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주얼노벨이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의 적나라한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음이 아닐까 싶다. 일러스트의 매력 여부, 스토리의 재미, 연출의 세련됨 정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비주얼노벨에 기대할 수 있는 요소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만드는 이들도 비슷하다. 이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 또 만들어낸 캐릭터에 대한 호응을 갈구하게 된다. 내가 만든 이야기를 누군가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하고, 또 그것을 재미있게 즐기고 리뷰를 남겨준다니, 그 뿌듯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들도 그랬다. 두어 번은 개발 중인 상태에서 만났고, 그 뒤로 두어 번은 출시 후에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비주얼노벨 '프렌치 커넥션'을 개발해 지난 2월 스토브에 이어 이번에 스팀 플랫폼에까지 출시한 인디 게임사 '구름별게임즈'가 바로 오늘 만나볼 이들이다.

반드시 '미소녀'가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일념을 밝히는 이들은 역시나 게임계, 비주얼노벨계의 새싹 다운 면모를 보였다. 기자가 기억하는 이래 인게임에서, 혹은 유저 리뷰에서 주인공이 '쓰레기'란 표현을 가장 많이 받은 게임, 달콤 씁쓸한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비주얼노벨'프렌치 커넥션'을 개발한 '구름별게임즈'의 '채시아' 팀장과 'ARUXi' 디렉터를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채시아. 안녕하세요. 활동명으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구름별게임즈 팀장 겸 개발 보조를 맡고 있는 '채시아'라고 합니다. 본업이 개발자다 보니까 개발 관련해서 급한 일이 생기면 같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ARUXi. 안녕하세요. 디렉터 'ARUXi'입니다.
사실 인디 팀 특성상 역할 분담이 딱딱 정해져 있다기보단 급한 일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사람이 한다는 마인드로 각자 부족한 것 채워준다는 느낌으로 일하다 보니까 역할 분담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진 않네요. 지금 명목상 디렉터를 맡고 있지만 로고 작업이나 UI 작업이라든가- 그때그때 필요한 업무를 맡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청에 의해 아주 실물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짝 보정을 가했다.
Q. 구름별게임즈는 어떤 팀일까요?
ARUXi. 저희 모토가 "좋아하는 걸 만들자-" 입니다. 모인 인원들 모두가 서브컬처 쪽을 굉장히 좋아하고... 대놓고 말해서 미소녀 캐릭터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까 예쁜 캐릭터 원 없이 볼 수 있는 비주얼노벨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아마도 추후에도 더 커져서 비주얼노벨 말고도 다른 게임을 만들게 된다 하더라도 미소녀 캐릭터가 중심인 게임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시아. 저희는 처음에는 주변에 아는 친구들, 지인들 위주로 모였고, 이후 각자 뜻이 맞는 분들이 하나, 둘 모여서 지금 이렇게 게임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키다리 아저씨 같은 대표님이 계시고, 정규 멤버로는 5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포토샵이나 영상 등 서포트로 도움 주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Q. 앞서 친구분들이 모였다고 하셨는데, 친구들이 다 게임 개발에 관심이 있으셨다는 게 신기하네요. 학교나 전공이 그쪽으로 관련이 있으셨던 걸까요?
ARUXi. 그렇지는 않고, 먼저 여기 팀장님과 저, 둘의 사례만 놓고 보면 고등학교 시절에 먼저 비슷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학생이었고, 자금력도 없고 그러다 보니 추진력 없이 와해됐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시 뭉치게 되었을 때, 미련이 남았던 프로젝트에 다시 뭉치게 된 케이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Q. 팀장님이 인원을 모으는 데 신경을 많이 쓰셨겠네요. 그럼 현재 진행 중인 작품에 대한 소개를 들어볼까요?
채시아. 비주얼노벨 '프렌치 커넥션'이 첫 작품이고, 현재 '후즈 마이 마니또'란 후속작을 준비 중입니다.


