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3권 표지를 출판사에 넘겼어요. 조금 어려운 내용이라 중고생들보다는 대학생 이상 독자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독자가 편하게 읽도록 최대한 장치를 곳곳에 마련했는데…”
그가 말하는 ‘장치’는 때로는 ‘사랑이야기’같은 당의정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유머’라는 보편적 코드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터무니없는 만화적 과장을 거부하고 현실성을 담보한 내용을 주축으로 하는 그만의 접근 방식이 있다. 그의 추종자들이 ‘권교정표 만화’라는 꼬리표를 달아주는 이유다.
경남 밀양여고를 졸업한 뒤 홍익대 수학교육과에 입학한 그는 ‘민화반’에 들었다고 했다. 마침 대선이 치러지던 시절이라 수없이 그려야 했던 걸개그림들. 그는 동아리 안에서 여러가지를 배웠다고 했다. 왜곡되고 모순에 빠져 있는 현실. 하지만 대중성을 확보하지 않은 주의주장은 혼자만의 자위에 불과하다는 역설적 교훈도 얻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의정과 리얼리즘의 적절한 변주였다.
‘메르헨, 백설공주의 계모에 관한’ ‘정말로 진짜!’ ‘피리부는 사나이’ ‘붕우’ ‘피터팬’ ‘적월전기’ 등 지금까지 펴낸 작품집에는 그러한 권교정의 감수성이 곳곳에 녹아있다.
그는 그 흔한 어시스턴트 한 명 없이 혼자서 작업한다. 가끔씩 혼자서 일하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힘을 낸다. 세 살 때부터 만화가게에서 꼬박꼬박 책을 빌려다 주고, ‘헬무트’ 작업 때는 돋보기 쓰고 배경 먹칠 작업까지 도와줬다는 할아버지다.
수학교육과에 들어가면서 권교정은 “참고서 ‘수학의 정석’을 만화로 그려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한지 4년이 넘은 지금도 그 포부는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해결 안되는 삶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만화를 그리며 정리를 시도하는 나를 발견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계속해서 만화와 함께 살고 있었다.
(조선일보 어수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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