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문명`과 `알파센타우리` 등을 포함한 10여종이 넘는 유명 PC게임의 개발에 참여 하면서 수석 프로그래머을 비롯한 그래픽 디자이너, 개발 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12년 경력의 베테랑 개발자다.
시드 마이어(현 피락시스게임즈 수석부장), 브루스 쉘리(현 앙상블스튜디오 수석 디자이너)와 삼각편대를 이루어 양질의 PC게임을 제작, 90년대 PC게임 시장을 주름잡았다. 2000년 2월 3인의 동료와 함께 빅휴즈게임즈를 설립, 현재 36명의 개발자들과 함께 국내 5월 발매 예정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단독 인터뷰를 통해 PC게임 시장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그의 고견을 들어봤다.[편집자주]
▶ 전 세계적으로 PC게임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 PC게임 시장의 미래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말해달라.
과거 PC게임 시장의 매출기록을 보면 그 변동의 폭이 매우 컸고 장기간의 불황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알아둘 것은 최근 몇년동안 비디오게임 시장이 보여준 변화의 폭 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90년대 후반까지 비디오게임 시장은 미국 지역과 유럽 지역에서는 별다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다가 99년 중반부터 갑자기 큰 폭으로 성장했고 현재까지도 끝없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이러한 성장세가 어떠한 계기를 통해서 큰 폭으로 꺾일 수 있으며 그 여파로 겉잡을 수 없는 문제점이 터져나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PC게임 시장은 비디오게임 시장의 위세에 눌려 잠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새로운 수익모델이나 획기적인 아이템이 등장한다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디오게임과 PC게임은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갖춘 시장이다. 나는 앞으로 힘닫는 데까지 PC게임 개발자로서 매진할 생각이다. 다른 장르의 게임들은 그렇다고 해도 현재 PC게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비디오게임이 소화하기 힘든 장르라고 본다.
컨트롤러 문제도 있고 전략의 모태가 되는 지형 구조를 게이머가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밀함을 표현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력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멀티플레이와 같은 기술적인 지원 역시 현재까지도 PC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 제작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창조적인 게임을 접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다.
맞는 말이고 나 역시 현재 그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와 내 동료들은 게임 개발을 위해 기술보다는 흥미롭고 독창적인 요소를 발굴해내기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필요하다면 베타버전을 완성시켜서 개발진이나 테스터들을 통해 문제점과 보강해야 할 부분을 찾아내기도 한다.
▶ PC게임 개발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패키지의 판매가격은 6년전과 다를 것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앞으로도 PC게임 개발자들은 자금 부담을 감수하면서 게임을 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나는 게임을 판매함으로서 얻어지는 수익은 6년전보다는 높아졌다고 본다. 물론 실제로 게임가격을 따져본다면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시장이 폭 넓어졌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즉 1991년도를 한번 돌아보자. 당시 PC게임의 50% 이상을 소화해 낸 곳은 미국시장이었다. 나머지 절반 정도가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한 자유 진영에 속한 유럽 국가에서 판매됐고 나머지는 아시아 시장이 소화했다.
현재는 미국 시장만이 아닌 유럽과 아시아에서 많은 매출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한 `스타크래프트`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참고로 독일에서 우리 회사의 차기작인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의 기대가 미국보다 높다. MS 본사 역시 미국보다 독일에서 판매량이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 빅휴즈게임즈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빅휴즈게임즈는 그간 구상만 해왔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팀 트레인과 데이비드 인스코어 그리고 제이슨 콜먼과 함께 설립한 개발사다. 하나의 게임, 특히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제작비가 충분히 필요하다.
MS는 그러한 제반사항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투자사이자 유통사였다. 전부터 MS 임직원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고 충분한 개발자금과 시설, 인력을 지원받는다는 약속을 받았기에 빅휴즈게임즈를 설립한 것이다.
▶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를 제작하게 된 동기는?
앞서 말했다시피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이미 PC게임시장에는 많은 종류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발매된 상태인데 어째서 그런 결정 내리게 됐냐고 많이들 물어왔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에 대한 나의 답변을 생각해봤다.
나는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문명` 시리즈와 `알파센타우리`의 장점을 혼합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즉 전략적인 깊이와 속도감 있는 게임진행, 다수의 게이머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도록 해주는 멀티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복합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다른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보면서 나는 인류의 역사와 변천사를 심도 있게 다룬 게임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는 그런 내 꿈을 실현시켜 줄게임이다.
▶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국경선과 영토 개념이다. 국경선 내에서는 플레이어가 도시를 건설할 수 있으며 병력이나 자금 수집이 가능하다. 플레이어는 처음 수도를 결정할 때 지형조건이나 전략적 위치 등 폭 넓은 생각을 해야 한다. 국가를 어떠한 방식으로 이끌 것인지도 수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까지 국경선이나 자국 영토 개념을 도입했던 게임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또 한가지 특징은 반드시 전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교전을 통해서 타 국가를 무력화시키거나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병합시킬 수도 있다. 지금까지 게이머들이 접할 수 없었던 `라이즈 오브 네이션즈`만의 고유한 특징들을 충분히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이 게임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관련 자료들은 어떻게 입수했나?
개인적으로 이전에 한국을 두 번 방문했었고 당시 전쟁 박물관에 들러 한국 고유의 무기들을 둘러봤다. 로켓 원리를 이용해 화살을 발사하는 조선시대에 발명된 신기전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를 직접 관람했고 이를 게임 내에 포함시켰다. 참고로 대학 시절 내 전공이 역사학이었다.(웃음)
이 밖에도 역사학자 2명이 빅휴즈게임즈의 개발팀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진들이 한국 문명에 대해 올바르게 파악하고 디자인 할 수 있도록 고증자료나 역사적 흐름 등의 기록을 분석, 파악해서 전달해줬다.
▶ 언제부터 PC게임을 제작했는가? 개발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유년시절부터 PC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좋았다. 13살 때는 비록 성능은 보잘 것 없었지만 작은 컴퓨터 한대를 얻을 수 있었다. 1981년부터 학교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해 꾸준히 PC게임을 제작했다. 당시에는 PC게임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기에 내가 직접 게임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 입학 후에는 취미로 게임을 제작하다가 졸업과 동시에 게임개발 업계에서 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후 마이크로프로즈에 처음으로 입사해서 현재까지 게임 개발자로 일해오고 있다.
▶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게임이 있는가?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워크래프트`와 `엠파이어 어스`, `문명`,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등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면 모두 좋아한다. 롤플레잉 게임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개스파워드게임즈의 `던전 시즈`를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과거에는 대학 시절에 접했던 오리진시스템즈의 `울티마6`나 `윙 코멘더`가 있겠다. 실제로 이 두 게임에 감명을 받아 게임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게 됐다. 요즘에는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카탄의 정복자` 같은 보드 게임 하는 것이 일과 중에 하나가 됐다.
[권영수 기자 blair@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