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엑스엘게임즈(대표 송재경)는 자사의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의 원작소설 '전나무의 매' 출간을 기념해 저자인 전민희(사진·36) 작가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나무와 매'는 아키에이지 배경이야기의 2천 년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새로운 MMORPG의 모델을 제시하는 기대작으로서 그 방대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기틀이기도 하며, 수많은 팬을 거느린 전민희 작가의 5년 만의 신작이기도 해 이번 출간은 게임계는 물론 문화면에서도 꽤 흥미로운 소식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책의 출간일인 23일에 맞춰 교보문고에서 팬 사인회를 개최한 적이 있으며, 건물 밖까지 늘어선 팬들의 행렬에서 그녀의 인기를 실감케 했었다.
현재까지 지나온 한국 게임계를 들여다보면, 게임을 뒷받침하는 세계관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물론 세계관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원작을 활용하거나 혹은 게임과 원작소설과의 연계성이 미약하거나 하는 지적이 적지 않은 편.
이번처럼 유명 작가가 먼저 그 세계관을 만들며 그 위에 게임을 구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국내 최고 인기 판타지 작가 중 한 명인 전민희 작가가 펜을 잡아 세계관의 기틀을 마련한 것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게임개발에 참여한 것 하며, 국내 MMORPG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한 송재경 대표가 그 자유로운 사고를 구현한다는 면에서 아키에이지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진다.
오늘 자리에서 전민희 작가와 송재경 대표의 만남을 비롯해 아키에이지 개발에 참여하며 현재 '전나무와 매'에 이르기까지 전민희 작가의 지난 5년들 돌아본,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러 이야기를 통해 그녀가 소설 집필뿐만이 아닌 게임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부분이 꽤 크다는 것, 그리고 이후 인물이 총 열 두 인물이 등장하고 이 인물들이 한곳에 모여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중요한 내용도 접할 수 있었다.

▲ 전민희 작가의 의해 창조되는 아키에이지의 세계관
다음은 전민희 작가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근황에 대해서
- 5년 만의 신작입니다. '전나무와 매'를 출간하기까지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전나무의 매' 집필 이후에도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편히 쉬지는 못했어요.
(5년이나 작품이 없었던 것에 대해) 아키에이지 작업은 2006년 말에 송재경 대표님과 만나서 2007년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그간 소설을 써서 내지는 않았지만, 자신으로써는 실제 소설을 수십 권이나 쓴 듯한 느낌이에요.
이후 계획에 대해선 딱히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가볍게 생각한 것을 꺼낸 것이어도, 팬분들은 곧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기다리시기 때문이에요. 이전의 소설도 계속 이어가야 하고, '전나무의 매'의 이후 이야기도 있고 일단 벌려놓은 것만으로도 매우 바쁠 것으로 생각해요.
- 23일 교보문고에서의 사인회에 정말 많은 팬 분들이 오셨어요. 전에 이러한 사인회가 있었나요?
사인회는 광화문점에서만 3번 정도 한 것 같아요. 그 외 영풍문고나 부산에서 한 적도 있죠.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하게 되면 바깥으로 팬분들을 세워야 해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 한 번은 (사인회 중) 밖에서 비가 온 적도 있어요.
코엑스에서 한 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실내고 주최 측에서 물을 준다거나 많은 배려를 해줘서 반응이 좋았어요. 아마 가장 많은 팬 분들이 오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 사인회에 오셨던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면
더운데 너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실제 독자분들을 만날 때에 내가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한 실감을 하곤 해요.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는 힘이 됩니다. 앞으로도 이런 느낌을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답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아키에이지에서 전민희 작가의 역할
- 현재 맡은 개발고문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요?
세계관 문서를 쓰면서, 세계관 회의라기보단 아이디어 회의를 1년간 진행했어요. 처음부터 직함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부 원화에 대해 건의 및 검수 역할을 주로 했어요. 아트 및 레벨 콘텐츠 등 다방면에 도움을 드리다 보니 개발 고문이란 직함이 생겼네요. 지도도 직접 그린 부분도 있고, 소소한 부분부터 시작해 하나씩 도움을 드렸어요.
지금은 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되어서 회의마다 참석하진 않습니다.