Q. 네, 그렇다면 먼저 첫 작품, '프렌치 커넥션'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RUXi. '프렌치 커넥션'은 비주얼노벨입니다. 저희가 항상 씁쓸하지만 달콤한 이야기라고 캐치프레이즈를 잡고 소개하고 있는데 직접 플레이해 보신 분들도 이 표현에 동의해 주시는 것 같아요. 주인공의 어릴 적 첫사랑과, 몇 년 후 그 첫사랑과 똑 닮은 쌍둥이 동생과의 만남을 통해 번지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을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비주얼노벨, 미연시 게임을 보면 선택받지 못한 히로인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다루지 않잖아요? 그런 것까지 다 담아서 그려내다 보니 한쪽이 행복해지면 한쪽은 슬퍼질 수밖에 없는 그런 감정까지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달콤하지만 씁쓸한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Q. 이게 사실 주인공이 하는 행동이 어리숙해서 그렇지, 결과 자체는 굉장히 나쁜 놈 아닙니까?
ARUXi. 맞아요. 게임 표현으로 굉장히 쓰레기 같은 행동이에요.
하지만 막상 저 나이에, 저 정도의 연애 경험을 갖고 저 상황에 딱 처했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 보면 실수할 수밖에 없는 모멘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자기 감정도 잘 몰랐던 어리숙한 행동에 일명 억까 상황이 겹쳐지면서 진짜 당황스러운 일들이 생기고 그걸 지켜보는 재미입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다 당황스러워지는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
Q.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공략 대상이라는 점에서 설정이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주인공의 행동 때문에라도 진땀 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요. 또, 게임 내에 칵테일이 등장하는데 그냥 차용하는 수준이 아니고 굉장히 전문적으로 다루는 편입니다. 이런 소재들은 어떻게 채택하게 되셨나요?
채시아. 사실 장르 자체는 고등학교 때 비주얼노벨 도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서 그 한을 가지고 이번에 다시 뭉쳤을 때 장르는 목적이 분명했습니다.
사실 시나리오 담당하신 백석주 작가님도 그렇고, UI 디자이너님도 그렇고 친구들이 많다 보니 소재를 정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요, 일란성 쌍둥이 자매 소재 자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단편 만화에서 디벨롭하는 방식으로 채택하게 됐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칵테일 바 '사제락'이 당시 친구 집 주변에 있던 단골 칵테일 바를 배경으로 합니다. 칵테일을 많이 마시기도 했고, 관심이 많이 생겨서 이것저것 배워보기도 했거든요. 칵테일 중에 '갓파더'와 '갓마더'라고 여기에 기주를 무엇을 섞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칵테일이 있어요. 물론 타이틀 제목인 '프렌치 커넥션'도 '갓파더'에서 변형된 케이스죠.
동일한 리큐어 내에서 기주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이름, 다른 맛의 칵테일이 된다는 점인데, 이 기믹을 일란성 쌍둥이 자매와의 연애로 치환해 보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해서 준비하게 됐습니다.
Q. 게임 내에서 주인공이 '사제락'에서 일하게 되면서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미니게임이 있죠. 혹시 어떤 칵테일을 만들어주냐-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채시아. 네, 특정 칵테일이나 좋아하는 스타일, 싫어하는 스타일에 따라 반응이 있게끔 준비했습니다. 원하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을 주면 실망하는 반응을 보이죠.

프렌치 커넥션에 등장하는 칵테일 만들기 미니게임
Q. 경험에서 나온 얘기를 담았다고 하니 확실히 이야기가 현실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네요. 아마도 지금 딱 또래, 혹은 불과 몇 년 전을 반추하는 그런 느낌이셨을 것 같아요.
채시아. 작중 사제락 마스터인 '신유화'가 98년생으로 설정되어 있거든요. 저희랑 또래라고 할 수 있는데, 유저분들 사이에서 누님 취급받는 것을 보고 슬픈 느낌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만큼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Q. 말이 나온 김에 작중 히로인인 서아라, 서아린 쌍둥이 자매 말고도 사제락의 마스터 '신유화' 캐릭터가 상당히 인기가 있습니다. 덕분에 '신유화' 루트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죠?
