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는 이름에는 행동 하나하나에 제약이 있다"
일반적인 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서도 10년 넘게 꾸준한 폼을 유지한 채 활동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윤열은 정말 대단한 게이머다. 2001년 데뷔해 벌써 12년째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성적 또한 꾸준히 잘 내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단어의 뜻과는 다르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윤열은 얼마 전 oGs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북미 프로게임팀 컴플렉시티에 입단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새로운 곳에서 남은 1년을 불태우겠다는 의지를 새 유니폼과 함께 다진 것이다.
남은 1년 안에 '우승'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기부여가 필요했다는 이윤열. 10년차 게이머인 그에게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았기에, 쉴 틈 없이 질문을 던져봤다.

▲ 최근 컴플렉시티에 둥지를 튼 이윤열
▶ 새로운 팀 분위기는 어떤지?
영어는 못하지만 팀에 통역도 있고 MVP와 연계돼있어 좋다. 감독님도 영어를 잘하셔서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 인터넷 메신저로 미국 현지에 있는 컴플렉시티 CEO나 운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짧은 말로 주고받고 있다.
▶ oGs와 재계약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금전적인 부분도 그렇고 oGs의 대우가 지금보다 못하진 않았다. 단지 내 자신에게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다. 1년 정도 열심히 할 수 있을만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팀을 이적한 것이 게임 스타일 변화에 도움이 된 것 같다.
▶ 왜 SK게이밍으로 가지 않았나?
컴플렉시티의 구애가 적극적이었다. 내 입장에서 고마웠고 싫지 않았다. MVP와 연계된 것도 마음에 들었다. MVP 선수들이 '초롱초롱'해서 좋았다. 적극적으로 나서준 팀들에 한해 입단을 생각했다. SK게이밍 매니저와 친하지만 SK는 (장)민철이로 충분했던 것 같다. (웃음)
▶ 본인을 포함해 선수들의 잇따른 해외팀 입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기가 준비해서 원만히 해결만 잘 하고 나온다면 괜찮은 것 같다. 대화 없이 안 좋게 나온다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니 그런 부분만 잘 풀리면 서로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질 것 같다. 물론 나도 oGs와 좋게 이야기했다.
▶ 연습은 잘 되고 있나?
MVP 선수들과 연습을 하고 있다. MVP 팀이 왜 성적 잘 나오는지 알 것 같다. 선수들이 모두 자신의 경기처럼 잘 도와준다. 감동받고 있다.
▶ 군대 계획은 어떻게 됐나?
내년 이맘 때 현역으로 갈 생각이다.
▶ 일각에선 이윤열이 종목을 전향하지 않았다면 공군에이스에 들어가는 것이 확실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공군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쉽지는 않나?
아쉽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 제대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쇼핑몰 운영과 공부를 할 계획인데, 사업 쪽에 더 많이 투자를 할 계획이다. e스포츠 지도자의 길도 고려중이긴 하다. 여러 가지 선택의 길 있을 것이지만 최종 꿈은 CEO가 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릴 것이다. 해설은 나랑 잘 맞을지 모르겠다. 답답한 것을 못 참아서 독설을 할 것 같다. 다른 해설과 싸울 것 같다. 재미는 있을 것 같다.
▶ 쇼핑몰 이야기가 나왔으니 궁금하다. 사업은 어떤가?
초기다 보니 경험도 많이 부족하고 매출이 왕성한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경험을 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꿈이 CEO인데, 지금은 게임의 튜토리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본업이 게이머이기 때문에 아직 크게 신경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점차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첫 사업이고, 내 이름을 걸고 하니 애정이 있다. 거의 혼자서 하고 여자친구도 도와주고 있다. 거래처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아직까지 일손이 많이 들진 않는다.
▶ 사업을 시작함으로 인해 실력이 하락했다는 평이 있다.
주춤했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준비하는 기간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한동안 그쪽을 신경쓰다보니 소홀했고 인정한다. 하지만 주는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게임에 매진하고 있다.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다. 사업은 사업, 게임은 게임이기 때문에 충분히 연습을 다 하고 운영 중이다. 아무래도 성적이 안 나오면 그럴 수밖에 없지만 감안해야 하는 일이다.

