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5년은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팬들에게 있어서는 빙하기에 가까웠던 시기였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구성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신작들이 여럿 존재했지만, 정작 시장에 나와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결국에는 기존에 하던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회귀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기존에 플레이하던 배틀로얄 게임들의 완성도가 워낙 높고 두터워서 신작들이 끝내 그 벽을 뚫지 못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지간한 완성도로는 비벼볼 수도 없을 정도로 배틀로얄 장르를 즐기는 이들의 눈이 높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내 출시를 목표로 크래프톤에서 준비하고 있는 신작 '프로젝트 제타'의 포지션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세간에서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한 '배틀로얄 게임 제작'에 뛰어드는 것도 분명히 과감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장르에 대한 독특한 접근과 해석이 게이머들의 눈길을 제대로 끌고 있으니 말이다.

쿨타임이 표시되는 평타가 어색할 수도 있지만
MOBA의 초당 공격 속도로 접근하면 그렇게 이상한 개념은 아니다

논타겟 돌진기를 써서 적의 후방을 잡고
제압 판정이 들어간 궁극기로 배달하는 브루저의 정석을 보여주는 중
프로젝트 제타는 제작사 차원에서 정의하는 장르에 대해 '액션 MOBA'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3인 스쿼드로 구성된 5개의 팀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분명 배틀로얄에서 많이 본 구도지만, 승리의 조건과 목적을 '최후의 순간에 살아남는 단 하나의 생존자 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터치다운 방식으로 목표 점수를 쌓아 가장 먼저 전장을 탈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이러한 접근은 확실히 흥미롭다.
초당 공격 횟수가 일종의 쿨타임으로 작동하고 공격 속도를 올려 간격을 줄일 수 있는 일반 공격, 빠른 성장을 위해 효율적인 동선 설계가 중요한 크리핑, 팀이 전멸하더라도 횟수 제한 없는 부활이 가능한 것처럼 프로젝트 제타의 게임 플레이는 MOBA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꽤나 충실히 살려내고 있으며 개별 캐릭터들의 포지션과 스킬셋도 매우 익숙한 것들이다.

조준 보정이 들어가는 쪽은 스마트 캐스팅으로 인해
예측샷이나 세밀한 컨트롤이 불가하므로 조작법마다 일장일단이 있는 셈

만에 하나라도 역습 당하지 않을 만한 최대 사거리를 유지하면서
적을 요리하는 모습이다
시점과 액션도 꽤나 독특한 맛이다. 등각 시점이 적용되는 TPS긴 하지만, 시선처리와 움직임 그리고 사거리의 분류에 따라 조작 스타일을 달리하면 전부 다른 플레이 체험을 제공하며, 특정 조작 방식은 스킬의 시전 방법에 대해서도 세밀한 거리 조절이 가능해 원거리 딜러와 마법사는 컨트롤 여하에 따라 MOBA에서 보던 거리재기 컨트롤 '카이팅'까지도 해낼 수 있다.
오히려 기본 공격에 조금씩 멈춤이 발생하는 딜레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원거리 캐릭터가 근거리 캐릭터를 압도하는 경우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근접 캐릭터들은 돌진기의 속도, 이동거리, 판정이 훨씬 우월하고 기본 이동속도가 원거리 캐릭터보다 빠르게 설정되는 가위바위보식 상성관계가 확실해서 MOBA의 감각에 익숙한 게이머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적응이 가능할 정도다.

A팀의 승리가 임박한 상황이라
A팀을 사냥하는 집중 견제로 교전충이 되자는 팀 콜이 나왔다
역발상으로 프리즘을 보유한 팀원을 미끼로 사용매복한 적들이 제 발로 튀어나오게 한 다음 사냥하는 전략도 성립할 수 있다
프로젝트 제타가 차별화를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진행 방식이었다. 이 게임의 승리 조건은 전장 곳곳에 배치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여 획득하는 '프리즘'을 안정기가 설치된 특정 장소에 가져와 총 4점의 점수를 획득하는 것인데 이 안정기가 특정 팀에게 항상 열려있는 우군이나 거점 개념이 아닌 철저하게 열려있는 중립지에 가까워서 20분 내외의 짧은 플레이타임과 별개로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교전 구도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게임의 승리를 결정짓는 3점과 4점 구간은 단순히 프리즘을 몰래 가져다 놓는 선으로는 점수를 획득할 수 없으며 프리즘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3명을 처치하여 S-프리즘으로 강화하는 조건을 요구한다.
프리즘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전장 미니맵에 자동 포착되는 시스템 때문에 배달자에게는 기본적으로 추격자들이 붙기 쉬운데 게임의 승리를 위해서는 교전을 피할 수 없으니 유리한 팀이 순식간에 스노우볼을 굴려서 자기들만 재미를 보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되 그만큼 짜릿한 승리를 맛볼 수 있는 구도를 만든 것이다.

구매와 업그레이드는 직관적인데
내가 지금 플레이하는 캐릭터에 잘 맞거나 새로운 빌드 구축에 쓸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에어본 같이 피드백이 확실하게 전달되는 공격 수단은타격감이 제대로 전해지는 편
물론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오퍼레이터 NPC가 착용 장비인 배틀 코덱스를 구매할 돈이 준비됐음을 알려주고 아직 투자하지 않고 남은 포인트가 있다는 식으로 어지러운 전황을 잘 정리해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정작 코덱스 하나하나의 옵션을 잘 뜯어보면 구조적으로 쓰임새가 겹치는 옵션이 지나치게 많아서 직관성이 떨어졌다.
타격감 또한 히트 스톱이나 진동, 경직은 커녕 타격이 제대로 들어갔다는 이펙트나 사운드마저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뭔가 밍숭맹숭한 느낌을 줬다. 상대와 직접 닿는 방식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잡기 계통의 기술이나 확실하게 동작을 제한하는 군중 제어기가 아니라면 플레이어조차 기본 공격이나 스킬의 적중 여부를 체감하기 쉽지 않을 정도이니 이는 확실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프로젝트 제타가 상기한 내용들 외에는 전반적으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플레이 체험을 제공했다는 부분이다. 아직 얼리 억세스 단계에 이르지도 못한 게임이지만 이 정도의 짜임새를 갖추고 있었으니, 이번 커뮤니티 테스트를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피드백을 취합하여 훨씬 나은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실패로 점철되고 있었던 배틀로얄 게임 잔혹사를 끊어낼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