ARUXi. 물론 저희는 당연히 준비하고픈 마음이 있고, 이 부분에서 지금 당장 뭐가 어떻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추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모든 이야기를 맺어주는 사제락의 마스터, '신유화'
Q. 트위터를 봤더니 실제 칵테일 바와 콜라보 이벤트 비슷하게도 뭔가 이벤트를 진행하셨더라고요?
채시아.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작중 배경이 되는 '사제락'이 제가 단골로 자주 가는 칵테일 바를 배경으로 했습니다. 게임 배경으로 쓰는 것도 허락해 주시고, 사진이나 참고 자료에도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 주셨습니다.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또,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고 해서 마침 저희 게임에 칵테일이 주요 소재다 보니 저희 게임을 즐겨 주시는 유저분들께서도 함께 즐기시면 어떨까 해서 준비를 해봤습니다.
Q. 다음에는 말씀해 주신 그 바에서 술터뷰 느낌으로 인터뷰를 진행해도 좋을 것 같네요. 사실 스토브에는 '프렌치 커넥션'의 시크릿 플러스 버전, 그러니까 성인 버전이 따로 준비되어 있는 현재 스팀에 있는 버전은 15세 버전인 거죠?
ARUXi. 네, 그렇습니다. 가능하면 성인 버전도 준비해서 내고 싶은데 스팀 쪽은 아직 더 준비할 것이 많다 보니까 더 맞춰서 준비해서 가능하면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성인 게임 관련해서 이슈가 있긴 하죠. 의외로 스토브 쪽이 국내 마켓이라 더 빡빡할 것 같았는데 그렇진 않나 보네요.
ARUXi. 네, 스토브 쪽에서 지원도 많이 해주시고, 여러모로 도움도 많이 주셔서 사실 덕을 많이 봤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스토브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토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Q. 첫 작품인 '프렌치 커넥션'이 스토브에 이어서 스팀에도 출시가 됐습니다. 작품에 대해 가장 마음에 드는 점 한 가지, 또,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싶은 부분은 한 가지씩 여쭤봐도 될까요?
ARUXi. 일단 일러스트가 너무 예쁘고, 스토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너무 잘 나왔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또, 성우분들께서 연기를 너무 잘해주셨습니다. 정말 상상 이상으로 잘해주셨다고 할까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까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는데, 칵테일을 주는 것마다 반응을 더 다채롭게 준비했으면 좋았겠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고, 분량도 살짝 더 준비해 볼까 싶었던 부분이 있긴 합니다. 물론 무사히 출시해서 만족스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
채시아. 게임의 장점이라고 하면, 쌍둥이-칵테일 소재를 잘 버무려서 비주얼 노벨로 잘 풀어낸 점이 마음에 들고 가장 큰 장점,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유화 루트를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게임 개발하고 출시 준비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실까요?
ARUXi. 게임 개발 자체는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다 처음이다 보니까 여기저기 문제 생기고 너무 힘들었는데요, 사실 저희가 게임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계기가 하나 있다고 하면 기억에 남는 일이 있긴 있습니다.
12월쯤이었을까요? '프렌치 커넥션' 스토브 출시를 앞두고 일러스타 페스에 출품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어떤 분이 포장된 초콜릿과 저희 로고로 만든 손수건이랑 손편지를 써서 주신 거예요.
아직 게임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는 걸 깨닫고, 그때 정말 많은 힘을 받았고, 큰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런 사례가 인디 게임 개발에 원동력이고, 창작에 대한 추진력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채시아. 저도 딱 이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겹쳤네요. 일단 출시 앞두고 큰 버그가 터져서 정말 밤잠 갈아가며 고생했던 기억이 일단 납니다.
또 하나, 다른 말씀을 드리자면 역시나 앞서 손편지 주셨던 분, 같은 분께 받았던 경험인데 또 한 번은 저희 게임 포스터를 가지고 오셔서 사인해 달라고 하신 적이 있었어요. 사실 보통은 일반인이 사인이라는 것을 뭐 멋지게 준비하고 그런 입장은 아니잖아요? 제작진 사인을 받고 싶다고 하셔서 그래서 진짜 굉장히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감사했던 기억입니다.
사실 이후에 게임에 대한 여러 의견을 주시고 그랬는데 저희가 조금 기대하실 만한 결과물을 보여드리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첫 작품이었던 만큼 앞으로는 그런 부분들을 더 보완해서 준비할 계획입니다.
