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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형님 저 친구 웃는데요? 인상적인 비디오 게임 속 '꿈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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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 설마 2화부터 14화까지 전부 꿈으로 퉁치는 드라마가 어디 있어?

창작물의 결말을 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일 수도 있고, 파멸적을 목도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상처뿐인 승리만 남는 것일 수도 있죠.

그 중에서도 독특한 방법으로 쓰이는 것이 바로 '꿈 엔딩'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현실이 아닌 꿈 속에서 있었던 것'으로 정리하면서 강한 여운을 남기는 방식이죠. 행동의 주체와 극중의 무대의 자유도가 엄청나게 폭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엔딩이 날림으로 처리되면서 팬들에게 허무함만 안겨줄 수도 있어서 꽤나 다루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최근 인기작이었던 드라마가 이 엔딩으로 비판받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비디오 게임 쪽에서 주목할만한 꿈 엔딩의 사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번 조선통신사의 주제는 바로 '비범하기 그지없는 비디오 게임 속 꿈 엔딩'입니다.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 2'의 소련군 진영 엔딩은 표면적으로 '소련군 사령관(플레이어)'이 미국 침공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고 소련군 내부의 배신자였던 '유리'를 축출하여 전세계를 공산화하고 지배하는 해피 엔딩(?)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실은 '통 속의 뇌(플레이어)'가 상관인 '유리'에게 되려 숙청을 당한채로 소련군과 미국군의 전투를 상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것, 즉 꿈에 불과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죠.​

이렇듯 레드얼럿 2의 결말은 꿈 엔딩 + 배드 엔딩의 조합으로 게임을 즐긴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기 쉬운 상황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팬들에게 호평을 받은 희귀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 : 그래, 동무의 생각이 그렇단 말이지...

그 이유는 꽤나 복합적인데요. 일단 결말 자체는 암울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게임의 내용을 보면 레드얼럿 2는 냉전을 소재로 한 것치고는 너무 유쾌하고 약을 한 사발 들이킨 것 같은 개그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본편 내에서 인물의 성격과 병기의 연출이 워낙 우스꽝스럽다 보니 충격을 배가시키기 위해 엔딩에 저런 반전을 줬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또 다른 이유로는 바로 문제의 엔딩에서 유리의 멘트입니다. 정사대로라면 레드얼럿 2는 연합군의 승리가 맞지만 그 문제의 엔딩에서 유리의 멘트를 통해 차기작을 대놓고 암시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의 확장팩을 벌써 준비하고 있다고?'라는 명목으로 팬들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이었죠. 실제로 1년만에 출시한 확장팩 '유리의 복수'는 그 기대에 부응하는 퀄리티로 호평받은 만큼 C&C 팬층은 해당 엔딩에 대해 별 생각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면 뇌를 비우고 즐기면 더욱 웃긴 시나리오라서 생각을 포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무쥬라의 가면은 가만히 놔두면 3일 뒤에 반드시 멸망하는 세계 '테르미나'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링크의 모험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멸망의 위기에 봉착한 세계를 구하는 젤다의 전설 시리즈 내에서도 가장 암울한 상황과 촉박한 시간 제한이 걸려 있어서 전작에 등장한 유물 '시간의 오카리나'를 활용해서 시간을 되돌리고 느리게 하는, 인과율을 무시하는 수단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죠.

그런데 2017년, 젤다의 전설 30주년 기념 서적인 '하이랄 백과'에서 무쥬라의 가면의 결말은 사실 꿈 엔딩이었다는 것이 새로 밝혀지게 됩니다. 테르미나는 실존하는 세계가 아니라 악역인 '스탈키드'의 상상력이 자아낸 심상의 세계고 등장인물과 배경을 포함한 모든 것이 스탈키드가 기억과 망상에 기반하였다는 것이죠.


하이랄 백과에서 밝혀진 테르미나의 진실

때문에 해당 내용이 밝혀진 당시에는 링크(플레이어)가 굳이 테르미나를 지킬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지켜낸 테르미나는 스탈키드가 꿈에서 깨어나면 사라지게 되니 게임 내에서의 행적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

하지만 '스탈키드'가 가면의 지배에서 벗어나며 테르미나의 거인들로 형상화됐던 사이가 소원해진 옛 친구들과 화해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해피 엔딩으로 깔끔하게 매듭을 지었기에 지금에 와서는 꿈 엔딩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아마 꿈 엔딩에 논란이 있었던 것은 본편 중에서 꿈 엔딩의 반전이 밝혀진 '젤다의 전설:꿈꾸는 섬'과 달리 세계를 구했다며 뿌듯함을 느꼈을 플레이어들을 속였다는 반발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철권 태그 토너먼트 2에서는 다소 독특한 꿈 엔딩이 존재합니다. 원래 대부분의 격투게임 엔딩 대부분이 그렇듯이 정사로 인정 받는 특정 루트를 제외한 개인 엔딩은 대부분 후속작이 나올때 스토리 관련 교통정리를 하면서 IF물로 취급하기 때문에 꿈 엔딩으로 취급해도 무방하지만, 여기서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꿈이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이 바로 TT2 라스 알렉산더슨의 개인 엔딩입니다. ​

