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4년 11월 21일, 띠어리크래프트 게임즈에서 프로젝트 로키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준비해온 야심작 '슈퍼바이브'가 퍼블리셔인 넥슨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에이펙스 레전드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명작 게임들을 개발했던 사람들이 모였고 '10,000시간 이상을 플레이해도 즐거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그들의 포부는 많은 게이머들을 기대감에 부풀게하는 듯 싶었지만, 현 시점에서의 성적은 그렇게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정식 출시 버전의 메인 비주얼, 중국 출시를 기념하는 신규 헌터 '오공'이 센터를 차지하고 있다
'탑뷰 배틀 로얄' 장르는 안그래도 배울 요소가 많으면서 상당한 수준의 피지컬까지 필요한 탓에 '플레이어에게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게임 관련 종합 능력치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데, 슈퍼바이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빠른 게임 템포'는 독자적인 KO 시스템인 '스파이크(낙사)'와 '낙사 지형이 매우 많은 게임 환경'으로 인해 출시 직후 얼마 가지 않아 먼저 유리한 자리를 선점한 탄막을 뿌려대며 다음 수비적으로만 게임을 하는 '캠핑/스패밍 메타'가 자리를 잡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예측불가능하고 다이나믹한 전투를 기대했던 이들은 하나둘씩 스카이랜드의 브리치 전장을 떠나기 시작했고 점차 매칭 시간이 늘어지는 것이 체감될 정도로 동시 접속자 수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얼리 억세스로부터 약 5,000시간을 넘긴 7월에 슈퍼바이브는 전세계 동시 정식 출시를 발표했다. 그것도 모든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으면서 말이다.

기존이라면 이렇게 단체로 글라이딩을 타고 날아가는 상황에서 총알이 한대씩만 박히면 몰살이지만

정식 출시 버전에서 슈퍼바이브가 제시한 '헌터들을 전장으로 되돌리기 위해 선보인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밀도 높은 전투'였다.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약점으로만 작용하는 글라이딩(활공) 기반의 기동전이 이제는 공중에서 한대 맞는다고 바로 기절하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횟수 이상 공격당하거나 지나치게 긴 활공시간으로 인해 글라이더에 무리가 가는 상황에서만 스파이크가 발생하도록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장의 헌터들이 보다 자신감 있고 적극적으로 교전에 나설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새로 추가된 탑승물인 '하늘상어'를 이용하면 아예 공중에서 공격이 가능하여 진정한 의미의 공중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대장간 시스템을 소개하는 공식 키아트

키워드에 따라 아이템을 분류하고 프리셋을 맞추면서 빌드를 짜는 재미가 보장된다
뿐만 아니라 장비를 수집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대장간 시스템'의 도입으로 착용 장비를 비롯한 아이템 체계가 전면 개편됐는데 그 과정에서 활용도가 낮았던 아이템은 대부분 퇴역하고 비문학 소리가 나올 정도로 복잡한 옵션의 아이템은 간결하게 효과가 재조정되면서 보다 직관적으로 빌드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배틀 로얄 게임의 가장 큰 진입장벽인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을 확연하게 줄였으니 당연히 그 리소스는 전투에 집중할 수 있는 형태가 된 것이다.

딱 한판으로 약 1,500의 프리즈마를 획득했으니 몇판만 더 하면 영웅이나 전설등급 아이템 제작도 가능하다는 것

솔직히 이런 장르의 게임에서 치장 아이템이 아닌 착용 아이템을 뽑는다는 개념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특히 미디어 시연회에서 정식 출시 버전을 사전 체험하면서 느꼈던 것은 충분히 10,000시간을 투자할 만한 당위성을 제공하는 치밀한 구성이었다.
대장간 체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고유 특성을 가진 '유물'장비의 경우 게임을 플레이하고 미션을 수행하면서 얻는 재화 '프리즈마' 제작 또는 무작위 획득하는 방식이 주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반복 플레이가 이뤄질 수 밖에 없고, 이를 통해 획득한 장비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 상황에 맞는 최적화 빌드를 찾아내는 파고들기 요소까지 충족시켜주는 부분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본 사람과 적게 플레이해본 사람의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지만, 프리즈마라는 자원 자체가 브리치를 플레이하면 꽤나 빈번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수급이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일일/주간 미션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양이 주어지고 제작소에서 무작위로 지정된 유물의 경우 보다 저렴하게 확정 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격차를 좁힐 방법은 차고 넘쳤다. 파밍 측면에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운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소위 말하는 '실력겜'으로서의 모먼트를 갖춘 것이 이번 정식 출시 버전에서 가장 큰 의의라고 볼 수 있겠다.
■ 총평

슈퍼바이브라는 게임을 출시 초기에 꽤나 재미있게 플레이하긴 했지만 서두에서 언급한 문제점으로 인해 정식 출시 단계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개발사가 이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잘 다루던 사람들로 인선을 구성하고 있다 보니 분명 변화할 것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면 거의 2.0이라고 봐도 아깝지 않은 이 정도의 변화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선택이 모든 유저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다소 정돈된 교전 구도를 좋아하고 대치상황에서 정직한 힘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이번에 바뀐 슈퍼바이브의 모습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파이크'와 같은 이 게임 시스템의 전반적인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곱씹어 생각해본다면 슈퍼바이브에 어울리는 모습은 왁자지껄 정신없는 난장판에 쉴새 없이 뒤통수를 치고 헌터들이 날아다니는 전장이다.
화끈하게 적을 날려버리는(Smash) 무대를 헌터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면 아마도 5,000시간을 고민하여 지금의 모습을 결정한 띠어리크래프트는 적어도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제대로 찾아온 것이 아닐까 싶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