- 게임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는 말인데요. 그렇다면 실제 게임상에서 작가님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면.
자잘한 것부터 큰 그림까지 참여하긴 했지만 광범위한 부분이라서 콕 집어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제 의견이더라도 이후 워낙 많은 사람을 거쳐 가며 더해져, 저것이 내 것이다고 말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 회의 분위기는) 열린 분위기라 어떤 얘기를 해도 상이 없고, 허황된 제안도 있었지만 무조건 다 얘기를 하라고 했어요. 모두 구현된 것은 아니지만, 기록을 남기고 이것이 다듬어져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진행되면서 점점 의미가 부여되는 거죠.
▶ 전민희 작가의 세계관 어떻게 풀어갈까?
- 전나무의 매가 2000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현재 스토리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요?
현재 스토리도 책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섞이면 사람들이 헛갈릴 것으로 생각해 메인 퀘스트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는 선에서 현재 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이에요.
- 소설에서 게임적 요소를 느낄 수 있나요?
2천 년 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보니 찾기 힘드실 거에요. (이후 등장할) 다른 대륙에 가야만 소설의 이야기 흔적을 볼 수 있을 거에요.
2천 년 전 열 두 인물의 사건들은 메인 퀘스트에 깊게 묻어날 것이고, 세 번째 대륙인 원대륙(가칭)에 가게 되면 지명적인 부분도 많이 볼 수 있을 거에요.
열 두 인물 중 2천 년이 지났음에도 죽지 않고 만나볼 수 있는 인물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2천 년 전의 역사가 지금의 플레이에 재현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 유저가 퀘스트를 건너뛰게 되면, 작가 님의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잘 통용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단순히 퀘스트를 통해 글자로만 전해지는 건 아니에요. 전체적인 배경의 그림과 분위기가, 누이안, 하리하란 등 각 종족의 문화에 반영되어 있어요.
(아직은 저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지스타 공개 동영상은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기능적인 부분을 소개해야 해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고, 게임 초반의 퀘스트 역시 유저들이 즐길 거리 및 시스템을 소개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제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있어요.
또한, 유저들은 게임 속에 소설을 읽으러 온 것이 아니므로 스토리텔링의 비중을 너무 높게 잡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게임을 즐기다 보면 더 역동적인 모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또한, 퀘스트에 대해 임무를 주고, 그것을 수행하는 방법이 다양하기를 원하는 유저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을 충족시키고자 내부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아키에이지는 해상전과 배가 상당히 중요한데, 작가님 생각이었나요?
최초의 해상전 얘기가 나온 것은 내가 그린 지도상 두 대륙이 가까웠고, (송재경) 대표님과 얘기하는 중에 '헤엄쳐서도 가겠다', '나룻배도 타고 가고 좋겠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네요.
역사적인 사실로만 봐도 큰 세력 사이에 바다가 끼어 있으면 바다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요. 대항해시대를 좋아하기도 했고, 굳이 바다란 소재가 있는데 버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이 같은 콘텐츠를 넣게 됐어요.
처음에는 개인의 탈 것 정도였지만 점점 발전하다 보니 해상전이라는 큰 콘텐츠로 만들어오신 것을 보고 재밌었어요.
- 순 한글표현을 자주 쓰는데? 최근 게임들에 한글표현이 자주 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나 자신이 순수하게 한글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제목이든 지명이든 한글이 가장 귀에 잘 들어오고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주제에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런 단어들을 주로 생각하게 됐어요. '전나무와 매'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가끔 글을 쓸 때 독자들이 예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도 되고, 아무 데나 다 그렇게 쓴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만 한글표현을 하는 편이에요.
- 세계관을 게임 속에 잘 표현하기 위해선
지도를 만들 때 이 지도는 어떤 지역인지, 바닷가가 단순 바닷가가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고, 특산물은 뭐고, 근처에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고 등의 생각을 하고 이런 부분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게임을 하는 분들이 각 맵의 로컬한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아키에이지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많은 부분에 공을 들였어요. 해안가에 있는 등대의 위치 하나도 전략적인 구성과 현실적인 구성 모두 고려하며 논쟁을 삼기도 했죠.

