불태웠기 때문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월 13일 PC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을 테마로 한 뮤지컬 공연인 '묵화마녀 진서연'을 선보였습니다.
이 뮤지컬은 '블소'의 상징적인 악녀 진서연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게임 OST와 연출을 더한 것이 특징입니다. 향후 엔씨소프트는 또 다른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가지고 웹툰과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입니다.
넥슨도 '클로저스', '엘소드', '아르피엘' 등 인기 게임 3종을 활용한 '애니메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당 애니메이션들은 내년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며 무료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국내 유명 한국미술 작가들과 함께 PC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소환전'을 열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게임에 숨겨졌던 예술적 가치를 끄집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넥스타'로 기억된 '지스타'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15'가 지난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이번 지스타는 세계 35개국 633개 업체가 2636부스를 꾸려 규모 면에서 지난해보다 다소 늘었습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실인원 기준 총 21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습니다. 일반 관람객은 개막일인 12일 3만4813명, 13일 4만3330명, 14일 7만4423명, 15일 5만7000여 명으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올해 지스타는 규모 면에서 성공적이었지만 주요 게임업체의 불참과 모바일게임 전시에 대한 해법 부재, 글로벌 역량 부족 등 많은 아쉬움도 남겼습니다. 게다가 이번 지스타는 '넥스타'로 불릴 만큼 넥슨에 대한 의존도가 컸습니다. 넥슨은 올해 140부스 규모의 'PC온라인게임존'과 100부스의 '모바일게임존', 60부스의 '팬 파크' 등으로 꾸며진 역대 최대 규모인 300부스로 참여했습니다. 넥슨코리아를 비롯해 네오플, 넥슨지티, 엔도어즈 등 넥슨의 주요 계열사들이 총출동했습니다. 각 부스에 설치된 시연 기기만 PC 227대, 태블릿 160대, 스마트폰 56대 등으로 부스 전체를 거대한 게임 놀이터로 꾸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멈출 줄 모르는 기대작 릴레이
올해 하반기 온라인게임 시장에는 기대작 릴레이가 펼쳐졌습니다.
7월 '메이플스토리2'를 시작으로 '파이널판타지14','월드오브워쉽' 등 다수의 대형 신작들이 꾸준히 시장에 쏟아졌습니다. 비록 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꾸준한 신작 출시로 침체된 온라인 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더불어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의 손때가 묻은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라그나로크'로 유명한 김학규 아이엠씨게임즈 대표가 각각 신작 문명온라인과 '트리오브세이비어'를 선보이며 화려하게 귀환했습니다.

◆ SK텔레콤, 사상 첫 롤드컵 2회 제패
SK텔레콤 T1이 롤드컵 사상 최초의 2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SK텔레콤 T1은 지난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유럽 지역에서 펼쳐진 롤드컵 2015 결승전에서 KOO 타이거즈를 꺾고 최종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SK텔레콤T1의 우승으로 '페이커' 이상혁과' 벵기' 배성웅도 두 번이나 롤드컵을 들어올린 선수로 기록됐습니다.

◆ T3-와이디, 오디션 DB 놓고 날선 공방
서든어택, 크로스파이어 등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유통사) 간의 분쟁이 또 발생했습니다. 올해는 온라인 댄스게임 '클럽오디션(이하 오디션)'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8월 티쓰리엔터테인먼트와 와이디온라인은 '오디션'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게임 데이터베이스(DB) 처리 문제로 날선 공방을 펼쳤습니다. 개발사 티쓰리엔터는 퍼블리셔인 와이디온라인과 재계약하지 않고 자회사 한빛소프트를 통해 오디션을 자체 서비스할 것임을 일찌감치 천명했습니다.
이에 와이디온라인은 지난 10년간 '오디션'을 함께 키워왔던 동반자로서 게임 DB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티쓰리엔터는 와이디온라인이 불성실하게 '오디션'을 운영해왔다며 한푼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티쓰리엔터는 지난 10월 1일 게임 DB를 포기한 채로 '오디션'의 서비스를 강행했습니다. 사실상 재출시나 다름없었습니다. 양사의 날선 공방은 한빛소프트가 착실하게 '오디션'을 운영함에 따라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오디션을 즐겨왔던 이용자들만 애먼 피해를 입게 되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가 느슨해질 전망입니다.
지난 1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2월 일몰 예정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 달에 한 계정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됐습니다. 또, 상대방 선택금지에 예외 적용 규정이 추가됐다. 이에 한 판 당 최대 2500원(월 결제 금액의 1/200)에 한해서는 상대방을 지정해 게임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규제 완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월 결제 금액이 완화되지만, 판 당ㆍ 하루 당 이용 금액을 제한한 규제는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문체부는 그동안 제출된 의견을 검토한 뒤 내년 2월 23일 전까지 입법 예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온라인게임 손 털고 모바일에 집중
위메이드, NHN엔터 등 주요 게임사들이 온라인게임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급성장한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먼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9월 자회사 위메이드크리에이티브와 손자회사 아이오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해 온라인게임 전문 자회사인 위메이드아이오를 설립했습니다. 기존 온라인게임 사업을 신설 회사에 맡기고 모바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에 앞서 위메이드는 지난 4월 온라인게임 '이카루스', '미르의 전설2', '미르의 전설3' 등의 국내 서비스를 와이디온라인에 넘긴 바 있습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최근 잇따라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아스타'를 시작으로 9월 '데빌리언', 10월 '에오스', 12월 '크리티카' 등을 차례로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하나 남은 온라인게임 '테라'도 내년 1월 26일부터 넥슨으로 서비스가 이관될 예정입니다.

◆ 엔씨 기대작 '프로젝트혼', 개발 중단
엔씨소프트가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프로젝트혼’의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프로젝트혼'은 지난해 11월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최초 공개된 작품으로 영화 ‘트랜스포머’를 연상하게 하는 메카닉 액션 슈팅게임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프로젝트혼’ 개발진 일부가 외주업체에 지급해야 할 용역비를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프로젝트 전면 백지화에 불을 지폈습니다.

◆ 복지부, 또 게임중독 광고 논란
게임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두 차례나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공개해 게임업계와의 갈등을 촉발시켰습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게임중독에 빠진 청년이 행인을 게임 캐릭터로 오인해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담은 공익광고를 공개했습니다. 이 광고는 지나친 비약과 설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송출 중단 조치됐습니다.
하지만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복지부는 또 다시 게임중독에서 벗어나자는 내용의 공익광고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번 광고는 과거와 달리 게임중독의 폭력성까지 묘사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어 해당 광고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여론이 들끊었습니다. 결국 복지부는 광고 집행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