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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든 일엔 순서가 있다”...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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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金澤辰·35) 사장은 요즘 ‘히딩크 경영학’을 자주 언급한다. “히딩크 감독이 축구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것을 보며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에서 ‘공대 출신 CEO(최고 경영자)가 경영 현장에서 얻는 어려움’을 주제로 강연을 했을 때도 순리대로 하라는 말만 강조했죠.”

그가 부쩍 히딩크 식 경영학에 몰두한 것은 얼마전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 ‘E3’에 다녀온 후부터다. 귀국후 그는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로라면 2년 후에도 엔씨소프트라는 회사가 계속 존재할지 의문이 든다”고 고백했다.

게임 강국을 외치던 우리나라 게임회사들의 개발 수준은 외국 업체들에 비해 형편없이 낮았고, ‘국내 1위 업체’라던 엔씨소프트도 미국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던 것. 그는 “우리가 선점했다고 믿었던 ‘온라인게임’ 분야도 이미 해외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 붙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사장을 더욱 심란하게 만든 일은 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게임 사전 등급제’를 놓고, 엔씨소프트가 업계를 배신했다는 소문이었다. 온라인게임 사전 등급제는 온라인게임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전, 영화처럼 문화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연령별 등급을 매기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포함, 대부분의 게임이 18세 이상 판정을 받아 영업에 지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온라인게임 업계는 물론, 엔씨소프트도 적극 나서 시행 반대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 사장은 E3 행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화부의 방침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게임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그 자리에는 외신 기자들도 있어 문화부를 비난할 수 없었다”며 “사전 등급제의 명분(청소년 보호)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의미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전 등급제는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문제가 됐을 때, 교통 캠페인을 벌이는 대신, 자동차업계에 저속(低速) 자동차만 생산하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문화부를 비판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능력은 세계 어디를 내놓아도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워낙 게임 역사가 짧다 보니 미국이나 일본 업체에 비해 게임 수준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죠. 결국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대만·중국 등 아시아 권에서 승부를 걸기로 했습니다.”

‘아시아 최고를 겨냥한 전략적인 후퇴’를 결심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대신 게임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아래아 한글’ 개발 주역 중 한 명인 김형집 전(前) 나모인터랙티브 이사와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을 만든 김지호 전 마리텔레콤 실장을 스카웃트했다. 또 김 사장은 사무실에 항상 여행용 가방을 꾸려놓고 한 달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시장 개척을 위해 보낸다. 그는 “요즘 대만에서 한국산 온라인 게임의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르자 대만 정부가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문화부의 사전 등급제가 대만 정부에 빌미만 주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내선기자 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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