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요? 전혀 없죠. 그저 게이머를 꿈꾸는 사람들 돕는 일이 좋습니다"
e스포츠의 한 종목인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리그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고, 리그에 참여하는 팀은 10개에 달한다.기업 팀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스타크래프트1(이하 스타1)' 리그와 달리 각각의 팀이 생겨난 기반은 여러가지다. 유명 클랜에서 발전한 팀도 있고 e스포츠를 다루는 학교에서 만든 팀도 있으며 스타1 구단에서 코칭스탭 일을 맡았던 사람들이 모여 팀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 중 십대 소년 단 두 명이 클랜을 꾸리기 시작하고 팀 지휘봉을 잡는 감독마저 e스포츠 관련 직종에 종사하지 않았던 '아마추어 리더'들끼리 모인 곳이 있으니, 바로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팀 리그(GSTL)' May의 준우승팀이자 현존하는 저그 선수 중 최고의 테란전을 자랑하기로 알려진 '동래구' 박수호를 데뷔시킨 MVP 게임단이다.
"게임을 좋아하고 e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을 돕는 게 제 천직인가 봐요"

MvP 클랜장이자 스타2 MVP게임단 창단멤버 안민우 군(18)은 나이는 십대지만 3년 째 게이머 에이전트 일을 하고 있으며 게임단에서 매니저 역할도 1년 째 해 왔다.
물론 그는 전문적인 에이전트가 아닌 '아마추어'다. 그렇지만 그의 '도움의 손'을 거친 선수들은 분명히 안민우 군의 노력을 인정하고, 경기에서 이길 때 마다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늘 돌봐주고 격려해 주는 안민우 매니저에게 감사합니다"
지금은 MvP 클랜만 책임지고 팀에서는 나온 안민우 군, 그는 왜 자신의 힘으로 바탕을 다진 MVP를 나오게 됐을까? 또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게 힘들진 않을까?
게임조선에서 당돌한 10대 에이전트, 안민우 매니저를 만나봤다.
◆ 십대 게이머 에이전트 겸 매니저, 안민우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이름은 안민우, 1993년생이고 북미 게임단 '체크식스'의 매니저 겸 스타2 종목 선수입니다. 한국에서의 개념으로는 '플레잉코치'직과 유사하죠. 체크식스 게임단의 한국 활동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 체크식스 입단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국내 스타2 게임단 MVP 창단 멤버였고 매니저로 1년 가까이 지내다 올해 7월부터 체크식스 소속이 됐습니다.
MVP를 나온 까닭은 매니저일도 좋지만 선수로 전향하고픈 마음이 더 컸고 제 실력이 한국 팀에서 선수로 남기에는 모자라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실력을 키우고 다시 돌아오자'라는 마음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선수로 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내년쯤 다시 MVP로 돌아갈 의향도 있나요?
그 때 실력과 상황이 된다면 MVP로 돌아가고 싶죠. 제 자신에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수준에 올랐을 때 MVP팀이나 다른 한국팀으로라도 돌아 올 겁니다.

◆ 17세 안민우, 16세 황규석과 함께 '소년들의 꿈'을 만들다
▶ 게임은 언제부터 접했나요?
저도 다른 게이머들과 마찬가지로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다 게임 관련 직업을 갖게 된 사람입니다. 단지 조금 특이하다면 친형과 친척형이 모두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어요.
그렇다보니 어렸을 때 부터 형들과 자연스레 어울려서 프로게이머를 지망하게 됐는데 게임을 하면 할 수록 게임만 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팀을 기획하고 꾸리는 걸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어릴 때 부터 남달랐네요. 안민우 군이 처음 꾸리게 된 팀은 어디인가요?
처음 기획하고 만든 팀은 2010년에 창단한 스타2 게임단 MVP입니다. 이 때가 2010년(17세)이었죠.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로템(LoteM)'이라는 스타1 클랜에서 2009년(16세)부터 부마스터직으로 클랜 운영을 시작했는데, 그 때 경험이 지금 제 매니저 활동의 토대가 됐습니다. 2010년에는 로템 클랜 마스터 직책을 얻었는데 클랜이 배출한 프로게이머는 최호선(SKT), 한두열(CJ) 선수 등이 있네요.
3년 째 아마추어 에이전트 겸 매니저로 살고 있는데, 제가 도와 준 친구들이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는 걸 보고 많이 뿌듯합니다.
▶ 그 때 도와줬던 지망생들 중 현재 활동하는 선수가 있나요?
네. 스타2의 경우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 최상위 리거인 코드S 황규석(MVP)선수와 이동녕(FXO)선수, 상위 리거인 코드A에 조중혁(MVP)선수, 래더 최상위권 프로토스 원이삭(스타테일)선수가 있죠.
특히 황규석 선수의 경우 스타1 프로게이머가 되는데도 많이 도와줬던 기억이 납니다.
몇몇 친구들은 '그게 왜 형 덕분이냐, 내가 잘난 거지'라고 웃으며 반문할 수도 있겠네요. 이 선수들 외에도 게임단 입단이나 연습 등 크고 작게 도움을 준 게이머들은 많습니다.

