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0년대의 유년 세대들을 행복하게 해 주었던 만화주인공들이 ‘만화달력 ’의 형태로 지금·이곳에 다시 태어났다.왼쪽부터 그 만화주인공의 ‘아빠 ’들인 윤승운 김원빈 박수동 이정문 신문수 김삼씨
지금의 30~40대가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만화 주인공들이 부활했다. 컴퓨터 게임 ‘만화왕국’ (옛날 만화잡지 제목이기도 하다) 캐릭터로, ‘2003년 만화왕국 달력’ (www.gamenjoy.com) 그림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달력 표지에선 색동 저고리를 입은 땜통머리 ‘꺼벙이’가 반갑게 인사를 보낸다.
70~80년대 만화 주인공들인 이들은 한 세대를 통과해온 대중 문화 코드. 이들의 부활은 단순한 캐릭터 산업의 일환이 아니라, 우리 대중 문화 자산을 살려낸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미키 마우스(Mickey Mouse)와 베티 붑(Betty Boop) 같은 세계적 만화 캐릭터가 수십년 지나도록 ‘현재’로 살아남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한국 대중문화의 얼굴이자 자산이 될 수 있는지, 조심스런 노크인 셈이다.
꺼벙이 아저씨와 주먹대장 아빠, 심술통 쥔장이 만났다. 6명 ‘원로’ 명랑만화 작가들은 대부분 환갑을 넘겼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젊은 상상력’이 넘쳤다.
“한달에 한 번은 광화문 술집에 모여 소주잔을 나눕니다. 모임 이름은 ‘심수회(心水會)’예요. 나이야 ‘원로’일 지 모르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우.”(신문수)
“지난 번에 여행을 하다가 옆 자리에 앉은 한 40대 남자와 얘기를 나누게 됐어요. 내가 ‘주먹대장’ 작가라는 걸 알게 되자마자, 내 오른 주먹을 두 손으로 감싸 안는 거예요.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며 작가 주먹을 꼭 좀 보고 싶었다나요. 이젠 쭈글쭈글해졌는데….”(김원빈)
“내 작품 ‘철인 캉타우’가 지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중입니다. 최근에 그린 에피소드들을 묶어서 ‘심술통’도 다시 나와요. 난 아직 현역입니다.”(이정문)
전주대와 순천대에서 만화를 강의하고 있다는 박수동, 윤승운씨가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게 훨씬 더 많다”며 껄껄 웃는 가운데, ‘소년 007’ ‘강가딘’의 김 삼씨는 “빨리 다음 모임 날짜 잡자”고 분위기를 돋운다.
올해 초 이들의 70년대 만화가 잇따라 복간됐다. 옛 독자들은 향수에 젖어 반가와했고 젊은이들은 말로만 듣던 ‘고전’을 일종의 패션으로 소화하고 있다. 이들 만화 주인공은 12월컴퓨터 게임으로도 세상에 나온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공감하는 캐릭터로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삼성전자 디지털 솔루션 센터 강성욱 대리는 말한다.
게임 ‘만화왕국-동네축구편’ 줄거리는 이렇다. 로봇 찌빠와 꺼벙이가 초등학교 2학년 현이를 찾아온다. 가상의 나라 ‘만화왕국’에서 온 이들은 현이를 축구 심판으로 초청하고, ‘꺼벙이팀’ ‘주먹대장팀’ ‘로봇 찌빠팀’ ‘맹꽁이서당’팀 등 총 7개팀이 ‘만화왕국배’를 놓고 치열한 축구경기를 벌인다.
일본풍의 요즘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순박하고 토속적이기까지 한 옛 주인공들이 과연 세련된 만화와 스피디한 게임에 낯익을대로 낯익은 요즘 세대와 어떻게 소통할까.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만화가들은 초등학생의 눈동자로 웃고 있다. “두고 봐요”하는 눈빛들이다.
[조선일보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 로봇찌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