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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부야의 한국 PC방`...오마에 겐이치 · 미 UCLA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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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을 특징짓는 현상을 몇 가지 짚어보자. 고속 인터넷 계약자수(300만가구)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가정 내 보급률은 세계 1위, 휴대전화·인터넷 보급률도 아시아에선 톱클래스이다.

통계에서 일본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던 한국에도 이제 하나의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할 만하다. 네트워크 시대를 선점하는 것이 21세기 리더의 자격인 만큼 이를 근거 없는 자만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사실 지난달 도쿄 번화가인 시부야(삽곡)에 개점한 e삼성의 PC방(NECCA)은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에 충분할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나도 내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상세한 설명을 했을 정도였다. 이런 PC방이 한국에 2만여곳이나 있다고 하니 그것 자체가 큰 화제다.

일본에선 15년 전쯤 ‘닌텐도 키즈’라고 불리는 새로운 타입의 젊은이들이 출현, 세계에 게임 소프트를 수출하게끔 됐다. “게임은 그만하고 숙제해라”고 이들을 꾸짖던 부모 세대가 지금은 거꾸로 이들이 벌어주는 돈으로 먹고 사는 셈이다. 숙제보다 게임에 몰두한 아이들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는 상징적 얘기이다.

한국은 코스닥 시장도, 재벌 활성화도 여전히 혼미하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것이 태어나기 위한 진통 같은 것이다. 한국경제를 오래 지배해온 재벌의 시대는 분명히 갔다. 관료지배가 끝나 인·허가 행정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재벌에 유리하게 이뤄졌던 정부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지금같은 환경에서는 가능할 턱이 없다. 이제부터는 시장에서 이기는 회사가 크게 성장한다.

과거처럼 구미나 일본의 기술을 들여와 더 싸고 좋게 물건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해온 한국 대기업의 방식은 완전히 파탄났다. 이런 방식으로는 중국을 이겨낼 수 없다.

결국 한국민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듯 네트워크를 통한 지적(지적) 부가가치로 승부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정보를 수입해 지적인 부가가치를 붙여 수출하고, 그 차액을 식량이나 원재료 구입비용으로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지적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인간, 즉 세계의 누구보다 뛰어난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고속 인터넷의 가정 내 보급을 성공시킨 한국은 일본보다 몇 년 앞서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리드는 곧 추월당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드웨어 측면인 인프라의 격차는 언젠가 메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격차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질서를 파괴할 만큼의 창조성과 세계시장을 향한 공격적 마케팅 능력이다.

일본 제조업은 석유 위기와 엔고 위기를 맞아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창출해냈다. 이런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에 일본 국민도 자극받아 70년대 후반~80년대에 걸쳐 이노베이션이 일본의 국민적 스포츠가 됐다.

그러나 지금 새로운 시대의 분기점에서 일본은 약간은 당혹하면서 주저하고 있다. 10년 전 미국에 대해 “미국이 뭐하는 나라야”라고 큰소리쳤던 일본인들이 지금은 “역시 대항하기 힘든 나라”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IMF(국제통화기금)식 경제개혁도 잘 안됐고 시장도 혼미한 상태다. 김대중 대통령이 무언가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한때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에 관한 한 김 대통령도 특효약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한국은 위기적 상태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그런 위기감이 공유되지 않고 있는 점이야말로 한국의 위기다. 정부가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 줄테니까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변명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이런 한국민들도 도쿄 시부야에서 한국을 본다면 큰 가능성이 잠재해있음을 느낄 것이 틀림없다. 게임왕국 일본의 한복판에 한국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온라인 게임센터가 탄생한 사건의 의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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