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뿔테 안경에 검은색 버튼 코트, 체크무늬 니트를 입은 깔끔한 이미지의 김성현 선수. 방금 막 일어난 부스스한 머리에 청색 점퍼와 후드티를 입은 개구쟁이 변현제 선수.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학생이지만 이들은 앞으로 국내 e스포츠리그를 짊어질 유망주다.
1일 오후 12시 문래동에 위치한 STX소울 숙소 근처 한 커피숍. 앳된 얼굴을 180cm 장신의 소년과 다소 긴장된 모습의 한 청년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쭈뼛쭈뼛) 안녕하세요. 김성현, 변현제입니다"

▲ 평소 친하다는 김성현(좌)과 변현제(우), 어깨동무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어색한 기운이 흐른다.
올해 스타크래프트계 유망주로 꼽히는 두 선수와의 첫 대면이었다. 아직 커피숍이 낯선지 메뉴판을 국어책 읽듯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들. 김성현 선수와 변현제 선수는 각각 바닐라 라떼와 레모네이드를 주문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테이블에 앉았다.
올해 21세가 된 김성현 선수와 마지막 10대를 보내게 된 19세 변현제 선수는 인터뷰 경험이 별로 없는 터라 쑥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내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프로게이머로서의 포부와 꿈을 얘기하는 그들의 모습에 진실성이 느껴졌다.
◆ 할머니 댁에서 맺은 스타크래프트와의 첫 인연
김 선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가 사촌 형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 컴퓨터만 사면 스타크래프트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설치돼 있어 쉽게 시작했다고.

"지금은 주종족이 테란이지만 원래 프로토스를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차츰 테란 유닛인 벌처와 메카닉이 좋아서 테란으로 갈아탔죠"
지금도 테란 유닛 중에서 벌처가 가장 좋다는 김 선수는 안정적인 메카닉 운영력으로 이번 프로리그에서 박성균과 정명훈, 변형태 등 최고 테란 선수를 꺾었다.
아직 데뷔 1년 차인 신예 변 선수는 2008년 안동에서 열린 대통령배 전국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프로게이머로 진로를 결정, 대구에서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친구도 없고, 서울에 아는 곳도 없어서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또 자퇴해서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으니깐 미래를 위해서도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해요. 이미 한 번은 떨어져서요. 올 4월 시험을 준비하는 데 꼭 붙었으면 좋겠어요."
◆ "밑바닥을 치고 올라왔으니… 쓴맛부터 봤죠"
지난해 11월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시작되고 난 뒤 김성현은 7승 1패로 KT롤스터의 이영호와 다승왕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변현제도 첫 프로리그 출전에 윤용태와 임진묵을 이기고 신예답지 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올 시즌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들도 은퇴를 결심했을 만큼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 스스로 '주위에서 나를 아는 게 신기하다'고 말하는 김성현은 신예로 많이 알려졌지만 지난 2008년 STX소울에 입단한 '중고 신인'이다. 첫 데뷔전에서 전 공군에이스 이주영을 벙커링과 치즈러시로 승리를 따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팀 동료인 이신형과 김현우, 김구현 등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지난해 8연패를 기록하며 은퇴 갈림길에 섰다고 한다.
"연습생 시절 엄청나게 많이 혼났죠. 게임을 못한다고. 팀에서는 저에게 기대한 것도 있고 테란 라인을 더 튼튼하게 구축시키고 싶은 마음에 저한테 모진 말도 많이 했어요. 작년 신한은행 프로리그를 끝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둘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서 저를 설득했죠."

김 선수의 부모님은 애당초 김 선수가 프로게이머가 되는 걸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그냥 일반 학생들처럼 공부하길 원했다고. 그러나 김 선수의 열정에 못 이겨 허락한 뒤 은퇴를 하겠다며 고민을 토로한 아들을 오히려 설득하며 게이머 생활을 이어가게 해준 것이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최고가 되어보라는 얘기죠.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들더라고요. 정말 그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열심히 했는지 되돌아보게 됐죠. 밑바닥을 찍어봤으니 이제 올라갈 길만 남았죠."
아직 데뷔 1년 차인 변 선수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지난해 코치에게 불량한 태도로 혼이 난 뒤 숙소를 떠나 고향 대구로 내려갔다. 그러나 부모님께서 따뜻하게 감싸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은퇴 얘기를 꺼내자 오히려 집을 나가라는 호된 꾸지람을 듣게 됐다고.
"집에 내려갔는데 부모님께서 오히려 은퇴하겠다는 말을 듣고 역정을 내시더라고요. 혼났다고 바로 은퇴를 결심하느냐며... 집을 나가라는 소리에 갈 곳 없어 가출할 순 없으니 다시 마음잡고 숙소로 돌아왔죠. 지금은 이 일이 너무 좋아요."
◆ 새해 작은 소망 "모태 솔로예요. 여자친구 사귀어보고 싶어요!"
혈기왕성한 두 선수에게 유일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모태 솔로라는 것.
현재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 지으며 연신 한숨만 내쉬는 두 선수는 여자친구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잠시 적막이 흐른 뒤 입을 연 그들은 태어나서 여자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데도 많이 데려가고 평소 못하던 애정표현도 여자친구가 생기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변 선수는 여자친구라는 단어에도 싱글벙글한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좋다고 한다. 풋풋한 19세 소년답게 예쁘고 귀여운 여자면 다 좋다고. 남자친구가 된다면 커플로 할 수 있는 건 다해보고 싶다는 그의 말투에서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 내 롤모델은 이영호, '뛰어넘어야 할 산'
프로게이머로서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최고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의 우승을 꿈꾼다. 결승전에 가본 선수만 느낄 수 있는 희열과 떨림, 그동안의 시련을 모두 보상받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 선수는 평소 현존하는 최강 프로게이머로 불리는 이영호의 플레이를 보며 전략과 스킬을 터득한다고 한다. 심지어 이영호가 경기 당시 어떤 생각으로 플레이하는 지도 읽을 수 있다고. 그만큼 자신의 롤모델이자 언젠간 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하고 있다.
변 선수는 자신의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김택용' 선수라 대답한다. 매번 방송을 통해 김택용 선수의 경기를 보면 매우 쉽게 승리를 챙기는 것 같다고. 평소 김택용 선수는 특유의 셔틀 플레이로 상대방과의 난전을 유도하는 게 특기다.
"참 쉽게 이기는 것 같아요. 난전을 유도하는 플레이도 정말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에요. 또 잘생겼어요."
데뷔 4년 차가 훌쩍 넘은 김 선수의 꿈은 역시 우승이다. 차기 개인리그 결승에서 이영호 선수를 만나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워낙 실력있는 선수라 예선에선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쑥스러움이 많고 말수가 적은 변 선수는 올해의 신인왕을 목표로 차근차근 경력을 쌓겠다고 한다.
[김수지 인턴기자 suji@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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