▶ 유저와의 소통
독자와의 소통은 메일이 가장 빨라요. 물론 하나의 메일에도 심력을 쏟다 보니 모든 메일에 답변을 드리진 못하긴 합니다만, 답신을 못 드려도 모든 메일을 읽고 소중하게 간직해요.
신작 소설이 나왔을 때는 독자분들의 리뷰를 읽어봐요. 댓글이나 리뷰를 봤을 때 영감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이 스토리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에요. 나의 의도와 독자분들이 받아들인 느낌이 다라다는 것을 느끼고, 쓰는 스타일이나 풀어나가는 전개에 신경을 쓰곤 해요.
- 전작도 그렇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자주 나와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나 자신은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분명히 첫 작품의 영향이 있다고 보여요. 첫 작인 '세월의 돌'이 편치 않게 끝나다 보니 비슷한 스토리로 흘러가면 같은 걱정을 하시는 거로 생각해요.
잘 풀려나가는 이야기보다 어딘가에서 어긋난 사건이 일생에 영향을 주는 스타일을 저 스스로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껴져요. 자기한테 영향을 끼친 사건을 곱씹으면서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소설의 특징이 된다고 생각해요.
- 이 때문에 커플브레이커(couple breaker)란 별명이 있기도 한데요. 들어보셨나요?
들어봤죠. 꼭 '어떻게 해야겠다'라고 미리 생각하고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느끼신 경우가 많았나 보네요. 저 자신만 해도 결혼한 지 10년이 돼가는 데 설마 안 좋은 것만 쓰려고 했겠어요?(웃음)
재밌는 별명이지만 별명 때문에 혹시 내가 풀어나가는 스토리 한 부분만 부각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기네요.
- 상당한 동안이신데, 비결이 무엇인가요?
동안이라는 건 사실 생소해요. 어릴 때는 오히려 나이 들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었어요. 굳이 비결이라면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나이가 외모에 맞춰졌다고 할까요.
▶ 소설 '전나무와 매'
- 주인공들이 세계의 수도 델피나드에 모여들고 있어요. 무엇을 상징하나요?
델피나드 자체는 도시국가에요. 세계의 수도는 별칭이죠. 단지 가장 발달하고 집중되는 도시기 때문에 그런 별칭이 있을 뿐이에요. 대륙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 위대한 도서관, 모든 문물이 집중된 장소라고 보시면 돼요. 일종의 '서울 가고 싶다'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주인공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제약을 받고 있어요. 델피나드는 일종의 자유의 아이콘 같은 것이에요. 즉, 주인공들은 그곳에 가면 자신이 원하는 자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있죠.
- '전나무의 매'의 2권이 나오나요?
2권은 아니지만 뒷얘기는 나와요. 하지만 다음 이야기에 대한 예고는 하지 않을래요. 예고하게 되면 독자분들은 자신의 선호하는 시리즈가 제일 먼저 나오길 바라기 때문에 선뜻 답하기는 어려워요. 동시에 쓸 수는 없으니까요.
- 장편 소설을 기대할 만한가요?
아키에이지의 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도 단편으로 나누어 진행하고자 한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나서였어요.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모든 것을 다 처음부터 상세히 그려나갈 수는 없죠.
사이사이 비어 있더라도 유저분들이 상상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세계관 연출이 가능하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단편, 중편 모음을 생각하게 됐어요.
▶ 앞으로 어떤 인물, 종족이 등장할까?
- 신규 종족 페레처럼 추가 예정인 종족이 있나요? 종족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미 완성 단계에 있는 종족이 있어요. 그 종족 중에서 플레이 가능한 종족을 무엇으로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해요.
누이안은 많은 유저분이 (외면적으로만 볼 때) 단순한 휴먼(인간)이다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름의 콘셉트를 가진 종족이에요. 메인 퀘스트를 하게 되면 아시게 될 거에요. 엘프의 느낌도, 페레 역시도 단순한 유사인간, 수인족이 아니라 나름 잘 짜인 콘셉트가 있어요. 아예 허무맹랑한 슬라임, 아메바 등의 종족은 등장하지 않겠지만, 그 외 등장 가능할 만한 종족은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을 거에요.
