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TV(그래텍)가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e스포츠 공식 리그인 '글로벌 스타2 리그(GSL)'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 대회를 표방하고 있으며 국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외국 선수들이 참여 하고 있다.
'스타1' 시절부터 북미 최강의 저그로 불리던 그렉필즈(미국)선수를 시작으로 GSL 두 시즌 연속 4강에 올랐던 조나단월시(스웨덴), GSL시즌3 코드S에 합류한 크리스로렌저(캐나다) 등의 선수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국내의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은 국내 팬들과 소통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이 선수들의 인터뷰를 비롯해 모든 의사 표현에 도움을 주는 일명 '곰TV통역'이라 불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그래텍 e스포츠 운영팀의 박준규(29·사진)씨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그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다. 외교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11년 정도 국외에서 거주하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됐고 그래텍에 입사 후 'GSL'이 시작됐을 때 통역 역할을 스스로 지원했다.
그 이유는 "회사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제일 잘 알았고 유저의 입장에서 통역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또 새롭게 시작되는 e스포츠 무대에 이바지해 더욱 발전하도록 이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라 설명했다.
하지만, 통역 일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고. 평소 대화와 달리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 긴장 됐고 선수들이 설명하는 말 가운데 반복적인 이야기를 생략하고 정해진 시간 내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지나친 축약과 의역을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통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통역 연습을 하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살펴보며 문제점을 보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해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호주의 팬은 그를 미화(?)시킨 팬 아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박준규씨는 "카메라 울렁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 죄송하고 GSL과 함께 발전하는 중이니 지켜봐 주시고 지지해주셨으면 합니다"라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그래텍의 e스포츠 운영팀에 박준규입니다. 평소에는 경기일정 조정 및 대진표 관리, 선수 관리 등 주로 리그 운영일을 하고 있고 경기진행 시 통역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영어 실력이 매우 유창하신데요?
아버지가 외교관이셔서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많이 살았습니다. 영국을 제외하고는 영어권 나라가 없었지만 대부분 외국인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영어 사용에 어색함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한국어를 잘하시는 거라고 봐야겠네요?)
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중간마다 한국에 자주 들어왔었고 집에서도 한국어 공부는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씨는 잘 못써요.(웃음)
▶ 외국 생활을 오래하셨으면 재미난 일화가 있을 법 한데요
재미난 일화일지 모르겠는데 여자친구를 단 하루 사귄 적이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살 때였는데 평소 좋아하던 여자 친구에게 고백 해서 사귀게 됐는데 다음날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고 하면서 말이죠(웃음)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 하루동안 연애한 이야기를 하며 수줍게 웃고 있는 박준규 씨
▶ 그렇다면 통역 쪽으로 입사하게 됐나요?
아닙니다. 원래는 리그 운영일이 주 업무입니다. 처음 GSL을 시작할 때 영어 통역이 필요했는데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은 많았는데 제가 그중에 '스타2'를 제일 잘하고 좋아했어요. 영어와 스타2를 모두 좋아하는 만큼 저한테 적합한 일이라 판단했고 e스포츠 무대가 새롭게 시자되고 성장 과정에 이바지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 해외 팬들에게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트위터를 팔로워가 3천8백 명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외국인 팬들입니다. 작년 시즌1부터 통역을 했었는데 그때는 짜증 난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까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미운정이 들었나 봐요 (웃음)
사실, 작년 시즌2에서 임재덕 선수의 우승 시상식 때 이현주 캐스터 옆에서 동시통역을 했었는데 잠시 공백 시간이 생겨서 즉흥적으로 "임재덕선수는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그 꿈을 달성했다. 주변에서 게임을 한다고 하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때도 있는데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라고 말했어요.