▲ 이윤열의 GSL 최고 성적은 2011 시즌3에서 4강에 오른 것이다
▶ 이윤열은 매 시즌마다 한 번씩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이후엔 곧바로 패배하기도 하는데?
글쎄... 부담감도 좀 있는 것 같다. 결승 못간지 오래됐다. 뭔가 자기 스스로 큰일을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생기다보니 중요한 시점에서 그것이 부담감으로 이어진 것 같다. 많이 슬프긴 한데 더 열심히 준비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도 열심히 했지만, 지금 마음가짐은 과거와 또 다르기 때문에 허무하게 지는 경기는 없도록 해야겠다.
▶ 해외 대회서 유독 약한 것 같다. 적응이 힘든가?
기회가 몇 번 없었던 것 같다. 적응 문제도 있지만 해외 선수 스타일이 정말 독특하다. 한국에서 연습하던 패턴이 아니더라. 또 그 선수의 '포텐'이 터지면 상대하기 까다롭다. 지난해 핀란드 '어셈블리 섬머 2011'에서 만난 'MaNa' 그레고리 커민츠(마우스스포츠) 선수가 그랬다. 기회가 적어서 그렇지 우승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계속 겪어보면 될 것 같다. 경험부족이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올해 해외대회 출전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군 미필이라 출국에 나이제한이 걸려 참가를 못할 것 같다. 팀하고도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를 마치고 계약한 것이다. 이해해줘서 정말 고맙다. 정말 나가고 싶지만 못나가는 상황이다. 올해 열리는 해외대회는 모두 나가고 싶었다.
▶ 홍진호가 리그오브레전드 팀 감독이 돼 현재 oGs 숙소에서 함께 연습을 하고 있다. 홍진호와 함께할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은 없나?
같은 팀에 굉장히 오래 있었다. 어차피 나는 숙소 생활을 안 해서 감흥은 없었을 것 같다. 아쉽진 않지만 팀 이름이 참 재밌더라. 나중에 만약 내 팀이 생긴다면 이름을 '지니어스'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일부 팬들은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가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의 흥행을 위협한다고 우려하는데?
인기 있는 종목이 있다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리그오브레전드가 다시 e스포츠 붐을 일으킨다면 반가운 소식이다. 스타크래프트 이후로 약간 침체기인데, 그런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거라면 당연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응원하고 싶다. 아쉬운 점은 스타크래프트2가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선수들이나 관계자 모두 노력하고 있지만 좀 더 붐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 스타크래프트2의 국내 흥행 부진에 대해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그런 점은 있다. 해외에선 붐이 일어나는데 TV에 안 나오는 그런 점이 아쉽긴 하다. 애니박스에서 GSL이 방영되긴 하지만 온게임넷이나 다른 채널에서 다뤄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잘 화합했으면 좋겠다. 아쉽지만 스타크래프트2 판에서 나름 열심히 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기존의 스타크래프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 수도 압도적으로 많다. 전망이 좋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안한다. 선수들은 성적을 잘 내야한다는 생각뿐이다.
▶ 작년 GSL 시즌7 조 지명식 때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어떤 뜻이었나?
지금 활동하는 선수들은 스타크래프트2 판에서 먼저 붐을 일으키고 노력하고 있는 1세대들이다. 훌륭한 선두주자들인데 다른 쪽에서 무시 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부심은 충분히 가지는 게 스스로도 좋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 트위터 팔로워 수도 무시할 게 아니다.

▲ "우리는 스타크래프트2 1세대 게이머다. 모두 자부심을 갖자"는 발언을 했던 이윤열
▶ 앞으로 본인의 우승 가능성은?
사실 지난 시즌 목표가 우승이었다. 자신감도 가득 차 있었다. 패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굉장히 아쉽게 떨어져서 슬펐다. 다시 코드S에 올라갔으니 자신 있다. '올드' 중에서 가장 빨리 우승을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같은 '올드'인 임요환은 최근 방송 출연이 잦다. 본인은 방송 욕심이 없나?