▲ 안민우매니저와 함께 MVP의 기반을 다졌던 코드S 황규석선수.
안민우매니저는 그를 '의리와 뚝심, 자신감을 갖춘 선수'라 평가했다.
▶ 지금은 안정적인 팀이 된 MVP의 시작도 클랜이었다면서요?
MVP의 경우 조금 특수했던 것이 클랜을 만들면서 팀까지 구성한다는 계획을 뚜렷하게 잡고 시작했습니다.
스타2 오픈시즌 때니까 작년 9월에 황규석(MVP)선수와 함께 팀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너무 팀 운영은 커녕 클랜원 모집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코드S 8강까지 밟아 본 실력자가 됐지만 (황)규석이도 그 때 많이 고생했죠.
10대 초반부터 규석이와 많이 친했는데 이 선수는 2010년(16세) 당시 프로게이머 자격을 갖추고 팀에 입단까지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선수가 스타1을 그만두고 팀을 나와서 '스타2를 하겠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기에 스타2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저도 같이 게임을 해 봤는데 정말 재밌더군요.
게임이 너무 재미있으니까 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규석이에게 '내가 팀을 만들어 볼 테니까 선수로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제 의견에 동의해 줬습니다. 그 친구 없이는 MVP도 없었겠죠.
▶ 황규석 선수도 함께 했군요. 어린 소년들끼리 팀을 운영하려면 우여곡절이 많았겠어요?
네. 저는 MVP 팀을 나온 지금까지도 MvP 클랜의 클랜장을 맡고 있습니다.
MvP 클랜을 열었을 때 규석이 한 명을 데리고 '우리는 2인 게임단이다!'라고 할 수는 없으니 홍보부터 시작했죠. 여러 방법으로 '팀을 만들 것'이라고 알렸더니 '아야' 아이디를 쓰는 송영민 선수가 새로 만든 팀에 관심이 있다며 찾아왔습니다. 함께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팀원이 3명으로 늘어나게 됐는데 (송)영민이 형이 팀을 만들 당시에 유일한 본선 진출자였습니다. 그 다음에 최근 GSL 코드A 리그와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011' 스타2 한국 대표 선발전 32강에 올랐던 권태훈 선수, 서성민 선수까지 들어왔죠. 영민이 형에게 그 때 많이 고마웠는데 지금은 형이 게임을 쉬게 돼 안타깝습니다.
팀이 점점 불어나면서 당시 오픈시즌1 32강의 성적을 지닌 이강범 선수(현재 MVP 플레잉코치)와 현재는 해외팀에서 활동 중인 전영식 선수도 입단했죠. 팀 정식 창단이 가시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결정적으로 하나의 팀이 완성된 계기는 지금 MVP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최윤상 감독님이 감독직을 수락하셨을 때인데, 처음에는 최 감독님이 부담스러워하셨습니다.
"우리 팀은 확실히 잘 될 겁니다. 자신 있습니다. 한 번 투자해 본다는 생각으로 믿어주세요."