그 말이 국외 팬들에게 유투브에 동영상이 돌아다닐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그 이후로 좋아해 주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 팬들에게 받은 선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호주에서 사는 팬이 팬아트를 보내 준적이 있습니다. 제가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좋아해 주시고 정성스럽게 그려주셔서 감동했어요. 그 팬분의 동생분이 한국에 오셨을 때 그림을 들고 오셨었는데 그 그림에 사인을 받아서 돌아가셔서 그림은 사진으로만 가지고 있어요

▲ 스스로 '미화'된 팬아트라고 인정한 호주 팬의 선물
▶ 평소 대화나 글로벌 해설에서는 깔끔하게 잘 진행하시는데 GSL에서는 긴장하시는 것 같은데?
사실 카메라 울렁증이 있더라고요.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별로 없어서 머리가 하얘집니다 조금씩 적응돼가고 있지만 아직도 평소 대화하는 것처럼 하기는 쉽지가 않네요.
▶ 통역 하실 때 축약과 의역에 대해 지적하는 팬들도 계시는데?
선수들이 중복되는 말을 하는 경우 정리를 조금 하는 편입니다. 예전 방송 중간에 광고시간에 인터뷰 했을 때 버릇이 아직 남아 있어 정리해서 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축약과 의역을 많이 하게 됩니다. 물론 완벽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 통역을 잘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계신 것은?
방송 전에 질문 내용을 미리 검토하고 연습하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즉석에서 통역하듯이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손동작과 표정을 보여주시며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해 주셨다.
▶ 가장 친한 외국인 선수는 누구죠?
그렉필즈 선수와 친합니다. 가끔 술도 마시고 동물원도 같이 갔어요. 단 둘이 간 건 아니고요, 글로벌 해설진인 댄과 댄 여자친구, 그렉선수, 저 이렇게 넷이서 동물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커플사이에 낀 남자 둘이라 슬펐어요(웃음)
▶ 국내 팬들과 국외 팬들의 차이점은?
국외에선 편파적인 해설을 많이 하고 경기 내용과 상관없는 대화나 농담도 많이 하고 또 그것을 팬들이 좋아합니다. 국내에선 객관적인 입장에서 경기 내용을 전달하는 경향이 큽니다.
▶ 해외에서 GSL의 인기는 어느 정도 실감하나?
일단 GSL에 참여하는 선수들에 경기력이 국외 대회보다 좋아서 많이 봅니다. 잘하는 선수들에 경기가 더 재밌으니까요. 또 글로벌 해설진인 닉과 댄이 실력과 재치를 겸비하고 있어 재밌는 해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월드 챔피언십 같은 경우에는 팀리쿼드에 월드챔피언십에 관한 글이 GSL보다 4배 정도 많은 9천여 개가 올라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WCS가 막을 내렸는데?
해외 유명한 선수들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만 한다면 더 흥미진진한 결과들이 나올 것 같아요. 기회만 된다면 일 년에 한번이 아니라 더 자주 열어서 국내 커뮤니티와 해외커뮤니티가 합쳐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죠?
이정훈 선수를 좋아합니다. 이정훈 선수가 처음 GSL에서 출전했을 때 boxer라는 아이디로 사용했는데 당시 해외 팬들은 '황제'를 떠올려 신인이 그 아이디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들 중에 고르고 골라 이정훈 선수에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니 이정훈 선수의 인지도도 좋아지고 좋은 성적을 거둔만큼 최근에는 해외팬들에게 인기가 엄청나 졌습니다. 마치 제가 키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본래 업무와 통역을 겸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본래 업무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지금 해외 대회 규모가 커지고 있고 신규 대회도 많이 출범하고 있어서 그런 해외 대회와 협조 및 모니터링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제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NASL(북미스타리그) 같은 경우 우리나라 대회와 다르게 장기적인 포맷으로 운영하고 있어 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GSL 운영에서 참조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 GSL 통역 뿐만 아니라 해외 대회와의 연계와 협조 업무에도 매진하고 싶다는 박준규 씨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먼저, 통역할때 긴장한 모습을 보여드려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따끔한 질책도 애정이 있기에 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GSL도 그렇고 저도 아직 발전하고 있는 중이니 지켜봐주시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기쁨 인턴기자 riris84@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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