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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소림 캐스터 "스타크래프트 여신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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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게임넷의 홍일점 정소림 캐스터는 올해로 데뷔 13년차를 맞이했다. 정 캐스터는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e스포츠 무대에서 안방마님의 자리를 꿰찼다.

힘겨운 직업이지만 강산이 변할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그녀가 대단해보였고, 존경스러웠다. 또 후배 여성 캐스터가 나타나지 않는 점에 대한 아쉬움과 궁금증이 더해져 인터뷰까지 이어지게 됐다.

13년간 e스포츠를 지켜온 그녀, 정소림 캐스터와 나눈 진솔한 대화들을 소개한다.

◆ 모성애 자극…선수는 '찬티' 팬들은 '안티'
정 캐스터는 최근 방송에서 선수들을 울렸다. 부진했던 선수들에게 '그간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선수들이 눈물을 흘린 것. 의도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고, 이에 대해 정 캐스터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던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 이제동 선수를 정말 좋아해요. 그 친구가 보여주는 색깔 자체가 늘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팬으로서 플레이가 상당히 매력적인 선수라고 느껴요. 얼마 전에 프로리그 인터뷰에서 이제동 선수를 울렸는데,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힘들어했는지를 제동이의 눈물을 통해 알았어요.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들을 보여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방송이 끝나고 미안해서 사과를 했는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누나가 질문하면 뭔가 울컥하는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굉장히 조심하고 있어요. 다른 중계진들이 저를 보고 '또 울린다'고 놀리기도 해요. 제8게임단이 그 이후로 성적이 좋아져서 많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제동이 눈물을 흘린 뒤 정 캐스터는 그의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제동을 울렸기 때문이다. 정 캐스터는 당황스럽고 억울했지만 이내 스스로 진솔하고 멋진 인터뷰였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도 욕을 먹어서 방송을 돌려보며 제가 무슨 말을 했나 다시 봤어요. 감정을 자극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에 '그래도 이제동이 힘들 때 늘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서 힘이 날 것 같다. 팬 여러분께 한 말씀'이라고 했는데 대체 어느 대목에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좀 억울하기도 했죠. 그 친구가 울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남자가 눈물 흘리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선수가 울어서 그 화살이 제게 왔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억울하죠. 매번 똑같은 질문을 할 순 없잖아요. 그 수많은 것들 중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질문을 했다는 것은 진솔하고 멋진 인터뷰라고 스스로 생각했어요"

팬들의 이런 반응은 경력 13년차 캐스터도 위축시켰다. 바로 다음날 중계를 맡은 정 캐스터는 연패를 하던 선수가 승리했지만 팬들의 반응이 신경 쓰여 일부러 무미건조하게 질문을 던졌던 것.

"인터뷰가 끝나고 '왜 내가 그런 반응을 무서워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죠. 선수들은 남자 캐스터가 물어보면 울컥하지 않아요. 그래서 김정민 해설은 저더러 '힐링캠프'라고 부르기도 해요. 그날 이후 흔들리지 말고 내 할 일을 하자고 생각했죠. 선수들에 물어보니 저에게서 약간의 모성애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해요. 선수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정소림의 꿈은 라디오 DJ?
13년 동안 방송을 했지만 정 캐스터에겐 특별한 별명이 없다. 본인도 항상 그 점이 고민이라고 생각했단다. 초창기 시절부터 항상 색깔이 없다는 평가를 들어왔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어딜 가도 그럭저럭 잘 할 것 같은데, 튀는 부분이 없다고 하네요. 사실 튀는 걸 무서워하는 성격이기도 해요. 묻혀서 둥글둥글 가는 것을 선호하죠. 성격 탓인지 제가 리드하는 중계보단 뒤에서 받혀주는 것을 좋아해요. 회식 자리에서도 리드하기보단 장단을 맞춰주는 쪽이에요. 그러다보니 어떤 의미에선 실력이 없어 보이고 잘 못한다는 평가도 받죠. 그래서 특별한 별명이 없는 것 같아요. 때론 별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보면 딱히 특징이 없어요"

별명은 없지만 또 다른 꿈은 있었다. 게임과 e스포츠 외에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없느냐고 묻자 '라디오 DJ'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 캐스터에게 라디오 DJ는 오래된 꿈이었고, 이전에 성우와 아나운서 시험을 치렀던 것도 라디오 진행에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라디오 DJ가 꿈이라는 건 처음 밝히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제 꿈이었죠. 학교 다닐 때 교내방송 아나운서를 했던 경험도 있어요. 그 매력이 뭔지 알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영화음악을 좋아해서 심야시간 방송을 해보고 싶네요. 지금과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게. 듣는 사람이 편하게요"

◆ 끝까지 최선 다할 것…인터넷 문화 성숙해졌으면
가슴 한 편에 또 다른 꿈을 그리고 있었지만, 당장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프로의 마인드는 결코 잃지 않았다. 게임 캐스터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했다.

"음... '캐스터는 올해까지겠지?'라고 생각한지가 꽤 오래됐어요. 처음 게임 캐스터를 할 때는 사람들이 1년~2년 할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그만큼 제가 가진 조건이 좋지 않았어요. 아이도 있고, 같이 출발한 캐스터들 중에서 최악의 조건이었어요. 그런데 어느덧 13년이나 지났네요. 지금도 그런 생각은 계속해요. 여성 출연자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한동안 불안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게(그만두는 것)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써주실 때까지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일을 해야죠. 아직도 게임 중계를 하고 팬들 앞에 설 수 있음에 언제나 감사드려요. 길진 않을 것 같지만 마지막까지 즐기며 행복하게 임하고 싶어요. 살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매번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고, 마무리를 지을 때까지 팬들한테 '정말 좋은 캐스터였다', '최고의 여자캐스터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마지막에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대우 받으며 예쁘게 정리할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제 목표에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마지막은 팬들을 향한 선수들에 대한 애정 어린 부탁이었다.

"지금 상황이 스타1이 마무리 되면서 e스포츠 역사에 있어 가장 큰 혼란의 시기라고 생각해요. 스타1 팬 입장에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스타1 만큼의 애정이 스타2에서 없을 수 있기 때문이었죠. 스타1을 좋아해주셨던 분들이 선수만 바라보기엔 게임을 잘 모르면 한계가 올 수밖에 없거든요. 현장의 관객도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고요.

마음의 문을 닫고 게임이 뭔지 조차 알려 하지 않고, 무조건 싫다고 하지 말고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좋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더 많이 노력할 테니 e스포츠를 위해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인터넷 댓글문화가 성숙되어있지 못하다 보니 걱정이 돼요. 선수들은 그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선수들에게 좋은 말 많이 해주시고 나쁜 말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소림 인터뷰 1부: http://esports.gamechosun.co.kr/board/view.php?bid=inter&num=44581

정소림 인터뷰 2부: http://esports.gamechosun.co.kr/board/view.php?bid=inter&num=44639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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