ARUXi. 좋은 모습으로 꼭 다시 뵙길 바라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이제 준비 중이신 후속작 '후즈 마이 마니또'에 대해서도 들어보죠. 같은 일러스트레이터 분, 같은 작가분이 합류하셨나요?
ARUXi. '마니또'라는 소재가 저희 세대에는 학교나 교회 같은 데에서 많이 즐겼던 문화인데, '후즈 마이 마니또'는 완전히 통통 튀는 이야기, 도파민에서 도파민으로, 그러니까 재미가 계속 이어지는 그런 내용의 비주얼 노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러브 코미디라고 할까요?
러브 코미디 장르가 특정 세대에만 통하는 포인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도록 누구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극한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일러레 분은 같은 일러레 분이 맡아주셨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분은 아직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펀딩 때는 공개할 예정이고, 이름만 딱 들으면 아실 분들은 알 만한 분과 협업 중에 있습니다.

스토리 작업 막바지에 들어간 '후즈 마이 마니또'
Q. 펀딩 준비 중이신가 보네요.
ARUXi. 네, 준비 중입니다. 11월에서 12월이면 어느 정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Q. 그렇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두 분이 생각하시는 비주얼노벨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RUXi.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제 서브컬처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이 할 수 있잖아요? 이들이 갖는 매력을 하나씩 따와서 만들어진 것이 비주얼 노벨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화롭게 잘 이루어졌을 때 어느 분야와도 꿀리지 않는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생각해요.
채시아. 비주얼노벨은 글을 어떻게 게임적인 감성으로 표현하느냐-의 재미인 것 같아요. 사실 유저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한정적입니다.
글이란 것은 엑셀, 워드로 읽었을 때와 인게임에 넣고 읽었을 때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게임에 맞는 시나리오 완성도, 연출, BGM, 일러스트까지 모든 것이 잘 이루어져야 비로소 매력을 낼 수 있는 장르라고 봅니다. 소설도 아니고, 애니메이션도 아니지만 그 사이에 있는 나름의 매력이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Q. 네, 단골 질문입니다. 두 분의 인생 게임은 무엇일까요?
ARUXi. 사실 엄청 많기 때문에 고민이 좀 됩니다만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제 기억에는 피처폰에서 즐겼던 비주얼노벨들이 기억에 남아요. 하나하나 클리어해 가면서 나도 이런 걸 만들어서 누군가 내가 만든 것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자란 것 같습니다.
많은 좋은 작품들이 있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피쳐폰 시절에 즐겨 했던 '연스'님의 작품 (아이리스 메모리즈, 런 투 위시, 키스 더 뱀파이어 등)을 좋아합니다.
채시아. 제 인생 게임도 비주얼노벨 쪽은 사실 디렉터 님이 먼저 다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장르를 틀어서 얘기하자면 '스타크래프트'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자체도 좋아하고, e스포츠도 즐겨 봤고, 무엇보다 유즈맵을 하면서 게임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고전 명작 '아이리스 메모리즈'
Q. 인생 게임에서 의외의 장르가 언급됐네요. 혹시 인력이나 자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게임을 만들게 된다면 구름별게임즈는 어떤 게임을 만들게 될까요?
채시아. 개인적으로 최근에 재미있는 게임을 하나 봤는데, '러브 러브 레이드'라고 AI 언어 모델과 연계를 해서 직접 대화하듯 진행하는 게임을 본 적이 있어요. 주어진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채팅하듯 진행하는 게임이었거든요. 이런 걸 디벨롭해서 정말 소통에 중점을 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을 만들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은 해봤습니다.
ARUXi. 현재는 비주얼노벨을 좋아하고, 비주얼노벨에 매진하고 있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 언젠가는 제가 만들고 기획한 캐릭터들이 3D로 움직이는 애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서브컬처풍 오픈월드처럼 3D로 구현된 비주얼노벨이라고 해야 할까요?