불러주는 데가 없다. (웃음) 농담이다. 요환 형은 (김)가연 누나가 있으니 더 출연 기회가 많은 것 같다. 부럽기도 한데, 일단은 성적을 잘 내고 싶다.
▶ TV 소개팅 프로그램에 나갔던 것이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처음엔 어딘가 숨고만 싶었다. 잊혀질만하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더라. 최종보스 쯤 되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중간가는 것보다 차라리 최종보스가 되는 것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음부터 그런 상황은 절대 안 만들겠다. 춤은 지인들 앞에서만 추겠다.
▶ 그래도 스타크래프트 '레전드'였는데,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현재의 '레전드' 이영호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셋팅도 자를 가지고 다니며 한다. 프로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감도에 맞게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박수쳐주고 싶다. 또 그 선수를 보면 항상 자신감에 차있어 보인다. 당돌하고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 많은 게이머들이 배워야 할 점 아닌가 싶다. 고민하는 상황이 나오면 지루해지기도 하고 허무하게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선수는 뒤를 보지 않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남자답다. 훌륭한 선수다. 예전에 나와 경기할 때 '센터 BBS' 전략을 사용했다. 대선배를 상대로 신예가 그런 과감한 전략을 구사하기는 정말 힘들다. 굉장히 떨리는 일이다. 스타크래프트2 선수 중에선 이동녕에게 그런 배포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우승도 차지하지 않았나. 배포 있는 선수들은 뭔가 다른 것 같다.
▶ 위메이드폭스 출신들이 최근 부진한 것 같다. 전 동료로써 응원을 해준다면?
폭스 출신들이 굉장히 성실하고 정말 착하다. 그래서 독기가 부족한 것 같다. 독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승부욕에 불타올라야 한다. (박)성균이도 굉장히 잘하는 친구다. 당시 팀 랭킹전 1등도 많이 했다. 이적했다고 주눅 들지 말고, 다른 선수 플레이도 자존심 버리고 배우고 했으면 좋겠다. 장민철처럼 당당해야 한다.
▶ 장민철은 평소에도 그런가?
그렇다. 하루는 로봇춤을 가르쳐달라고 하기에 가르쳐줬더니, 세리머니로 바로 써먹더라. 하지만 조금 배워서 안 된다. 사이즈가 안 나온다. (웃음)
▶ 황규석(MVP)과의 독특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이윤열에게 황규석이란?
굉장히 성실한 친구다. 같은 팀이 돼서 말을 놓고 지내는데 (전)태양이와 동감이더라. 놀랐다. 규석이에겐 미안하지만... 그만큼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라는 생각도 들더라. 정말 창창한 나이이기 때문에 세리머니 같은 것도 과감하게 하고 그런 모습이 좋다. 평소엔 성실하고 예의가 바르다. 게임 센스도 좋다.
▶ 그동안 몇몇 선수들이 '사고'를 쳤다 선배로써 조언을 한마디 해준다면?
선수들이 서로 친하면 욕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지금 활동하는 선수들은 프로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대회라는 것은 채팅 기록까지 모두 남는다. 지켜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한다. 프로라는 이름에는 행동 하나하나에 제약이 있다. 누구나 당연히 한두 번 실수는 한다. 팬들도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서로에 대한 애정표현(욕)은 게임 끝나고 따로 했으면 한다.

▲ 이윤열이 가장 자신있다는 포즈
▶ GSL 시즌2에서 만나고 싶은, 혹은 피하고 싶은 선수가 있나?
연습하는데 지장을 주니까 MVP 선수들만 빼면 다 괜찮다. 내 스타일이 많이 노출됐기도 하고, 잘하기 때문에 최대한 피하고 싶다. 나머지는 연습량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스타크래프트2 확장팩 '군단의 심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게임하는 동안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언제 적응하고 언제 또 연구하나. 머리 아프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겠다. 여러분들도 언제나 힘든 일이 있겠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일수록 용기를 가지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 없이 긍정적으로 자신감 있게 세상을 살아갔으면 한다. '이 세상에 안 될 일은 없다'가 내 좌우명이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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