▲ MVP 팀은 이번 시즌에도 팀리그 4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가장 왼쪽이 이강범 플레잉코치, 가장 오른쪽이 최윤상 감독이다.
진심은 사람을 움직인다고, 결국 감독님은 팀을 짊어지기로 결심하셨고 이후 1주일 동안 팀이 나아갈 방향이나 운영방침에 대해 논의해서 바로 스타2 협의회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최 감독님의 인품과 추진력이 팀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데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멤버들이 많이 고생했고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지네요. 그 때 코치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어리다는 까닭에 제가 한 발 물러서서 리그 참가를 할 수 없는 매니저 직을 맡게 됐습니다.
▶ 그러고 보니 가장 어린 프로게이머 에이전트 겸 매니저였겠네요.
에이전트라고 하면 너무 쑥쓰럽네요. 제가 좋아서 그냥 하는 일인데... 아마 명문 클랜장들 중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였을 겁니다.
사실 매니저로만 남기에는 조금 억울한 건 사실이었는데, 당시에는 제가 잘 되기 보다는 권태훈, 서성민, 황규석, 송영민... 함께 해 준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후방지원 전담'만으로도 뿌듯했습니다.
▶ 매니저로서 한 일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선수들이 활동하기 힘들지 않도록 숙소 내부 관리를 거의 처리했고 선수들 사생활 고민도 들어줬습니다.
아픈 곳이 있는 것 같으면 병원에 같이 가고 매일 친 형제들처럼 지내서 부담이 없었죠. (이)강범이 형은 나중에 코치직으로 변경되기도 했고, 나이차이가 좀 있었지만 고민이나 팀 운영 등의 상담은 제게만 얘기하곤 했죠.
◆ 스스로도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 '매니저는 천직'
▶ MVP가 많이 그립겠네요.
지금도 얼굴 자주 보고 많이 왕래하다보니 그리운 감정이 있기보다는 '팀원의 자리로 돌아올 거야'하는 마음이 강합니다. 팀이 점점 최고의 팀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나가게 됐는데 그 이유는 '나만 같은 자리, 같은 곳에 머물러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제가 더 자격이 되고, 스스로가 평가했을 때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이 될 때 비로소 돌아갈 거라고 결심했습니다.
MVP의 시작은 어려웠지만 팀이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 코드S (박)수호 형, 규석이, (채)도준이, (정)민수 형과 계속 성장 중인 다른 팀원들을 보면서 '이제 더 챙겨 줄 일은 없는 것 같은데, 나는 지금 뭘해야되지'라는 그 감정은 기쁘면서도 착잡했습니다.
그 생각이 든 이후 하루에 70게임 씩 한 것 같네요. 할 일 다 하면서도 게임에 집중했습니다.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둥지에 머무는 것도 좋지만 선수로서 성공도 하고 싶다면 조금 불편한 곳에서 스스로를 조이며 연습하는 일도 필요하겠지요.

▲ WCG 2011 한국대표선발전 부스.
안민우 군은 자신이 관리해 준 선수가 부스에 앉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가 큰 무대에 서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 지금은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나요?
혼자 하루 80게임 씩 뛰었더니 실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해외 유명 선수들인 배틀넷 아이디 '화이트라'나 '셰스' 선수를 상대로 래더에서 승리하는 등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내년 초 쯤에는 선수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또 지금 신인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스타1에서 2로 넘어오려는 몇몇 프로게이머들에게 스타2 게이머로 전향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로 구성원은 몇몇 스타1 게임단이 해체하게 되면서 스타2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1.5군에서 2군 정도의 선수들이 대부분이네요.
이 선수들이 잘 자리 잡아서 완벽한 스타2 선수들이 되도록 돕는 일이 너무 행복합니다. 선수들을 가르치고 관리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거든요. 아무런 댓가도 받지 않지만 그들이 잘 된 걸로 전 만족해요.
다른 또래들은 고등학생이다보니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길에 후회는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몸 담고 있는 체크식스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빨리 유명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고, 저를 믿어주는 후원사 '써멀테이크'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많이 지켜 보고 도와 준 선수들 중 MVP의 코드A 탁현승 선수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수호 형 버금가는 실력을 가졌는데 안타까워요. (탁)현승이가 빨리 방송경기에 적응하길 바라고, 스타테일의 (원)이삭이도 최고의 실력을 지닌 프로토스이기 때문에 예선을 뚫고 팬들을 곧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앞으로 가능성 있는 좋은 선수들을 많이 발굴하겠습니다. 저 역시 훌륭한 선수가 될 테니 스타2 유저 여러분들 많이 지켜 봐 주세요.
[서연수 기자 sys1emd@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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