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구타 그리고 후임들을 괴롭히는 고참. 오인용의 ‘정지혁 병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그는 내가 상상했던 그런 ‘병장’은 아니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비춰진 모습과 달리 행동 하나하나에 상대를 배려하는 깊은 마음씀씀이가 묻어져 나왔다.
외유내강이라고 했던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예술관을 관철시키려는 ‘비주류’ 예술가의 혼마저 느껴졌다.
경쾌하고 발랄한 사회풍자로 유명세를 끌고 있는 플래쉬 애니메이션 제작팀 오인용. 최근 영역을 확대해 광고는 물론 지상파 진출을 준비 중인 오인용의 정지혁 대표를 통해 그들의 근황과 향후 계획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정지혁 병장은 2002년 화제를 모았던 오인용의 플래쉬 애니메이션 ‘연예인지옥’편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후임들의 군기를 잡는 캐릭터. 특히 입에 착 달라붙는 그의 욕설은 8년 여가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 요즘 게임 광고를 통해 자주 만나는 것 같다.
“우리는 노골적인 광고를 싫어한다. 예쁘게 포장하는 것은 더욱 잘하는 분들이 있지 않은가. ‘저런 광고를 누가 만들었나?’라는 의문부호가 생기는 콘셉트에만 도전하고 있다”
- 정작 광고할 상품보다 영상만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최근 진행한 ‘마에스티아’의 광고 역시 게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광고를 보면 알겠지만 게임장면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마에스티아’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직원만 한번 등장할 뿐이다”
- 광고주들이 꺼려하지 않을까?
“앞서 진행한 타 게임의 프로모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입소문을 탔는지 게임과 관련된 일만 쉴 새 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대부분 진행조차하지 못했다”
- 특별히 ‘마에스티아’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무엇보다 우리들의 스타일과 맞아 떨어졌다. 게임을 하면 머리가 자란다는 황당한 콘셉트를 듣고 오히려 되물을 정도였다. 더욱이 광고대행사에서 진행하는 줄 알았더니 게임사가 직접 진행한 것이었다. 만들라는 게임은 안 만들고 왜 이런 이상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 게임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부끄럽지만 초등학교시절 반장의 어머니보다 학교를 더 많이 방문하신 건 우리 어머니였다. 오락실에 갈 때마다 현장에서 선생님께 자주 들켰다. 나중에 오락실 아주머니가 먼저 알아보고 ‘너 어머니 올 시간됐으니 가라’고 할 정도 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게임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콘솔이나 가벼운 게임을 주로 하고 있다. 속상하다”
- 게이머로서 본 ‘마에스티아’의 첫 인상은?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제작일정에 쫓겨서 플레이를 해보진 못했다. 그래도 ‘최소한 접속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캐릭터는 생성했다. 워낙 독특한 콘셉트라 진행할 수 있었다. 플래쉬에는 게임영상이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 이슈메이커로 잘 알려져, 타 업계에서도 홍보 제의가 많이 들어올 것 같다.
“남들이 선뜻 하지 않으려는 것을 먼저 진행하기 때문에 이슈가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중년 탐정 김정일 실사 드라마 쪽으로 관련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현재 중고자동차와 전립선 치료제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 오인용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나 걸쭉한 욕설이다. 왜 시작하게 됐나?
“보통 플래쉬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상품을 목적으로 제작돼 제한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또, 아이들이 주로 봐서 그런지 대사에 제약이 많이 따른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최초 오인용을 설립했을 당시인 2002년, 멤버들 모두 스물네다섯 살 정도였다. 친구들끼리 일상적으로 하는 욕설을 넣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욕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 현재 제작중인 ‘중년탐정 김정일’ 실사 드라마에도 목소리를 더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역시 욕설하면 ‘정지혁 병장’인가?