종족이라는 것은 단순히 글 몇 줄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실재할 것 같은 종족을 만들고자 고민도 많이 했어요. 고상할 것 같지만 야만적이고, 우락부락 하지만 선한 느낌의 반전 요소를 주려고도 했고요. 실제 엘프의 경우는 기존의 느낌과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 '전나무와 매'에서 다룬 2명의 인물 외에도 다른 인물도 집필할 예정인가요?
물론 이후의 인물들도 물론 등장해요. 하지만 '전나무와 매'의 형식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에요.
이 12명의 인물이 모두 한 곳에서 만나게 되고, 만난 이후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될 것이에요. 전나무의 매처럼 과거사를 자세히 쓰진 않지만, 다른 인물들의 과거사도 등장을 하고 이 인물들이 모두 만난 후의 이야기가 더 빠르게 진행될 거에요.
모든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합류하거나 모든 일에 얽힌 인물도 있고, 중간에 합류하는 인물도 있기에 전나무와 매처럼 비중 있게 다루지는 못할 것 같아요.
- 총 열 두명의 인물이 등장할 것이라 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등장인물은 누구인가요?
소설을 쓰고 있을 때 쓰는 당시의 중심인물에게 애정이 가요. 그래서 매번 달라지는 편이에요. '전나무의 매'만 해도 이번에 등장한 키프로사나 진이 가장 소중했던 것처럼 이후에도 그 인물을 쓰고 있을 때는 그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편이라 특정 한 명에게 애정이 간다거나 하진 않아요.
▶ 모티브......, 어디서 소재를 얻나요
- 판타지 소설 자체가 순수 창작물이다 보니 소재 찾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주로 소재는 어디서 얻나요?
판타지 소설이라도 세계나 인물, 오브젝트 등 참고자료가 전혀 없진 않아요. 어떤 인물들은 판타지 세계의 인물이지만 제 주변의 누군가를 모티브도 하고 있을 수도 있죠.
소설의 세계와 배경이 크기 때문에 시대상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세계의 역사도 많이 공부해야 하고요. 많은 분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선한 역사를 찾으려고 해요. 최근 중앙아시아나 중동에 관심이 많아요.
- (전나무와 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진의 배경이 중동, 중앙아시아의 느낌을 받았어요.
네, 진의 역사는 중동, 중앙아시아를 참고한 것이 맞아요.
- 음식 묘사가 뛰어나요. 실제 음식을 잘하시나요?
전 음식솜씨는 평범해요. 책에는 창작 요리는 아니고, 시대상을 구현하고자 어느 정도 참고자료를 가지고 등장시킨 음식이에요. 연회 장 등을 묘사하려고 한다면 고대 요리나 시대에 관한 서적을 찾아봐요. 실제로 찾아보는 시간에 비하면 등장하는 요리는 적네요. 어쨌든 단순한 창작은 아니에요.
- 아키에이지다운 음식은 무엇일까요?
'전나무의 매'에 나온 것들은 각 지역의 생활상에 속해있기 때문에 아직 아키에이지라고 딱 할 만한 것은 아직 안 나온 것 같아요. 말씀 주셨으니 앞으로 생각해볼게요.
▶ 전민희 작가가 바라본 아키에이지 개발진, 송재경 대표

- 판타지 속 인물을 주변 누군가로부터 모티브를 받는다고도 하셨는데, 송재경 대표와 닮은 꼴도 있나요?
재밌는 질문이네요. 닮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열 두 인물 중 송재경 대표님이 "자신을 닮은 것 같다"며 특별히 좋아하시는 것이 있어요. 아직 등장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번 맞춰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인물마다 초상화가 필요할 텐데, 그 인물에 자신의 사진을 넣으면 된다고 우스갯소리도 한 적이 있어요.(웃음)
- 전민희 작가가 보는 송재경 대표는 어떤 분인가요?
7년 전 일을 시작할 때부터 1~2주에 한 번씩 봤어요. 당시에는 브레인스토밍에 가까운 회의였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대외적으로 천재 개발자의 이미지가 있지만 상당히 엉뚱한 부분도 많고 대화를 하면 지루하게 흘러가지 않고 무척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엉뚱한 분 같지만 모든 생각이 확실한 논리를 가지고 도출된 결론이란 것이 느껴지면서 놀란 적도 많았어요.