라스 알렉산더슨의 개인 엔딩은 미시마 가문 집안 사람들이 오뎅 전골을 해먹는 영상입니다. 서로 만나면 사이가 나쁜 수준을 떠나서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고 진짜 죽이려 드는 인간들이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기는 하지만 오손도손 한 곳에 모여 앉아서 별다른 트러블 없이 식사를 마치고 배를 두들기며 맛있었다고 만족하는 멘트를 치고 있죠. 

당연히 철권을 쭉 플레이해온 사람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실은 라스의 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도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콩가루 집안 '미시마 가문' 절망편

사실 철권 시리즈의 개인 엔딩은 초기작만 해도 캐릭터의 서사를 중심으로 진지한 IF물의 형태를 취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정사 루트를 제외하면 전부 개그 엔딩을 연출하는 쪽으로 노선을 틀고 있었습니다. 대회 우승자가 되고 나서는 적대 관계에 있는 혈육을 모조리 로켓에 매달아 사출하거나, 셔틀에 태워 유기하는 미시마 헤이하치, 마찬가지로 가족들에게 폭탄 목걸이를 달아서 하인으로 부려먹거나 폭탄 골프공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리 차오랑, 주인의 뒤통수를 때리고 재벌가를 집어삼키려는 애완 곰(?) 쿠마의 엔딩이 그 대표적인 사례죠.

그래도 해당 개그 엔딩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연출은 개그스러울지 몰라도 어쨋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서로를 미워하는 콩가루 집안이라는 본편의 관계는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이었는데요. 라스의 꿈 엔딩에서는 티격태격하기는 해도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며 이를 부정하는 내용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콩가루 집안 '미시마 가문' 희망편?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포스탈 3'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포스탈 2의 엔딩에서 이어지는 정식 후속작이어야했는데요. 꿈 엔딩으로 제작사로부터 아예 그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극히 드문 사례죠.

원래부터 포스탈 시리즈는 표면적으로 FPS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대놓고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막나갈 것을 선언한 '블랙 코미디 풍자물'의 성격이 강하기에, 너무 막나가는 성향 때문에 선을 넘는 것을 비판하는 경우는 있어도 게임성이 부족한 것을 걸고 넘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3편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무척 심했습니다. 발매한 게임은 버그 투성이에 숨쉴틈 없는 진행 동선과 레벨 디자인을 자랑하고 재미마저 부족했죠. 원래부터 그다지 좋지 않은 게임성을 높은 자유도와 막나가는 전개로 재미를 보장하여 극복하던 원툴 게임이 그 장점마저 모조리 잃어서 팬덤조차 실드를 치는 것을 거부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이면에는 3편의 개발 및 배급을 맡기로 한 외주 업체가 개발 도중 손을 놓으면서 기본 개발팀 RWS의 소규모 인력이 개발 및 마감을 승계하다 보니 자연스레 문제가 터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배경이 있었는데요. 과정이야 어찌됐건 간에 쓰레기 같은 게임이 나온 것을 참을 수 없었는지 RWS는 전작인 2편의 후속 확장팩을 발매하면서 이를 정리했고, 그 정리 방법이 바로 꿈 엔딩이었습니다.


포스탈 3라고? 윽 머리가... 무서운 꿈을 꾸었구나

포스탈 2의 3번째 확장팩 '파라다이스 로스트'의 도입부는 2번째 확장팩 '아포칼립스 위켄드'의 엔딩으로부터 11년 뒤라는 배경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11년동안 주인공은 사고로 인해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고 그 혼수 상태에서 꿈을 꾼 것이 바로 '포스탈 3'의 내용이라는 식으로 처리한거죠. 

심지어 RWS의 공식 홈페이지 중 게임 소개 탭에서 '포스탈 3'를 클릭하면 공식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대신 유뷰트에서 낚시용 소재로 쓰이는 밈 영상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통칭 릭롤링)'으로 연결됩니다. 이쯤 되면 제작사가 꿈 엔딩 방식으로 직접 망겜을 사실상 기록말살형에 처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보세요! 여긴 지금 RWS입니다. 포스탈 3는 없어요.

[게임조선 편집국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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