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게임넷의 홍일점 정소림 캐스터는 올해로 데뷔 13년차를 맞이했다. 정 캐스터는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e스포츠 무대에서 안방마님의 자리를 꿰찼다.
힘겨운 직업이지만 강산이 변할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그녀가 대단해보였고, 존경스러웠다. 또 후배 여성 캐스터가 나타나지 않는 점에 대한 아쉬움과 궁금증이 더해졌다.
13년간 e스포츠를 지켜온 그녀, 정소림 캐스터와 나눈 진솔한 대화들을 소개한다.
◆ 입문…임용고시 준비생에서 캐스터로
정소림 캐스터는 2000년에 iTV '게임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게임캐스터로 데뷔했다. 당시 청소년과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던 게임스페셜은 게임캐스터 1세대인 정일훈 캐스터가 진행을 맡았던 방송.
1주일 내내 방송을 하던 정일훈 캐스터가 주말방송만 맡게 됐고, 주중 진행을 맡을 인물로 정 캐스터가 낙점된 것이다.
"97년부터 케이블TV MC와 리포터 활동을 해왔어요. 게임방송 초창기 시절에는 게임 전문 캐스터가 거의 없던 때였죠. 방송을 하다 99년에 아이를 낳고 잠깐 일을 쉬게 됐어요. 제가 교사자격증이 있는데 당시 임용고시를 보려고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공부만 하던 터라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공부를 잠시 쉬던 중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알게 됐죠. 이전까지는 PC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지뢰찾기나 카드게임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는데 '어머, 이런 게 있어?' 하는 느낌이 왔죠. 뭐 하나에 미친 듯 빠지는 성격이 아닌데 스타크래프트를 접한 뒤로는 하루 종일 게임만 하게 됐어요"
정 캐스터가 한창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던 때, 마침 iTV에서 활동하던 그녀의 선배 이정한 해설이 "자리가 비었는데 게임 캐스터를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해왔고, 정 캐스터는 한 번에 면접을 뚫고 게임 캐스터로 데뷔하게 됐다.
◆ 올챙이 시절…실수 연발 그리고 두려움
지금은 어느 누구 못지않은 게임 전문 캐스터지만 초보 시절엔 실수도 많았다. 게임 캐스터라는 직업도 생소한데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철권, 피파 등 여러 종목을 매일같이 번갈아가며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게임 전문가라도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
"실제 축구를 보긴 하지만 게임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 중계할 만큼의 지식은 갖고 있지 않았어요. 근데 축구 게임 중계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됐죠. 한 달에 두 번 정도 축구 게임 중계를 했는데, 그 때 마다 공포에 떨었어요. 하루는 선수가 골을 넣어서 리플레이가 돌아가는데, 그걸 모르고 또 골이라고 해버렸어요. 당연히 PD님께 욕을 바가지로 먹었죠. (웃음)"
본의 아니게 선수에게 피해를 준적도 있었다. 정 캐스터는 2001년 WCG 한국대표 선발전 카운터스트라이크 결승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에 FPS 게임 중계를 할 때 선수들 귀에 제 목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고 상대 선수가 어디로 가는지 설명해버렸어요. 그래서 공격을 하던 팀의 작전이 통하지 않아 그 팀이 패했죠. 그 팀의 선수 중 한 명이 지금 온게임넷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가끔씩 원망을 들어요. 그 때 누나 때문에 국가대표가 못됐다고…"

◆ 새로운 기회…온게임넷 진출
정소림 캐스터는 2002년 iTV에서 온게임넷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이후 현재까지 10년이 넘게 온게임넷의 '홍일점'으로 자리매김 했다. 수많은 e스포츠 리그를 거쳐 온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리그는 스타리그 챌린지 듀얼이다.
"온게임넷에 들어와서 여러 종목의 게임 리그를 진행하다가 스타크래프트를 고정으로 하게 된 것이 2003년 챌린지 듀얼이었어요. 이때부터 '아, 이게 게임 중계를 하는 맛이구나' 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알게 됐고, 인정받기 시작했죠"
당시 엄재경, 김창선 해설과 함께 중계를 하던 정 캐스터는 챌린지 듀얼이 스타리그로 가는 전 단계였기 때문에 미친 듯한 '샤우팅'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스타리그 중계와는 분위기가 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레 만담 형식의 중계가 됐고, 중계진의 호흡이 잘 맞아 팬들도 좋아하기 시작했다.
"여성 캐스터로서 결승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 '샤우팅'을 하는 것은 시청자가 듣기에 거북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이야기를 나누듯 하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챌린지 듀얼을 통해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었죠"
◆ 찰떡궁합…대머리 해설 '온상민'
스타리그 챌린지 듀얼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는 그녀는 현재 여러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해설위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조심스레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해설이 누구냐고 물었다. 정 캐스터는 FPS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온상민 해설을 선택했다.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온상민 해설과 중계하는 것이 편해요. 농담이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저와 잘 맞아요. 무엇보다 그 친구가 가진 캐릭터가 재밌어서 좋아요"
온상민 해설은 캐스터를 당황케 하는 돌출발언으로도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정 캐스터는 온 해설의 돌출발언에 처음에는 당황하고 수습하려 노력했지만, 이젠 노하우가 생겨 굳이 제자리로 돌려놓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스포츠 자체가 재미를 위해 보는 것이란 생각에서다.

특히 FPS 게임의 경우 워낙 마니아가 많은 게임이고 조금 오버해도 괜찮다는 것이 그녀의 변이다. 또 남성 위주의 게임이다 보니 팬들도 수위 높은 발언들을 더욱 재밌어 한다고.
정 캐스터는 이제 단짝 온상민 해설의 돌출발언도 '방송 경고감'이 아니라면 한마디 더 보태며 웃어넘기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말했다.
정소림 인터뷰 2부: http://star2.gamechosun.co.kr/board/view.php?bid=inter&num=44639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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