여태 만나본 사람 중에 손에 꼽히게 인상적인 인물이고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에요. 많이 접해보지 못한 분은 말에서 오는 오해꺼리도 있지만 확실히 뛰어난 분이에요. 남들의 이야기를 배제하고 저가 느낀 순수 이미지에요.
처음 작은 회사로 시작해 이렇다 할 미래상을 들은 것도 아니었고 제가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가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대화하면 할수록 '이것은 끝까지 갈 수 있겠다'라는 믿음을 받았어요.
또한 유머가 많은 분인데, 그 방향이 살짝 특이한 건 있어요. 나중에 생각해야 웃긴 유머라고 할까요.(웃음) 그리고 매우 소탈하시죠.
- 영화 속 인물에 비교해, '닥터하우스'와 비슷하다는 말도 있어요.
상황을 표현할 때 상대를 배려해서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라 독설가적인 면이 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없었어요.
- 윤상, 신해철 음악감독이 아키에이지 제작에 함께 하고 있어요. 진행하시면서 자주 만나볼 것 같은 데, 어땠나요?
제가 중학교 즈음에 인기가 많았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좋아했었고요.
처음 만나게 됐을 때 긴장을 하기도 했고요. 하루는 사인을 받고 싶어서 앨범을 가져갔더니 신해철 씨가 독자라면서 내 책을 내밀면서 사인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새로 사온 책이 아니라 원래 소장하고 있던 책이라 감명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많이 읽어봤고, 윈터러를 좋아하신다고.
그다음에는 애 키우는 얘기로 넘어갔는데, 윤상씨는 아들만 둘, 신해철 씨는 딸, 아들 하나씩, 대표님도 아들 둘이 있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죠.
- 두 분이 만든 음악이 자신이 만든 세계관과 잘 어울리는 것 같나요?
제가 작업을 하면서 듣는 음악이 있어요. 제 생각 속에 테마곡이 미리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전달해 드렸죠. 아마도 그 부분을 어느 정도 참고하셨으리라 생각하고 만들어주신 음악이 정말 훌륭하게 나왔어요.
저도 윤상의 월드뮤직을 들어본 적이 있고, 두 분의 대중가요도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혹 두 분의 성향이) '판타지 세계와 잘 어울릴까?'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파워풀한 것을 기대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문물마다 그에 어울리는 악기와 음악을 원했어요. 그 문명을 잘 나타내는 로컬한(지방색이 뚜렷한) 소리 같은 것들이에요. 실제로 그렇게 음악을 잘 만들어 주셨어요.
▶ 마지막, 전민희 작가가 유저분들께 전하는 말

- (전민희 작가가 직접) 마지막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5년여간 개발을 해서 출시가 곧 되리라 생각해요. 돌이켜 보면 3명에서 회의하던 시절에서부터 점차 규모가 커져 현재까지 왔네요. 이 부분에서 제가 세계관을 담당했다고 알려지게 되니 아키에이지에서 보이는 모든 텍스트 문구들이 저, '전민희가 썼다'는 오해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고 내부에서 고생하신 분들이 많아요.
별도의 시나리오 팀이 퀘스트, 아이템, 인물 등 상당한 양을 작업했고, 메인 퀘스트 역시 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실제 그 역할이 커요. 그분들의 노고가 바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자리가 감회가 새로워요. (예전을 돌이켜 보면) 회의 끝나고 조촐하게 우동 먹고 헤어지고 그랬는데, 하도 자주 가서 더이상 먹어 볼 메뉴가 없을 정도였지요. 그랬던 게 지금은 이렇게 화려한 곳에서 간담회를 하게 됐네요.
송재경 대표님의 말도 기억나요. "기존 게임의 제약이나 틀을 생각할 거 없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글을 써달라"며 '구현은 내부에서 책임지겠다."라고 하셨어요.
종족 역시도 별다른 요청 없이 저 스스로 순수하게 다양하게 만들었어요. 제가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게임에 대해서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게임이 나왔을 때 잘된 이유에 대해,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게끔 처음부터 모든 문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게임 작업에 참여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아키에이지가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래요.
※ 게임 '아키에이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게임 커뮤니티 아키에이지 게임조선(http://archeage.gamechosun.c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 nuk@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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