“80년대 흑백영화처럼 목소리를 직접 더빙했다. 주인공과 입을 맞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어머니가 ‘욕해서 돈 버는 사람이 흔치 않은데, 재능을 줬으니 감사하라’고 말씀하신다. 만나면 욕을 해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새벽에 전화해 욕을 들려달라는 특이한 사람도 있었다”
- 욕설 및 자극적 이슈로 인기를 얻다보니 대중의 관심이 그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 플래쉬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작가로서 성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약 400여 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편씩 제작했다. 거의 공장장 수준이었다. 사실 우리 팀이 가장하고 싶은 건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주업무를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배와 배꼽이 바뀌어버렸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어른들을 위한 콘텐츠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네티즌과의 소통이 다이렉트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찾았다. 실력은 경험에 비례해 확실히 늘었지만 항상 기본 콘셉트를 지키고자 한다”
- 일단 국내에는 견줄만한 라이벌이 없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사실 우리가 업계에 뛰어들었을 때, 플래쉬 애니메이션은 침체기를 걷고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라이벌이 없다는 게 속상하다. 일부 팀원들이 나가서 새로운 팀을 만들고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자는 모종의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현재 팀을 운영하는 것조차 빠듯해 설정된 라이벌 플랜은 순식간에 빠그라졌다”
- 다양한 콘텐츠 및 미디어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특히 노브레인의 리틀베이비 뮤직비디오는 상당히 인상 깊었다.
“노브레인을 처음 만났을 때 연예인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좋았다. 어느 날 노브레인이 사무실에 찾아와 ‘4집까지는 ‘악’만 질러댔지만 이제부터 진짜 노래를 할 것이니 좋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의 솔직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팀은 제의를 받으면 노래 가사에 맞춘 스토리나 내용은 포기하라고 확실히 말한다. 뮤직비디오의 경우 우선 노래를 수백 번 듣는다. 그러다가 특정장면이 떠오르면 거기에 맞춰서 스토리를 구상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작업 스타일이다”
- 뮤직비디오를 보면 ‘정지혁 병장’의 여동생 짱고와 김창후 이병의 러브스토리가 담겨있다. 실제 여동생을 모티브로 잡았나?
“욕 잘하고 개성 넘치는 스토리의 캐릭터라 배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친 동생을 캐릭터로 등장시켰다. 하지만 실제 녹음은 친한 여자후배가 하게 됐다. 그 친구 이름이 장고은이라 캐릭터 이름을 ‘짱고’로 지었다. 목소리가 참 귀여운 친구인데, 억지로 욕을 하게 만들었다.
- 가족들에게 정체를 들킨 적은 없나?
“최근까지 장모님께서 나의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시는 바가 없었다. 그냥 애들이 보는 만화를 만드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다 명절날 일이 터졌다. 아이들이 무심코 내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틀었고, 스피커 넘어 들려오는 찰진 욕설에 정체가 탄로 났다”
- 몇 년간 아동용 플래쉬 제작에 매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체성에 혼돈을 겪지 않았나?
“고정수입이 필요한 프리랜서라 아동용 플래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작업이 쉽다는 광고주의 말만 믿고, 팀 인원을 나눠서 운영할 생각에 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받아보니 노래만 1,000곡이 넘었고 문제지도 움직여야 했다. 또, 돈은 어음으로 들어왔다. 그렇다보니 잠시 오인용 일을 중단하고 아동용 플래쉬 제작에 매진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다시 돌아왔다”

-최근 제작중인 중년탐정 김정일 실사판 드라마에 대해 소개해 달라.
“KT에서 DMB와 비슷한 앱을 만들고 있다. MBC와 KT가 합작해 제작중인 손바닥 TV에 첫 오리지널 드라마로 김정일이 선정됐다. 우선 시범서비스를 보인 뒤 유료로 전화할 예정이다. 반응이 좋은 편이라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편으로 구성된 시즌1을 제작중이며, 현재까지 5편의 제작을 완료한 상태이다. 시즌1이 성공할 경우 시리즈로 갈수도 있다”
- 플래쉬 애니메이션과 실사버전은 어떤점이 다른가?
“원작을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부분을 걱정하는 팬 분들도 많았다. 드라마 제작의 경우 팀워크가 더욱 중요해 압박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가 직접 연기하면서 생동감을 격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
- 다음달 10일 <게임조선>이 창간 12주년을 맞이한다. 한마디 해달라.
“게임조선 축하혀~”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m]
[사진 = 최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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