Q. 자연스럽게 구름별게임즈의 향후 계획도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ARUXi. 지금은 조금 간단한 버전의 비주얼노벨을 만들고 있지만 여유가 조금씩 생길 때마다 새로운 도전 요소를 넣어 보고 싶습니다. 현실적인 단계서 말하자면, 다음 타이틀에서는 생산 요소라든가, 아니면 육성 요소 그런 게 들어가면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채시아. 비주얼노벨에서의 기존 틀을 많이 깨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서 메시지를 직접 보낸다거나, 가상 현실처럼 게임 안팎에서 다양한 연출로 몰입할 수 있게 하면 비주얼노벨에서 가장 중요한 몰입감을 강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ARUXi. 사실 일단 어느 장르, 어느 게임이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죠. 사실 장르적 한계를 잡아두고 있진 않습니다. 두 번째 작품까지는 러브 코미디를 잡았지만,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은 어디로 갈지 모릅니다. 중요한 건 미소녀죠!
Q. 두 분이 고등학생 때부터 게임 개발의 꿈을 키워오셨다고 하니 하는 질문인데 게임 개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채시아. 저희가 아직 이런 얘기 할 입장은 아닌데, 그래도 질문을 주셨으니 답변하자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면 뭐라도 나온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계속 꿈꾸고, 계속해보니까 결과가 나오긴 나오더라고요. 해보니까 된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ARUXi. 제 좌우명이 하나 있는데, 인디 개발뿐만 아니라 어쨌든 모든 것에서 어차피 한 건 없어지지 않는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종이 한 장이라도 티끌 한 장이라도 하루에 한 번 쌓아서 올리면 그게 사라지진 않잖아요? 그거를 계속 쌓다 보면 어느새 완성돼 있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결국 꾸준히 도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듣고, 오늘 자리 마치겠습니다.
ARUXi. 저희 지금 '프렌치 커넥션' 준비 과정에서부터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다음 '후즈 마이 마니또'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 많이 해 주시고... 항상 늘 그렇듯 제가 끝에 하는 말이 있는데, 꼭 좋은 게임으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채시아. 디렉터님이 유저분들께 감사 말씀을 해주셔서 저는 그럼 우선 저희 대표님, 키다리 아저씨한테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친구 관계를 떠나서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지지하고 연대해 줘서 참 감사합니다. 소중한 시간 함께 하고 있는 저희 팀원들께도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아, 무사히 론칭할 수 있게 많은 도움 주신 스토브 관계자분들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이렇게 불러주신 게임조선에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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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대표. 더 즐겁고 재밌는 게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석주(시나리오). 주인공 너무 욕하지 말아 주세요. 솔직히 당사자였으면 그랬을 거잖아요.
zzangminP(개발). 다들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felix(아트). 서아린 너무 예뻐요! 프렌치 커넥션 파이팅!
밤빵(아트). 게임 제작에 참여하게 해주신 팀장님, 팀원분들 감사드리고, 플레이해 주신 분들도 부족한 실력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conoson(아트). 안녕하세요. 전 conoson라는 닉네임으로 UI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딱 스토리만 보고 참가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셔서 저만 끌리는 스토리가 아니었구나 안심했습니다! 석주 작가님 사랑합니다. 플레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렌치 커넥션'은 상당한 고자극의 설정을 풀어감에 있어서도 억지스럽지 않은 이유는 굉장히 현실적인 내러티브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들이 제작진이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 자신들의 취미를 풀어내고자 하는 이야기에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즉, '프렌치 커넥션'은 연애와 칵테일, 그리고 게임, 각자의 취미와 관심사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이야기다. 여기에 젊은 개발자 여럿이 똘똘 뭉쳐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들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또 더욱 반짝이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아마레토'에 기주를 '위스키', '보드카', '코냑'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맛을 내는 칵테일의 다채로운 매력처럼, 이들의 작품도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 독특한 풍미와 색채를 띠며 누군가의 모스트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의 취미가, 또 다른 누군가의 취미로 전해지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이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므로.
'구름별게임즈'는 자신들의 첫 작품 '프렌치 커넥션'을 스토브에, 그리고 스팀에 차례로 선보이고, 한층 자신감을 충전하고, 후속작 '후즈 마이 마니또'를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이후로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론 미소녀가 등장하는 게임으로.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