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심리학자 토렌스 교수는 중독은 보기에 따라서 개인의 창의력이 극대화 되는 순간이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류철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필명 이인화로 더 알려진 소설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게임중독을 겪어본 열성 게이머이기도 하다. 게임중독 경험자이자 현재 교수로 또 소설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서 게임중독이 남긴 경험을 들어봤다.
▶ 셧다운제에 대해 말한다
"중독에 대해 말하기 전 셧다운제에 대한 문제점을 짚고 싶습니다. 국가권력은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개인의 사생활과 욕망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법은 부도덕하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반세기전 망령의 부활이며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법안으로 통과된다면 전세계적 웃음 거리가 될 것입니다"
게임 중독을 겪었던 그가 셧다운제에 반발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독소 등 물질에 의해 중독되는 경우와 달리 환경으로 야기되는 게임중독에 대한 학계의 의학적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것은 물론, 부도덕한 국가권력의 개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토렌스 교수는 사회와 환경적 요인을 떨치고 과몰입을 경험해보는 것은 인격의 형성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자리잡는다고 봤습니다. 몰입 후에 얻는 경험은 자아정체성과 자신감, 행복감, 자존감을 형성하는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또, 그는 마리오 바르가스요사의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예로 들며 "이 작품은 개인의 성욕을 관리하려는 국가권력의 추태를 그려낸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셧다운제는 소설에서 지적된 오류를 범하는 것이자 미봉책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 게임에 빠지고 잃은 것은?
그는 지금도 게임을 하고 있다. 모 게임의 서버 2위의 맹주역할을 맡고 현재 1위와의 접전을 준비 중이다. 한참 게임에 빠졌을 때는 70시간 연속으로 온라인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게임중독에 빠졌을 때 사회생활이 안됐습니다. 교수이자 소설가이지만 글도 못쓰고, 책도 못보는 상황이 연속됐습니다. 고혈압에 허리디스크와 오십견, 무릎 관절염 등 육체적인 문제도 발생했죠. 그 때가 안식년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는 "청소년이 1~2년 이상 게임에 빠진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과몰입의 폐해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했다.
▶ 중독 어떻게 벗어났나?
"제 경우엔 자연치유 됐습니다. 본래 사람은 지속적으로 어떤 콘텐츠에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즐기다 보면 의미를 못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 이후에 반성을 하게 되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경우 자신만의 가이드를 가지고 콘텐츠를 접하게 됩니다"
그는 자연치유 된 경험을 털어놓으며 청소년에게 중독 시기가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말을 이었다.
"청소년은 게임에 몰입하고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연적인 사이클을 사회, 부모, 학교에서 방해 받게 됩니다. 즉, 질리도록 해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죠"
류 교수는 "만약 질리도록 게임을 즐겼음에도 지속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무엇엔가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도피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그 아이의 환경적, 심리적 문제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은 어떤 행위에 대한 중독으로 볼 수 있으므로 무조건 적인 차단으로 치유될 수 는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더 큰 보살핌과 관심, 치료의 노력이 병행되는 것이 필수입니다"
▶ 게임에 빠지고 나서 얻은 것은?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시대를 사랑하게 됐다는 점이 게임중독 이후 제가 얻은 가장 소중한 부분입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는 그는 건강과 사회활동에 잠시의 타격을 입었을 뿐 더한 것을 얻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중독 이전엔 조직을 관리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은 디지털미디어학부를 만들고 20여명의 학생과 연구를 진행하는 등 조직을 관리하고 있죠. 온라인게임을 통해 인간관계의 노하우와 리더십을 배웠습니다"
게임에 몰입해 활동하며 그는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과 수없이 많은 만남을 가졌고 이후 게임 내 세상에서 중책을 맡으며 길드원 혹은 혈맹원들을 관리하며 존중하는 법을 배웠단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예를 들면 사랑에 빠지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오타쿠를 사회에선 비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무엇에 빠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이기도 합니다. 지금 저와 게임을 즐기고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 중에도 중독을 경험하고 이를 치유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류 교수는 "무엇에 빠져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빠져든 이후 남에게 할 이야기가 생겨났고, 개성을 찾게 됐다"며 "게임중독자로 몰아 무조건 차단하는 것보다 몰입을 올바르게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렵지만 바른 교육이 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최종배 기자 jovia@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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