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어 옹야편에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라는 구절이 있다. 아는 자가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가 즐거워하는 자만 못하다는 뜻이다.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 마련이다. 만인이 공감하지만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아서다.
그러한 면에서 김택승 엔크루 대표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재 모바일처녀작인 트레이딩카드게임(TCG) ‘데빌메이커도쿄(이하 데빌메이커)’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그가 이 작품을 기획한건 국내모바일게임시장에 TCG장르가 안착하기 훨씬 전인 2011년 초이다.
TCG란 능력치가 부여된 다양한 카드를 사냥과 거래 등을 통해 수집한 뒤, 이를 조합해 인공지능(AI) 또는 다른 이용자와 대결을 펼치는 게임을 말한다.
“무언가를 모은다는 것은 인간의 속성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추억을 남기는 것과도 비슷하다. 또한 모았을 당시를 회상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환경과 이에 따른 유니크한 즐거움을 주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김 대표의 취미는 수집이다. 사무실을 가득 메운 수십 여종의 ‘조이드 프라모델’만 보더라도 수집에 대한 그의 애착이 느껴졌다. 최근 그는 조금 특별한 것을 모으고 있었다. 바로 그가 야근을 할 때마다 마셨던 에너지드링크 빈병이다. 올해 초부터 3월까지 모은 빈병의 수만 50개가 넘는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빈병을 보면서 숨 가쁘게 달려왔던 과거를 회상한다. 지금껏 잘해왔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는 응원문구로 여기고 있다”
수집과 관련된 그의 특별한 철학 때문일까. 엔크루의 목표는 글로벌시장의 TCG명가이다. 회사가 설립된 이후 지금껏 TCG 한우물만을 파고 있다.

“엔크루의 첫 번째 타이틀 ‘카르테’는 체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정통의 TCG이다. PC온라인 기반이라 마니아적인 부분을 강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시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정통성이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카드를 가지고 노는 재미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디어는 구체화됐지만 조심스러웠다. 국내시장에 정식으로 소개 안 된 TCG장르의 개발은 신생업체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된 건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게임자회사 ‘팜플’과 만나면서부터다.
“지난해 3월부터 게임자체의 방향성을 놓고 팜플과 긴밀한 논의를 진행했다. 국내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이렇게 된 거 TCG의 종주국인 일본을 직접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팜플에서도 일본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 시장에서의 향후 가능성을 보고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목표시장이 설정되면서 해야 할 일도 명확해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동경게임쇼(TGS)’를 찾았다. 행사에 참가한 모든 일본게임사들과 만나 현지시장에 대한 피드백을 들었다. 게임타이틀에 ‘도쿄’가 붙고 신주쿠, 롯뽄기 등의 실제 지명이 담긴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느낌과 경험은 다룰 수 있다. 한국과 일본 게임시장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다르지만 유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대부분이 일본게임을 하면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는 만큼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볼 만한 승부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데빌메이커다. 이용자는 태양이 사라진 도쿄를 배경으로, 악마와 계약을 맺고 해가 뜨지 않게 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주인공 역할을 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등장하는 악마들의 모티브다. 데빌메이커는 세계 각국의 신화 속 신들을 악마로 표현했다.
“데빌메이커에는 실제 일본신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외에도 한국과 중국, 인도 등 신화적 존재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이들을 악마라고 통칭할 뿐이다.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각각의 카드마다 배경스토리를 설명했다”
TCG의 꽃이라 불리는 일러스트 역시 각 신들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냈다. 함께 자리한 이우영 아트디렉터는 데빌메이커의 일러스트 작업을 위해 환타지백과와 사내경, 요괴전집 등 신화와 관련된 전문서적들을 모두 독파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신들의 고유 콘셉트를 지키면서 거부감을 줄인 500여종의 일러스트는 탄생하기 어려웠다.
엔크루는 최근 사전등록 서비스에 돌입한 데빌메이커를 시작으로, 올해 추석 전까지 기존TCG와 차별화된 새로운 방식의 카드베이스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TCG명가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엔크루라는 이름은 많은 뜻을 담고 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여러분, 그리고(AND) 우리들(CREW)’이다. 우리만의 색깔로 이용자들과 하나 되는 엔크루를 만들어 가겠다”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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