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법 공청회가 끝난 뒤에도 중독법의 이슈가 끝 모르고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빤하다. 논리적으로 게임을 알콜/도박/마약과 같은 범주로 놓고 싸잡아 규제하는 것이 타당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시선을 조금만 바꿔서 e스포츠의 논리로 중독법을 바라보자. 한국은 지난 1999년 e스포츠의 태동기를 시작으로 세계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세계 e스포츠인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이 슈퍼스타의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 롤드컵 기간에 앞서 미국 정부에서는 LOL 프로게이머들에게 스포츠 선수 비자를 발급해주며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을 달리 보게끔 했다.
그런데 중독법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논리와 잣대로만 지켜본다면 프로게이머들이야 말로 마약쟁이와 하등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중독도 이런 중독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10시간 가까운 게임 접속과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집중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프로게이머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종일 게임만 생각하고 게임 외에는 다른 생활이 없다. 어떻게하면 게임에서 상대보다 나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연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낀다. 중독법 지지자들의 논리에 따라 이들은 중독자다. 공청회에서 '의사가 중독이라는데 왜 아니냐고 하냐'고 면박을 줬으니 이들의 논리에 따른다면 프로게이머들은 당장 정신과를 찾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
한국 e스포츠는 현재 위기와 성장의 기로에 놓였다. 지난 십수년간 e스포츠를 대변했던 스타크래프트가 왕좌를 내려놓고 LOL을 필두로 도타2 등 새로운 장르의 게임들이 바통을 이어 받아 e스포츠의 뼈대를 이뤄가는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각 시도에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지부가 설립되며 점차 학원스포츠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중독법 찬성자들의 의견대로라면 이 모든 일들이 10만 프로마약쟁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분명 게임 더 나아가 e스포츠를 건전한 문화 콘텐츠로 보지 못하고 일방적인 시각으로만 산업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결국 힘 없는 게임산업을 권력과 이해할 수 없는 명분을 앞세워 찍어 누르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e스포츠 종사자들과 온게임넷 등 미디어 관계자들과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온중독넷', '온마약넷'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작금의 게임산업이 처한 현실이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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